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박사 출신이 총리 자리에 앉은 인도… 분배정의와 성장 모두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지난 5월13일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가 이끄는 힌두민족주의 노선의 집권당 인도인민당(BJP)을 누르고 국민의회당(Congress party)이 8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1991년 타밀 극단주의자에게 암살된 라지브 간디 총리의 부인인 소냐 간디의 국적 문제(이탈리아 태생의 로마 가톨릭 신자)와 그녀의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말미암아 그녀는 집권당 당수로 남기로 하고 총리직을 사절했다. 5월17일 129년 전통의 뭄바이 증시 역사상 11%라는 최악의 폭락 사태를 경험한 인도 증시는 새로운 총리로 나라시마 라오 총리 집권기간(1991~96) 동안 재무장관을 역임한 71살의 만모한 싱이 결정되자 환영의 표시로 상승세로 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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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의 우려를 불식시켜라”
총리로서 자질과 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던 소냐 간디 집권당 당수와는 달리 옥스퍼드 경제학 박사 출신의 만모한 싱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왔던 인도를 시장경제체제로 변모시키면서 1990년대 초반 인도의 성장기반을 마련한 공로로 많은 인도인으로부터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인도 역사상 최초의 비힌두교 총리이기도 한 그는 총리 지명에 대해 “인도와 전세계 가난한 사람들과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개혁의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신임 싱 총리 내각은 경제개혁의 기본 청사진(Common Minimum Program)을 발표했다. 공산당과 연정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싱 총리 정부는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지원, 공기업 민영화의 전면적 유보 등 좌파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대신 향후 10년간 7~8%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분배정의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9개 정파의 연정을 유지해야 하는 만모한 싱 정부의 5년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싱 총리는 사회적 조화의 법치주의 원칙을 경제정책의 기본 청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을 추격하고 있는 인도가 7~8%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지속적인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반시장주의 정책을 펼치게 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싱 총리는 외국인 투자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달리 카스트제도 같은 봉건적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인도는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한 하층 계급의 교육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다. 교육에 대한 투자를 통해 빈곤계층에게 더 양질의 취업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빈곤의 악순환이 단절돼야 한다는 것이 싱 총리의 성장-분배의 조화로운 해법이기도 하다.
10년간 승계돼온 개혁 · 개방 정책
1991년 10월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인도가 만모한 싱 재무장관의 시장개혁 정책에 힘입어 지난 10여년간 큰 변모를 하였다. 1948년 영국 통치로부터 독립한 이후 네루모델에 기초하여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구축하고 대외개방에 소극적이었던 인도가 과감한 개방정책과 시장친화적 개혁정책을 도입한 결과 정체됐던 성장률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1996년 정권 교체로 인도국민당 주도의 연립정부가 출범했으나 라오 연립정부 아래에서 만모한 싱 전 재무장관이 닦아놓은 개혁·개방 정책이 승계돼왔다. 이번에 국민의회당의 재집권으로 만모한 싱이 총리로 임명되면서 인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공산당을 비롯한 좌파 정당들의 영향력 증대로 개혁이 쇠퇴할 것인가 아니면 개혁·개방의 전도사였던 싱 총리의 합리주의적 경제정책이 성공할 것인가에 세계는 다시 주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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