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노동자 건강에 대한 첫 보고서… 법인택시 월평균 261시간 노동
낮은 수입과 고된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승객의 안전도 위협한다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택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은 승객들의 안전과 무관할 수 없다. <한겨레21> 584호 ‘도심 속 막장 인생, 택시의 비명’ 보도 이후, 택시 노동자들의 사고율과 스트레스 그리고 노동조건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끈다.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이 내놓은 ‘택시 노동자 노동·건강실태 보고서’는 택시 노동자의 노동과 건강에 대한 종합적인 첫 보고서다. 보고서는 △전국 44개 사업장 노동조합(조합원 4169명) 대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6개 사업장(서울 4개·경기 2개)의 택시 노동자 362명에 대한 개별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사고낸 운전자가 또 사고낼 확률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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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6개 사업장의 경우 월급제 56%·사납금제 44%였는데, 임금 수준을 보면 월급제 사업장은 100만원 미만이 38%, 사납금제 사업장은 92%가 100만원 미만이었다. 임상혁 소장은 “우리나라 택시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월평균 100만원 미만의 저임금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런 임금 수준은 운수업 중에서 가장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법인 택시의 1인당 연간 급여액은 2003년 924만원, 2004년 871만원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노동시간을 보면 2004년 전 산업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98.3시간이다. 그런데 택시 노동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이보다 훨씬 긴 261.1시간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200∼299시간 근무가 80%, 300시간 이상 근무가 15%였다. 택시 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은 1988년 9시간1분에서 1997년 9시간48분, 2000년 10시간26분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임금은 갈수록 낮아지는 반면, 노동시간은 더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70만∼100만원의 수입을 올리려면 월평균 260.1시간, 1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려면 월평균 270시간 이상을 일해야 한다.
물론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자연히 사고율도 높아지게 된다. 운수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에 따른 사고위험을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17시간 이상 각성된 상태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5%인 상태와 동일하다고 한다. 1만 명의 미국 운수 노동자를 대상으로 업무상 사고 발생과 근무시간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했을 때 사고 발생률은 3배나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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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자동차 보험을 통해 파악한 우리나라 전체 운수사고 발생건수는 72만6천 건으로 전체 자동차 유효대수(등록대수)당 사고율은 5.2%인 반면, 버스·택시·화물 등 사업용 차량의 유효대수당 사고율은 24.6%로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수업종 중 노선버스가 가장 높은 교통사고 발생률(61.1%)을 보였고, 법인 택시가 40.9%로 두 번째로 높았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법인 택시의 경우 2004년에 전년에 비해 사고율이 1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택시 운행수입금 감소로 이어지고 수입 확보를 위한 장시간 과로운전으로 사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사 대상 6개 사업장 노동자 362명 중 44명이 ‘지난 한 달간 운수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48.1%인 180명이 ‘지난 1년간 운수사고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이들 180명 중 70명은 1년간 2회 이상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또다시 사고를 낼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률 최고
임금 형태별로, 월급제를 실시하는 6개 사업장 708명 중 연간 운수사고 발생은 137명으로 19.4%인 반면, 사납금제를 실시하는 24개 사업장 2079명 가운데 운수사고 발생은 263명으로 23.1%에 달했다. 근무 형태별로는 1일 2교대(12시간 맞교대)를 실시하는 11개 사업장의 연간 운수사고는 19.9%인 반면, 1인1차제(교대 없이 1대 1인 배차)·격일제 등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19개 사업장에서는 운수사고가 26.4%로 더 많이 발생했다. 임 소장은 “택시 노동자의 월평균 수입이 안전운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높은 스트레스와 낮은 월평균 수입, 임금 형태 등이 택시 노동자들의 성격을 적대적으로 바꿔놓아 사고율에 영향을 끼친다”며 “택시 노동자의 교대근무는 생체주기를 파괴해 호르몬 분비 및 자율신경계 기능을 파괴하고, 따라서 사고 발생률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한편, 2003년 근로복지공단 요양 신청자료를 분석한 결과 택시 노동자의 뇌심혈관계 질환(뇌출혈·뇌경색·심장마비 등) 추정 발생률은 1만 명당 13.14명으로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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