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경제]
한국 수출산업이 빨리 벗어나야 할 ‘오스트레일리아’ 의존
▣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50달러를 넘나드는 국제유가와 더불어 원자재 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초의 원자재 대란이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2분기에는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중국의 긴축정책 완화, 인도의 고성장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도 불안하나마 상승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 7월을 전후로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바꾸었다. 미국의 상품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21개 주요 상품의 선물시세를 지수화한 CRB 선물가격지수(1967년=100)를 보면 지난해 말 255.3이었으나 올해 3월에는 283.8까지 3개월새 11.2%나 상승했다. 그 뒤 6월까지 CRB는 265.9까지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다가 7월 이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276.5를 기록했다.
잠잠해진 가격 7월부터 다시 올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품목별로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철강과 니켈과 동의 상승폭이 커 2001년 말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 8월 말까지 각각 224%, 120%, 97% 올랐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과거와 달리 수요 압력이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공급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발생할 경우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최근 노사분규 등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석탄·철광석 등의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해당 산업은 물론이고 관련 산업들의 제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친다. 세계 선진국의 기업들은 대응책으로 소비자들에게 고비용을 전가하는 전략을 추진해 효과를 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심지어 실적 향상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세계 물가상승은 실질소득 감소, 수요 위축으로 작용하여 경기 후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해운·항공·철강·자동차·조선 등 국내 관련 업계의 채산성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료비 부담은 가중되지만 내수 부진으로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다. 그 결과 원가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연쇄 도산에 대한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배럴당 5달러 상승 때 경제성장률이 연간 0.3%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0.5%포인트 오르게 된다. 한 연구기관에 의하면 올해 석유화학제품 가격 8%, 철강 가격 20%, 비철금속 가격 20%씩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경우 생산자물가는 0.62%, 소비자물가는 0.2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다시 생산자물가 0.62% 상승이 수출단가로 전가될 경우 수출은 7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4분기 들어 수출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은 교역 조건 악화 등 한국 수출산업 전반에 주름살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3분기에 수출증가율이 하락한 것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채산성의 지속적인 악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4분기 수출 애로사항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 압력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동북아 넘는 ‘아시아 네트워크’ 필요
특히 지난해 한국 석탄 소비량의 45%, 금의 44%, 철광석의 57%, 니켈의 65%를 오스트레일리아가 공급했듯이 오스트레일리아발 원자재 대란이 발생할 경우 원유 이외의 원자재를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가장 많이 공급받는 우리나라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원자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러시아가 중심이 된 동북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상에서 머물지 말고 중앙아시아-인도-오스트레일리아-아세안을 잇는 ‘아시아 에너지경제 네트워크’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