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전업주부였던 김영휴(42)씨는 아이를 낳고 난 뒤 정수리 부분의 머리숱이 자꾸 빠져 실의에 빠졌다. 머리숱이 없어 몇년간 단발머리만 하고 다녔다. 고민 끝에 시장에서 가발을 사다가 자기 머리에 맞게 ‘부분가발’을 만들어 착용했다. 머리가 성긴 부분마다 핀으로 꽂는 가발을 만든 것이다.
이를 본 주변 아줌마들로부터 “나도 살 수 없느냐” “어디서 구했느냐”는 부탁과 호기심이 동시에 쏟아졌다. 머리 안쪽에 원터치 똑딱이 핀으로 꽂아 살짝 덮어 가리면 헤어매직쇼처럼 감쪽같이 가발티를 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 이거 사업을 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서울 봉천동 가발점을 쏘다니며 헤어핀처럼 머리에 꽂기만 하면 볼륨이 살아나는 부분가발을 만들었다. 그리고 2002년 ‘씨크릿우먼’이라는 회사를 차려 벤처기업 사장이 되었다. 집을 회사 사무실로 쓸 당시 회사 주소는 ‘대전우체국 사서함 66호’였다.
처음에는 인터넷 부업 정도로 할까 생각했는데 인터넷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직접 봐야만 관심을 끄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영업할 때, 내가 머리 속에서 갑자기 핀이 달린 한 움큼의 작은 부분가발을 쑥 내보이니까 사람들이 무척 흥미로워했어요.” 김씨는 곧장 백화점으로, 여성경제인 창업경진대회장으로, 특허박람회장으로, 여성용품 박람회장으로 달려갔다.
백화점에서 어렵사리 판촉행사를 할 수 있었는데, 한물간 상품이라는 가발이 하루 200만∼300만원씩 팔렸다. 당시 선보인 상품 이름은 ‘키높이 가발’. 정수리 부분에 간단히 꽂기만 하면 머리숱이 적은 부위에 볼륨이 살아나 3cm 정도 키가 커 보이는 가발이었다. 여성용 패션가발인 셈이다. 백화점 히트에 이어 2003년에는 TV홈쇼핑에까지 방송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나중에는 머리숱이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왜 우리가 쓸 상품은 없냐’고 해서 필요에 따라 여러 개를 머리에 꽂을 수 있도록 바꿨다. 물론 핀을 꽂아 고정할 만큼의 머리칼은 있어야 한다. 이때 선보인 1세트(5개·7만5천원) 상품 브랜드가 ‘헤어보톡스’(HairVotox). 가발이라고 하니까 다들 ‘한물간 물건’이라고 해서 가발이란 말은 전혀 안 쓰고 헤어보톡스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일종의 ‘머리 속 속옷’인 헤어보톡스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40∼50대 중년 여성들한테 인기를 끌면서 2002년 매출 1억원, 2003년 3억원, 지난해 10억원, 그리고 올 상반기에만 8억원어치가 팔렸다. 세트 상품말고 한개에 10만원짜리인 헤어보톡스 제품도 백화점을 중심으로 그동안 10억원어치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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