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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된 아이디어] 아로마가 숨쉬는 ‘코코허브’ 마스크

등록 2005-08-19 00:00 수정 2020-05-03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전남 함평에 있는 ‘코코허브’ 조정숙(37) 사장은 지난 2002년 말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이라크 시민들이 탄저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숯을 넣은 스카프를 얼굴에 둘둘 말고 다니는 화면이었다. “황사와 공해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도 숯을 넣은 마스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조씨는 이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기 시작했다.
참숯? 좋긴 한데 몇번 빨면 탈색되고 말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스크도 한번 쓰고 버리기보다는 빨아서 다시 쓰지 않는가. 그럼 황토는 어떨까? 전문가들한테 자문을 구한 결과, 황토가 피부에는 좋아도 코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 아로마향으로 해보자. 아로마는 사람 몸에 좋은 음이온을 발생시키고 기관지에 탁월한 효능도 있었다. 조씨는 곧바로 서울대 산학연구팀과 공동으로 아로마를 원단에 가공하는 나노 기술을 적용해 마스크 개발에 들어갔다. 이렇게 페퍼민트 아로마를 마이크로캡슐화해 원단에 가공하는 방식으로 처음 선보인 브랜드가 코끼리 캐릭터의 ‘코코 마스크’. 이때는 파스텔톤의 아동용 상품만 출시했는데, 그 뒤 주니어·성인용까지 내놓았다.

네모난 면 조각에 양쪽으로 끈 하나 달랑 매단 것이 전부인 일반 마스크가 1천원인 반면, 코코 마스크는 개당 3천원이다. 출시 뒤 지금까지 약 30만개가 팔렸다. 주로 겨울철에서 봄 황사 시즌까지 팔리는 시즌 상품이다. 현재 일본 바이어와 접촉 중인데, 일본 후생성 규격에 맞춘 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내년 시즌에 일본 시장에 본격 시판할 예정이다. 3천원짜리 코코 마스크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건 사스와 조류독감 덕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조씨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주효했다.

우선 먼지를 막아주거나 보온 기능이 전부였던 일반 마스크와 달리 박하향 아로마를 캡슐화한 코코 마스크는 항균·탈취 효과가 있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의 테스트에서 코코 마스크는 탈취율 87∼91%, 항균율 99.9%로 나타났다. “기존의 향은 발향이 심하고 휘발성이 강해 머리가 아프거나 향에 취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마이크로캡슐화다. 캡슐화하면 향의 방출량을 제어하고 지속력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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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마스크는 또 엠보싱 기능을 넣었다. 엠보 조직을 넣어 숨쉴 때 외부에서 먼지가 들어오면 분산 차단하고 통기성도 좋아졌다. 안경을 쓰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면 호흡할 때 안경 유리에 김이 서려 시야를 가리게 되는데,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와이어도 넣었다. 마스크 중앙 라인에 넣은 부드러운 와이어 부분을 두 손으로 눌러주면 김 서림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원단을 일반적인 90도 각도가 아니라 45도 각도로 재단했다. 입체형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인체공학적 설계다. 이 마스크에는 자동 길이 조절 버튼도 달려 있다. “얼굴 크기가 다른 아이들한테 마스크를 씌워줄 때마다 일일이 끈 길이를 조절해 몹시 불편했다. 아이들 운동복을 빨다 보니 하단에 버튼이 붙어 있었다. 이것이다, 싶었다. 좀더 작았으면 좋겠는데…. 운동복 바지의 버튼을 잘라 들고 한걸음에 동대문시장으로 달려갔다.” 시장을 헤맨 끝에 알맞은 버튼을 찾을 수 있었다. 코코 마스크에는 마스크 안쪽에 대는 리필용 스판 부직포 5매가 포함돼 있다. 코코 마스크는 백제약품 12개 체인과 메디팜·온누리 등 주로 약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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