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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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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북 약진, 대구·인천 추락

등록 2004-12-31 00:00 수정 2020-05-03 04:23

지역내총생산으로 본 지역경제의 모습… 울산은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뒤 부동의 1위 지켜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역내총생산(GRDP)으로 본 지역경제의 현황 및 주요 특징’에 따르면, 지역별 1인당 소득(2002년)은 울산이 2687만원으로 가장 높고 대구가 801만원으로 가장 낮다. 지역내총생산은 각 시·도에 거주하는 경제주체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시·도별 GDP’라고 할 수 있다. 울산 지역의 1인당 소득은 대구에 비해 3.3배나 높고 전국 평균(1225만원)의 2배를 넘는다. 울산은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이후 1인당 지역내총생산에서 줄곧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충남, 대규모 공업단지 들어서며 상승세

인천·대전·광주·대구·울산 등 5개 광역시를 각각 경기·충남·전남·경북·경남에 포함시켜 따져봤을 경우, 1인당 지역내총생산에서 전북은 1985년, 1990년, 1995년, 2000년, 2002년 5번 연속 꼴찌 3개 지역에 포함되는 불명예를 기록한 반면 경남은 울산 덕분에 5번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부산은 1995년부터 지역내총생산 하위 3개 지역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고 있는 반면, 충남은 1995년 이후 꼴찌 대열에서 벗어났다. 흥미로운 건 충북이 1995년 이후 서울을 제치고 1인당 지역내총생산 상위 3지역에 계속 랭크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충북이 하위권의 경제 규모에 비해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으며, 충남도 제조업 중심의 공업화 진전으로 경제 규모에 비해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전국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무튼 여러 지표들을 종합하면 충남·북 경제의 약진, 대구·인천 경제의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 증가율을 보면, 광주는 1986∼1990년(전국평균 16.0%)에 21.7%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그 뒤 1991∼1995년(전국평균 13.9%)에 12.6%를 기록하는 등 전국 평균보다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에 자리잡은 제조업 가운데 매출액 1조원이 넘는 대기업은 기아자동차가 유일한데, 기아차 부도의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역내총생산 증가율 측면에서 충남은 1986∼2002년(전국평균 11.3%)에 13.5%를 기록해 가장 높은 증가를 보였다. 전국 대비 1인당 지역내총생산 수준(전국=100 기준) 측면에서도 충남은 1985년 86.7%(10위)에서 1995년 104.4%(5위)로 치고 올라선 뒤 2000년 117.9%(2위)까지 다시 상승했다. 충남은 2002년까지 3년 연속 전국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충남은 대산석유화학단지, 삼성전자 천안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울산에 이어 두 번째로 생산비중(우리나라 전체 생산의 4.8%)이 소비비중(3.8%)보다 높은 경제구조를 보이고 있다. 충북 역시 1985년 6위, 1990년 7위를 기록하면서 전국 평균보다 낮았지만 1995년 105.8%를 기록하면서 4위권으로 올라서 2002년까지 4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충북의 어음부도율은 2002년(지방 평균 어음부도율 0.13)에 0.08, 2003년(지방 평균 0.17)에 0.09, 올 11월(지방평균 0.17)에 0.10으로 아주 낮은 편이다.

제조업 비중 낮고 외부 의존 높을수록 하락

흥미로운 건 대구와 인천의 경우 1986∼1990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 증가율이 각각 16.9%와 15.3%로 전국 평균과 엇비슷했으나, 그 뒤 생산이 뚝 떨어져 1996∼2000년(전국평균 증가율 6.2%)에 대구 3.9%, 인천 2.8%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대구 경제부터 보자. 대구는 전국(기준=100) 대비 1인당 총생산 수준이 1985년 72.5%(13위), 1990년 75.6%(14위), 1995년 70.9%(15위)로 떨어지더니 2000년 63.5%(16위)로 다시 낮아져 전국 시·도 중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2001년과 2002년에도 꼴찌를 면하지 못했다. 이유는 제조업의 퇴조 때문이다. 대구 경제의 제조업 성장률을 보면, 1986∼1990년(전국평균 성장률 11.3%)에 9.1%를 기록했으나 1991∼1995년(전국평균 7.2%)에 0%, 1996∼2000년(전국평균 9.9%)에 -0.4%, 2001년(전국평균 4.4%)에 -0.1%를 기록하는 등 계속 후퇴하고 있다. 대구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 가운데 3.5%를 차지하는 반면 소비 비중은 5.2%를 차지해 소비지향적 경제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국델파이 외에 굵직한 기업이 없고, 영세 섬유산업 중심이라는 산업구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한국은행 최덕재 차장은 “전남·북의 경우 여천공단,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등 그래도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있어서 지역내총생산이 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며 “대구는 소비지향적이고 외부 의존적인 경제구조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북은 음식숙박업 비중 높아

성장세가 뚜렷한 충남은 상품·서비스를 지역 내에서 생산해 먹고사는 경제인 반면, 대구는 정반대의 구조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대구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대구에 살지만 직장은 구미·포항 등 경북 소재지에 두고 있는 시민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생산이 경북 지역으로 잡혀 대구의 1인당 총생산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3차 서비스업도 서울은 금융·보험·컨설팅 등 고부가가치형이지만 대구는 미용·목욕·음식숙박업 등 저부가가치형이라서 서비스 생산의 질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조업을 포기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도시는 없다”며 “대구는 교통허브 기능이 갖춰지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의 희망이 아직은 있다. 또 경북대·포항공대 등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도 대구 지역경제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대구 경제와 대조적으로 LG전자 구미공장, 포스코 포항공장 등이 있는 경북은 전국 대비 1인당 총생산 수준 면에서 1985년 103.6%(전국 4위), 1995년 112.0%(3위), 2002년 113.9%(3위)로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어음부도율에서도 2002년, 2003년 그리고 올 11월 대구 지역 부도율은 지방 평균(0.13∼0.17)보다 높은 0.15∼0.27를 기록해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인천은 동북아 경제중심 지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전국 대비 1인당 총생산 수준은 1985년 115.2%(2위)를 기록한 뒤 1995년 97.3%(8위)로 떨어졌다. 이어 2000년 82.8%(10위), 2002년 89.6%(9위)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인천시쪽은 “인천도 대구와 유사하게 시민들 중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역내총생산이 함께 낮아지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내총생산이 사업장 소재지를 기준으로, 인구는 거주지를 기준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인천의 1인당 총생산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천의 제조업 비중은 2002년 34.8%로 울산을 제외한 여느 광역시보다 월등히 높고 전남·북(27∼32%)에 견줘도 더 높다. 그러나 인천의 제조업 성장률은 1986∼1990년 11.0%에서 1996∼2000년 1.7%로 떨어진 뒤 2001년 -15.1%로, 2002년 -5.1%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올 11월 어음부도율 순위(대구 1위 0.27, 전북 2위 0.26, 광주 3위 0.23, 인천 4위 0.22)는 지역경제 형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광주, 전남·북은 지역내총생산에서 음식숙박업의 비중이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2002년 음식숙박업이 지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전국평균 2.4%)을 보면, 광주 3.6%, 전남 3.6%, 전북 3.0%로 관광지역인 제주(8.2%), 강원(6.1%)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음식숙박업 비중으로 봐도 전남이 7.0%를 차지했는데, 이는 경남·북(5∼6%)보다 높고 관광으로 먹고사는 강원도(6.4%)보다 더 높다. 이처럼 호남에서 음식숙박업이 특화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지역경제가 음식숙박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호남 지역의 음식산업 발달을 수치로 보여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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