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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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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주고 약 주고?

등록 2005-05-12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바이오 제약 사업과 신약 개발에 뛰어든 KT&G… 담배 규제 거세지면서 사업다각화 모색</font>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1001의 5번지. 송도 경제자유구역(경제특구)인 이곳 2만8천평의 터에는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건평 8천평의 3층짜리 건물이 들어서 있다. 6월 초 준공을 앞두고 있는 이 건물은 송도 경제자유구역의 ‘합작사 1호’인 셀트리온의 관리동, 연구동, 생산동이다. 제약회사인 셀트리온은 올 10월 시제품을 선보이고 이어 내년부터 항암제, 관절염 치료제, 빈혈 치료제 등 단백질 의약품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WHO 비준안 의결되자 고민 깊어져

세계적인 에이즈 백신 개발 업체인 미국 벡스젠의 자회사인 셀트리온의 한국쪽 합작 파트너는 188억원을 투자한 KT&G(옛 담배인삼공사)다. 담배회사가 웬 제약 사업이냐는 의아심이 들 법한데, 제약업에 대한 KT&G의 눈독은 이뿐만이 아니다. ‘구론산’ 브랜드로 잘 알려진 영진약품을 인수해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넥스젠을 비롯한 7개 바이오 벤처기업에 100억원을 웃도는 투자금을 넣어두고 있다.

바이오 제약업은 부동산 개발과 함께 KT&G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새 사업으로 떠올라 있다.

지난해 매출 2조6500억원에 영업이익 1조원 돌파(1조200억원), 당기순이익 4700억원이라는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며 공기업 민영화의 성공 신화로까지 추어올려진 KT&G가 담배 사업과 동떨어져 보이는 바이오제약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담배시장을 둘러싼 급격한 환경 변화 때문이다. 1999년 민영화 뒤 탄탄한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금연 바람과 담배 규제가 점점 거세지면서 담배 사업의 성장세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게 KT&G의 고민이다.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것도 따지고 보면 올해 담뱃값 인상을 앞둔 사재기 때문이었음을 감안할 때 거품이 끼어 있다는 분석이다. 1분기 매출이 3964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8.7% 줄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968억원, 723억원으로 70.0%, 53.1% 감소한 데서 이런 사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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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의 고민을 한층 깊어지게 한 소식이 나온 건 지난 4월26일.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담배 규제에 관한 세계보건기구(WHO) 기본협약 비준안을 의결했다. 이 협약이 발효되면 5년 안에 담배 광고나 판촉, 후원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 또 발효일로부터 3년 안에 담배 제품 수요를 줄이기 위해 적절한 조세와 가격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담뱃값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KT&G의 경영이 더 힘들어질 게 뻔하다.

KT&G가 담배 사업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사업 구조를 바꾸려고 시도한 것은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전매청이 전매공사로 바뀌고, 1989년에 담배 제조의 독점 체제가 무너져 경쟁 체제가 도입됐거든요. 담배 부문을 주력으로 하되 사업 다각화를 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됐던 거지요.”(백철만 사업개발국 사업1부장) KT&G(당시 한국전매공사)는 이에 따라 사업개발본부를 꾸려 새로운 사업을 찾아나섰다. 당시 사업개발본부에서는 포장지, 필터, 종이류 등 담배 관련 제품의 제조를 새 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의견이 주로 제기됐다. 하지만 신규 사업 논의는 본격적인 추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업개발본부가 해체되면서 흐지부지됐다.

단백질 의약품, 셀트리온과 합작

물밑에 가라앉았던 사업 다각화 논의가 다시 불거진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9년이었다. 홍삼 사업이 자회사(한국인삼공사)로 떨어져나가고(1월), KT&G(당시는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10월) 등 급격한 체제 변화를 겪고 있던 때였다. 당시 유력하게 검토된 사업은 유통업이었다. 전국에 퍼져 있는 담배 소매인 17만명과 150여 지점망을 엮어 생필품을 판매하는 사업에 뛰어든다는 구상을 8개월 이상 검토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아 수포로 돌아가면서 이듬해에는 정보기술(IT) 산업이 KT&G의 새 사업으로 거론됐고, 심지어 로봇 산업에 뛰어들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IT 붐이 조성돼 있던 시절이었다.

“IT쪽에 무지한데다 우리와 연관성도 전혀 없는 분야라는 판단에 따라 결국 접고, 2001년 들어 새 사업의 가닥을 잡았습니다. IT 붐에 이어 생명공학(BT)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BT는 미래형 산업인데다 우리 쪽과 연관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담배나 홍삼이 식물 아닙니까. 식물에서 유용한 물질을 추출해 치료제를 생산하는 바이오 산업과 통하는 게 있다고 본 겁니다. 인삼에 대한 연구 성과를 갖고 있다는 점도 유력한 근거로 작용했고….”(백철만 부장)

이때부터 바이오 제약업은 KT&G가 벌이는 새 사업의 핵심으로 떠올랐으며 4년에 이른 지금, 조금씩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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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006699"> △ KT&G 연혁 :
궁내성 내장원 삼정과(1898년 8월) → 재무부 전매국(1948년 11원) → 전매청(1952년 4월) → 한국전매공사(1987년 4월) → 한국담배인삼공사(1989년 4월) → KT&G(2002년 12월27일)
KT&G는 제약업을 중심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KT&G의 사업 다각화 홍보물.</font>

KT&G가 바이오 제약업을 새 사업의 핵심으로 삼은 뒤 이어진 첫 투자는 셀트리온을 합작·설립한 것이었다. 이유희 사업2부장(약학박사)은 “셀트리온 설립 당시(2002년 2월) 전세계적으로 단백질 의약품의 생산설비가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되던 때여서 유망한 투자라고 판단했고, 지금은 당시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생산설비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사업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국내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인정하는 단백질 의약품 생산 공장이 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 상업적 생산을 시작하면 곧바로 연 매출 2천억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KT&G쪽은 관측하고 있다.

영진약품 인수하며 시너지 효과 기대

합작 투자에 앞서 추진하려던 제약회사 인수는 지난해 3월에야 이뤄졌다. KT&G는 당시 화의 상태에 있던 영진약품 주식 57%를 320억원에 전격 인수한다.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내 경영난을 겪고 있던 영진약품은 KT&G에 인수된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증자를 거쳐 6년 만인 지난해 10월 화의에서 벗어났다. 또 지난해 흑자(당기순이익 23억원)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는 이를 100억원 수준으로 높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 KT&G 인수 뒤 영진약품의 기업가치는 3배가량 뛰어 KT&G쪽이 거둔 평가 차익은 500억~600억원에 이른다. KT&G는 앞으로 영진약품을 통해 바이오 제약 부문의 생산·유통을 맡도록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방침이다.

KT&G의 바이오 제약업 가운데 바깥으로 덜 알려진 것은 바이오 벤처에 대한 지분 투자다. 2002년 8월 바이오 벤처기업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전환사채 인수를 필두로 시작된 KT&G의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는 올 3월 당뇨 치료제 개발업체인 한국췌도이식연구소의 주식 인수까지 모두 7건이다. 2002년에는 국내 바이오업계의 불경기가 이어져 기관투자가, 창업투자회사 등의 신규 투자가 거의 끊긴 상태였는데, KT&G는 이때를 오히려 유수 벤처기업에 대한 유리한 투자 기회로 삼아 뛰어들었다. 신약 개발에 대한 내부 연구인력, 시설, 장비 등 기반을 갖추지 못한 KT&G로선 단기적으로는 외부 역량을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했던 것이다. KT&G는 이같은 투자를 통해 신약후보 물질 6건에 대한 사업우선권 및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KT&G는 바이오벤처 지분투자와 별도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벤처인 프라임팜텍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루게릭병 치료제인 ‘유스솔루션’ 개발 사업이 한 예. 정식 명칭이 근위축성축상경화증(ALS)인 루게릭병은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걸렸다고 해서 유명해진 병이며 우리나라에도 2천~3천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T&G와 프라임팜텍은 올 4월부터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올해 말 완료한 뒤 내년 중 환자들에게 신약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G는 이 밖에 (주)엠디바이오알파와 공동으로 인삼 추출물을 활용한 항암제(MB40)를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거쳤으며, 전립성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올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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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매출로 연결될 것”

바이오 제약업으로 이미지 탈바꿈을 시도 중인 KT&G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민영화 뒤 성공적인 경영으로 기반을 닦아놓았다곤 해도 기대수익만큼이나 리스크(위험)가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KT&G의 신규 사업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최성관 사업개발국장도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낼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고, 바이오 벤처쪽에 투자해놓은 것 가운데 일부가 내년부터 조금씩 매출로 연결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바이오제약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순이익의 10%선으로 제한하는 데서도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독점 체제에서 경쟁 시장으로 내던져진 뒤 비교적 잘 적응한 KT&G가 또 한번 변신의 기로에 서 있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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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의 변신은 세계적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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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의 변신은 세계적 추세이며, 이를 앞장서 이끌고 있는 것은 ‘말버러’ 브랜드의 미국계 필립모리스다. 필립모리스의 경우 비담배 부분의 매출 비중이 한때 70%를 웃돌았으며 지금도 50%를 넘는다.
필립모리스는 초기엔 담배 관련 포장제품의 생산·공급 등 담배 사업의 수직계열화와 국외시장 개척을 통한 시장 다각화를 추진하다 핵심 역량을 바탕에 깐 업종 다각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맥주, 청량음료 등 마케팅을 중시하는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한편, 높은 품질의 주력 상품을 갖추고도 미약한 경영진과 조직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던힐’ 브랜드의 영국계 BAT는 필립모리스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사업 다각화보다는 담배 사업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 BAT도 한때 종이, 향수, 화장품, 소매업, 보험 및 금융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시도하다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담배 사업에 치중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래도 역시 대세는 비담배 부문으로 진출하는 다각화 전략인 듯하다. KT&G가 본보기로 삼고 있는 ‘마일드세븐’ 브랜드의 일본계 JT는 민영화 뒤 농업, 농기계, 식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으며 지금은 식음료와 바이오 제약업을 중심으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계인 RJ레이놀즈는 초창기엔 담배 관련 사업(포장제품)의 계열화를 통해 비용 절감을 꾀하다 최근 들어 유통망과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식품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프랑스계 알타디스는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책, 우표, 카드, 공연 티켓 등의 유통사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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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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