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기업은행이 지난 3월21일부터 판매한 ‘독도는 우리땅 통장’은 당시 판매한 지 단 보름 만에 수신고 1조원을 돌파했다. 또 판매를 시작한 뒤 두 달 동안 2조6648억원의 수신고를 기록했다. 최근 은행마다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특판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을 빼고 일반 시중금리 정기예금 상품의 경우 출시 보름 만에 수신고 1조원, 두달 만에 2조원을 돌파한 사례는 거의 없다. 특별 금리우대 상품이 아닌데도 독도는 우리땅 통장이 이처럼 유례없는 수신고를 기록한 건 당시 독도 영유권 분쟁이라는 외교적 이슈가 전국을 들끓게 했기 때문이다. 독도는 우리땅 통장 가입계좌는 지난 10월5일까지 5만9천개, 수신고 2조9천600억원에 이른다.
개인은 물론 학교와 공공기관의 큰 호응을 얻은 이 상품은 통장에서 발생한 은행 수익의 일부를 독도 관련 단체나 문화행사에 기부하는 공익형 상품이다. 고객의 부담은 전혀 없고, 금리는 정기예금 수익과 똑같다. 통장이 만기에 이르렀을 때 가입고객이 받는 세후이자의 2%를 기업은행이 후원금으로 전액 출연해 적립하는 식이다. 예컨대 고객이 세후이자 10만원을 받으면 기업은행쪽이 자체적으로 2천원을 적립한다. 현재까지 적립된 금액은 약 1억원에 이른다.
이 통장상품은 주로 1년짜리인데 3개월·6개월짜리도 있다. 정기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및 환매조건부채권(RP)은 500만원 이상, 적금은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다. CD와 RP 상품도 독도는 우리땅 통장과 연계한 것이다. 통장 표지에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입증하는 옛 지도가 스티커 형식으로 부착돼 있다. 독도는 우리땅 통장에 가입한 고객이 독도 여행을 위해 통장을 중간에 해지하더라도 당초 약정이율을 지급한다.
기업은행의 독도는 우리땅 통장은 은행권 최초의 독도지키기 통장이었다. “독도 문제가 한-일간 외교적 이슈로 한창 부각됐을 당시 독도를 금융상품으로 활용해보자는 제안이 제출됐고 상품개발팀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은행에서도 독도는 우리땅 금융상품을 내놓으려고 했는데 우리가 한발 먼저 금감원에 상품 약관을 접수한 터라 못한 것으로 안다.” 독도는 우리땅 통장을 기획, 개발한 기업은행 김기섭 팀장(개인금융부)의 말이다. 기업은행의 독도 통장이 빅 히트를 하자 신한·조흥·우리은행도 독도 관련 금융상품을 차례로 내놓았다.
독도는 우리땅 통장을 상품화하는 데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우선 통장 이름이 가수 정광태의 노래 제목과 같아서 저작권 문제가 걸릴지 몰라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했다. 또 통장 표지에 독도는 한국 땅임을 입증하는 임진왜란 당시의 옛 지도를 넣었는데, 독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지도였다. “처음에 박물관쪽이 지도를 마케팅 수단으로 쓰면 안 된다고 반대했는데 우리가 공익 차원이라고 계속 설득해서 결국 지도를 넣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20여일이 걸렸다. 독도는 우리땅 통장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은 2004년 9월 기업은행이 내놓았던 ‘고구려지킴이 통장’ 설계를 그대로 본떴다. 고구려지킴이 통장은 당시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사를 둘러싼 한-중 분쟁이 터졌을 때 급히 만들었던 상품이다. 기존에 구축된 전산 시스템을 활용하면 됐기 때문에 밤샘 프로그래밍 작업을 거쳐 이튿날 새벽에 독도는 우리땅 통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김 팀장은 “물론 독도는 우리땅 통장이 은행의 수익에 직접 기여하기다는 공익적 상품의 성격이 더 크지만, 이 통장을 계기로 신규고객이 많이 창출돼 장기적으로 은행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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