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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살인마는 고독했을까

등록 2004-07-22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드라큘라·늑대인간·프랑켄슈타인까지 부른 어드벤처 괴물 퓨전극 </font>

▣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반헬싱’이라고 하면 브람 스토커의 에서 낯이 익은 인물이다. 좀 그로테스크한 학자였다. 성격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비학문적 존재라 할 드라큘라의 실재를 확신하며 그 뒤를 추적하는 냉철한 학자라는 점에서 괴짜 같은 인물이었으니까. 1, 2편으로 어드벤처 오락물의 거물이 된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그를 조연급 캐릭터에서 반영웅의 성격을 가미한 주연으로 변신시켰다. 빠른 두뇌회전은 기본일 터이고 의 고고학자 해리슨 포드보다 한결 두꺼워진 근육질에다 본능적인 선악 감식안, 투철한 정의감까지 덧입혀서. 애초 캐릭터의 매력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건 그를 반영웅으로 만들려 한 점이다. 보통 사람들은 반헬싱(휴 잭맨)을 희대의 살인마로 여긴다. 경찰은 거액의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으스스한 어둠이 내려앉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에서 반헬싱은 하이드가 된 지킬 박사와 혈투 끝에 마침내 괴물을 처단한다. 숨이 끊어진 괴물은 연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형체로 돌아간 뒤였고, 이를 본 인간들은 자신을 악의 세력에서 보호하는 반헬싱을 악마 취급한다. 그렇다면 은 고독한 영웅의 블록버스터 목록에 끼어들려는 걸까?

스티븐 소머즈는 여름용 롤러코스터 영화에 그런 감상적인 대목이 과다하게 늘어지길 원하지 않는다. 반헬싱은 괴물 살인면허를 취득한 바티칸 교황청 소속의 007이다. 007은 인간의 손가락질에 주춤거리거나 자신의 존재를 회의할 틈이 없다. 게다가 그는 새 임무를 부여받았다. 트란실베니아에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러 가야 한다. 반헬싱과 하이드의 결투 액션극이 암시한바, 이제부터 인기 괴물 캐릭터가 드라큘라 성에 집합해 더 거대한 액션극을 꾸며야 한다. 드라큘라와 그의 관능적이고 치명적인 세 아내, 그리고 의 공포스런 이미지의 주역이었던 에일리언 알들을 판박이처럼 되풀이한 그들의 알들과 이 알들을 부화시키기 위해 애쓰는 흉측한 부하들이 한편이다.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의 새로운 탄생 비밀은 자기 새끼들을 알에서 깨어나게 하는 도구로 만들기 위한 드라큘라의 계획에 있었다는 게 의 상상력이다. 프랑켄슈타인처럼 비교적 중립적인 괴물은 늑대인간이다. 물론 반대 진영은 반헬싱이며, 그와 한편이 되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으니 드라큘라 일가와 400년 동안 운명적인 싸움을 지속해온 발레리우스 가문의 마지막 후예 안나 공주(케이트 베킨세일)다. 이들이 한자리에 조우하면서 이야기는, 좀 심하게 말하면, 뒤죽박죽이 된다. 반헬싱은 늑대인간이 되어가고, 프랑켄슈타인은 그 선한 눈빛으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며 인질이 돼버리고, 안나 공주는 늑대인간이 돼 돌아온 오빠 앞에서 주춤거린다.

가 그랬듯 어드벤처의 쾌감이 궁극의 목적이지만 은 다양한 괴물들의 퓨전극이라는 점이 매력이다. 프랑켄슈타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흑백 필름이 이야기 앞의 이야기로서 맛깔스런 입맛 돋우기 구실을 한다. 프랑켄슈타인이 비록 조연이지만 어쩐지 맘이 끌리는 캐릭터라면, 케이트 베킨세일은 휴 잭맨 혼자로는 감당 못할 눈길 끌기에 성공적으로 조력하는 배우다. 케이트 베킨세일은 또 다른 괴물 퓨전극 에서 늑대인간을 처단하는 창백한 드라큘라 킬러로 나왔던바, 이번에는 진영만 바꿔 드라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뿐 그 매혹적인 여전사 이미지를 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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