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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된 아이디어] 매운맛의 발견 홍초불닭

등록 2005-12-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매운맛의 세계화를 내건 ‘홍초불닭’((주)홍초원)은 지난 2002년 서울 신촌에 1호점을 냈다. 20여 평의 작은 점포에서 시작된 홍초불닭은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듬해 2호점인 홍익대 매장을 내고 개점 2년 만에 110여 개 가맹점을 개설하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홍초불닭 매장은 현재 전국에 걸쳐 152개다. 홍초불닭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2004년에 매운맛 열풍이 불었고, 외식업체들마다 앞다퉈 매운맛을 내는 신제품을 내놓고 스낵업체들도 장수상품들의 매운맛 버전을 출시했다.
홍초불닭이 ‘불닭시장’ 붐을 일으키자 화로불닭, 원조불닭, 불짱불닭 등 후발 불닭업체들이 우후죽순 난립했다. 그러나 신촌 상권, 대학로 등에 두 집 건너 한 집이 있을 정도로 성황을 누리던 불닭 전문점마다 올해는 심각한 매출 하락을 겪었다. 상당수는 폐업을 선언하고 말았다. 그러나 선두업체인 홍초불닭만은 그런대로 시장을 지켜낸 편에 속한다. 홍초불닭은 지난해 전국 매장을 통틀어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600억원이다. 홍초불닭은 불닭시장 하락 추세에 대응해 불닭과 치즈를 접목한 쌈닭, 해산물을 접목한 불바다, 기존 누룽지탕에 해물을 첨가한 해물달래탕 등 신메뉴를 잇따라 출시했다. 그러나 홍초불닭의 성공 비결은 독특한 ‘홍초소스’에 있다.

홍초불닭의 창업자인 홍성표 사장은 원래 경기도 일산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매운맛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구에 들어갔다. 2∼3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청양고추·꿀 등 3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간 ‘홍초소스’를 개발했고, ‘불닭’이란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다. 애초에 재료로 닭을 택한 건 돼지고기나 소고기에 비해 대다수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홍초소스는 간접적으로 요리했을 때보다 직접 불에 닿았을 때 최고의 맛을 낸다는 사실을 수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발견해 적용했다.

홍초원 정규삼 이사는 “특허출원을 하면 노하우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홍초소스는 특허출원을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어떤 후발 업체도 우리의 홍초소스 맛을 흉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초소스를 만드는 공장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회사 임원조차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우리보다 매운맛을 내는 업체들은 많지만 무조건 맵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매워서 손님을 짜증나게 하면 실패한다”고 말했다.

혀가 느끼는 감각 중에서 매운맛은 달고 시고 쓰고 짠 미각과 달리 통증을 느끼는 ‘통각’에 속한다. 따라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통증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이 분비되는데, 이를 통해 우울함과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의식적으로 자극적인 매운 음식을 찾기도 한다. 홍초원이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손님의 30% 정도가 “스트레스를 푸는 데 최고라서 불닭집을 찾는다”고 대답했다. 홍초불닭을 찾는 이유 중 1위였다. ‘불황 때는 자극적인 매운맛이 뜬다’는 말도 생겨났다.

매운맛의 원천은 캅사이신이라는 성분에 있다. 특히 홍초소스 매운맛의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청양고추는 혀끝에 주는 캅사이신 자극이 다른 고추와 다르다. 청양고추의 캅사이신 성분은 체내 비타민 파괴를 막고 원활한 신진대사를 도와주며, 체지방 분해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 좋다고 한다. 게다가 매운맛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 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먹을 때 중독되는 특성이 있다. 정규삼 이사는 “매운 음식을 날마다 먹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매운맛이 당긴다’면서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다”고 말했다. 홍초불닭은 지난 5월에 일본 도쿄에 시부야점을 오픈했다. ‘매운맛의 세계화’ 1호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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