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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약발 떨어진 미국

등록 2004-08-20 00:00 수정 2020-05-03 04:23

[지구촌경제]

고용지표 악화와 더불어 경기회복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지난 1년간 감세와 저금리의 효과로 경기회복을 보였던 미국 경제가 최근 들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첫째주 금요일에 미국의 다우, 나스닥, S&P500 지수 모두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아침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비농업 신규 일자리 수는 지난 3월에 35만3천개를 정점으로 4월에 32만4천개, 5월에 20만8천개로 하락했다. 그렇지만 이때까지 고용지표는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 6월에 7만8천개로 일자리 수가 급감했을 때만 해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포함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7월에는 최소 20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수의 증가를 확신했다.

연준 금리 인상의 그림자

그런데 7월의 신규 일자리 수 증가가 6월보다 크게 약해진 3만2천개로 발표되자 월가의 반응은 한마디로 ‘충격’과 ‘재앙’이었다. 사실 고용지표의 악화는 예상된 것이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지난 6월에 0.7% 감소(인플레율을 감안하면 0.9% 감소)하며 3년래 최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즉, 6월 들어 고용 사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소비심리가 냉각되자 기업은 투자를 조절, 고용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성장률 하락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하던 GDP 성장률은 2분기에 3.0%(당초 전망치 3.7%)로 예상되는데, 이는 1분기 실적인 3.9%(예상치 4.5%)보다 크게 후퇴한 것이다.

최근의 경기둔화 및 고용지표 악화와 관련하여 감세와 저금리의 반사효과를 보았던 미국의 경기회복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준은 2000년 말까지 6.5% 수준이었던 금리를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던 2001년 1월3일부터 계속 인하하여 2003년 6월25일 1%까지 인하했고, 이 수준은 지난 6월30일 0.25% 인상하기 이전까지 유지됐다. 마찬가지로 부시 행정부는 2001년 5월부터 2002년 3월과 2003년 5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감세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저금리와 감세 효과는 표면상으로 지난 1년의 경기회복과 관련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경기회복이 향후에도 지속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범위 내의 완전고용이 이뤄지고 적절한 임금이 책정돼야 한다. 그 경우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내수가 살아나 경제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2003년 6월 6.3%를 정점으로 지난 1년간 하락 추세를 보였음에도 5.5%라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빈곤률의 지속적인 증가 등 소득분배의 악화로 미국 경제가 향후에도 강력한 팽창 속도를 회복할 정도의 내수기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8월10일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다시 0.25% 인상한 것도 역설적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의 확산을 막으려는 궁여지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미국 경제가 향후 더욱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연준이 금리 인상을 강행함으로써 성장세 둔화 속에 물가는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감세 효과 소진, 논란 속으로

미국의 경기 둔화로 감세 효과가 소진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가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2001년 이후 미국 경기의 침체와 최근 한국 경제의 침체의 원인이 다르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감세를 통해 중산층 이상의 소비심리나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단순논리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내수산업과 연관관계가 취약한 수출산업구조, 재무안정성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는 한국 기업의 상황 등을 간과하는 것이다.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나 기업이 세금이 높아 소비와 투자를 안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여당의 재정 확대 역시 현재의 경기침체가 상당부분 총공급 측면의 충격에 기인하고 있기에 민간자본이 감당하기에 규모가 너무 크고 위험한 프로젝트를 정부가 수행함으로써 민간부문의 성장잠재력이 한 단계 확충될 기회로 활용하지 않는 한 부작용만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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