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줄이고 늘리는 ‘아파트 재벌’의 비밀
집값 상승을 타고 건설업체들이 폭리 취하고 있다는 분석 많아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포스코건설이 서울지역 7차 동시분양에 분양승인을 신청했던 송파구 신천동 주상복합 ‘더 샵 스타파크’. 지난 7월20일 포스코건설은 7차 동시분양 참여를 포기했다. 스타파크 100평형 펜트하우스 분양가를 사상 최고가인 평당 3450만원으로 책정해 분양승인을 신청했다가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자 일단 한발 뺀 것이다. 당초 송파구청쪽이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다”며 조정을 권고하자 포스코건설은 분양가를 평당 2950만원으로 낮췄다. 대신 63평형 88가구는 평당 2468만원으로 오히려 15만원을 올려잡았다. 당연히 ‘고무줄 분양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송파구청쪽은 “분양가가 주변 잠실 재건축 단지에 비해 너무 높아서 조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권고했을 뿐, 우리가 어떤 근거를 갖고 분양가가 높거나 낮다고 판단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택사업 영업이익률 급격히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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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분양승인을 내주는 자치구가 분양가의 적정성을 철저하게 따진 뒤 분양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 서울시 김갑수 주택사업팀장은 “전에는 시민단체쪽에서 분양가심의평가위원회를 열어 과도한 분양가는 낮추도록 요구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런 평가 심의도 없다. 구청쪽이 ‘합리적 수준으로 분양가를 낮추라’고 권고할 수는 있지만 분양가 인하를 강제할 법적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분양업체가 알아서 써오는 분양가 자료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한 셈이다. 포스코건설이 동시분양을 포기한 건 따가운 여론 때문이지 구청쪽의 압력에 따른 것이 아니다.
지난 6월 태영건설은 대구시 수성구에 태영 데시앙 아파트 66평형을 평당 분양가 1231만원에 분양신청했다. 그러나 수성구청으로부터 “최소한의 이윤만 보장받는 선으로 분양가를 낮춰라”는 조정권고를 받고 평당 분양가를 1039만원으로 내렸다. 구청쪽이 “분양가 조정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세청에 통보하겠다”고 압박했지만 사실은 태영도 포스코건설처럼 여론의 눈총 때문에 분양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분양가를 고무줄처럼 줄이고 늘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는 사실은 분양가에 그만큼 거품이 잔뜩 끼어 있음을 보여준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도 “처음에 분양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구청에 제출했다”며 “나중에 어차피 깎이고 조정될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원가에 적정이윤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그저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줄였다 늘렸다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과도한 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간 건설업계는 주택업체의 수익률이 제조업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 주택건설업체들이 재무제표상 ‘일반공사’와 ‘주택사업’ 손익지표를 따로 구분해 표기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한 실상을 파악하기란 무척 어렵다. 복잡한 공정 체계와 하도급 구조를 이용해 분식회계로 수익을 축소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GS건설은 ‘2004년 사업보고서’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린 매출 4억원 시대는 “주택시장에서의 분양 호조와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적극적인 진출” 덕분이라고 밝혔다. 건설산업연구원쪽은 “2001년부터 상장 건설업체들의 실적 호조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주도했다. (분양가가 폭등한) 2002년 건설업체 수익의 대부분은 주택사업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002년에 주택건설업체가 영업이익률 10%를 기록했다고 할 때, 건설업체들의 일반공사와 주택사업 비중이 대략 7 대 3이므로 주택사업만 보면 영업이익률이 10%를 훨씬 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경실련에서 지난 2004년 용인 동백지구의 사례를 들어 민간 주택업체의 분양가 대비 수익률이 34%, 분양원가 대비 수익률이 51.6%라고 주장한 것이 일리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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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건설업체(약 40개사)의 영업실적을 보면, 총 영업이익은 2001년 1조5721억원, 2002년 2조1793억원, 2003년 2조5428억원, 2004년 2조8316억원을 기록했다. 수익 증가폭이 분양가 상승 추세와 거의 같다.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100)의 경우 10% 이상을 기록한 주택건설업체는 2000년 5곳, 2001년 4곳, 2002년 3곳, 2004년 6곳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폭등한 2002년에 영업이익률 6.6∼10%를 기록한 업체는 무려 14개사에 달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의 평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 7.56%였다. 상장 건설업체의 2004년 매출액영업이익률(7.6%)과 거의 같다. 그러나 건설산업연구원쪽은 “주택건설업은 제조업에 비해 단위당 매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같은 영업이익률이라도 수익은 엄청나게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특히 집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001년의 경우 주택건설업체의 매출액은 1년 전에 비해 15.4%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무려 42.4%나 늘었다. 2002년에는 2001년에 비해 매출액은 10.3%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86.5%나 늘었다. 늘어난 매출액이 대부분 영업이익으로 잡혔다는 건데, 분양원가에 비해 과도한 분양가로 폭리를 취했음을 엿볼 수 있다.
후발 중견업체가 신흥 아파트 재벌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상장 건설업체의 1998년 매출액은 32조3천억원으로 2002년 매출액(31조6천억원)과 엇비슷했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은 1998년에 1조2597억원인 반면 2002년에는 2조1793억원으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순수한 영업이익이므로 여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재무비율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금융비용 측면의 비용절감 효과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파트값 폭등을 타고 분양가에서 과도한 이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건설업체는 1991년 8857개에서 1998년 3128개로 대폭 줄었다가 분양값이 폭등한 2001년부터 다시 증가해 2001년 4017개, 2003년 5971개, 지난해 6336개로 늘었다. 또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값 폭등을 타고 월드건설(메르디앙)·동문건설(굿모닝힐)·우림(루미아트)·신도종합건설(신도브래뉴)·현진(에버빌)·대성(유니드)·동일(하이빌) 등이 신흥 아파트 재벌로 급부상했다. 신규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후발 중견업체가 상위권으로 도약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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