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주)롤팩 김금자(43) 사장은 1986년 남편과 함께 가내수공업 형태로 포장지 사업을 시작했다. 갓 태어난 딸아이를 사과상자 안에 넣어놓고 일할 정도로 일에 미쳐 살았다. 당시 주요 생산제품은 육류에 쓰이는 포장재 등 산업용 진공포장기였다. 남편의 사업을 돕던 어느 날 김 사장은 가정용 진공포장기로 눈을 돌렸다. 음식 재료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음식 재료를 랩이나 지퍼백으로 보관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이미 외국에서는 진공포장기가 사용되고 있었어요.” 그로부터 7년여 동안 수십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결혼 패물까지 팔아야 했다.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된 ㅌ사가 먼저 가정용 진공포장기를 만들었지만 그쪽 제품은 뜯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 제품을 본뜨면 모방밖에 더 되겠습니까? 비록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특허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해보고 싶었죠.” 결국 99년 새로운 진공포장용 필름(비닐봉지)을 개발했다. 그러나 자금 부족으로 제품을 자체 생산할 수도, 마케팅을 할 수도 없었다. 그 와중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미국 상품박람회에 출품한 것이 ‘대박’을 터뜨렸다. 가정용 진공포장기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ㅌ사가 롤팩의 진공포장용 필름을 보고 대규모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롤팩의 진공포장용 필름은 독특한 ‘에어 채널’(진공이 쉽게 되도록 만들어놓은, 공기가 빠져나가는 길) 방식을 채택했다. 얇은 비닐에 미세한 에어 채널을 장치하는 것인데, 이 방식은 세계 각국에 특허출원 중이다. “산소를 다 빨아내 진공 상태로 만드는 방식인데, 진공 포장된 다음에 바깥의 산소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요.” 유리와 캔은 바깥의 산소 투과를 완전 차단하지만 비닐은 원천적인 차단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롤팩의 포장용 필름은 산소 투과를 일반 비닐의 수십분의 1로 줄였다고 한다. 진공팩이 식품의 부패를 일으키는 산소를 제거해 오랫동안 신선하게 유지시키는 것이다. 공기를 모두 몰아내기 때문에 일반 밀폐용기나 비닐봉투에 견줘 음식 재료의 보관 기간도 훨씬 길어진다. 푸드가드로 무·양배추 등 야채류를 냉장고에 보관하면 3주 동안은 끄떡없다고 한다.
롤팩은 이어 지난해 9월 진공포장기 ‘푸드가드’(Food Guard)를 선보였다. 에어 채널을 채택한 진공포장용 필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푸드가드에 끼우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필름 내부의 공기가 빠지면서 자동으로 진공 포장된다. 푸드가드는 지난해 3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22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한달에 몇만대가 팔리기도 한다”며 “앞으로 닭·오리 등 날개 달린 고기는 진공팩을 하지 않으면 유통시킬 수 없게 되므로 매출이 크게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진공 포장된 상태 그대로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에 넣어 데울 수도 있고, 한번 사용한 진공팩은 물로 씻으면 또다시 쓸 수 있다. 포장용 필름에 담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진공 상태로 포장이 가능한데, 음식물뿐 아니라 귀금속이나 사진·전자부품도 푸드가드로 포장해 보존할 수 있다. 소비자 가격 12만5천원(080-001-8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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