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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고속 성장의 딜레마

등록 2004-05-14 00:00 수정 2020-05-03 04:23

최근 ‘차이나 쇼크’는 고유가 · 고물가 · 고금리 추세와 무관하지 않아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강제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경기 과열을 방지할 것”이라는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4월28일 발언이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 우려를 확산시키면서 ‘차이나 쇼크’가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원 총리가 지난 3월에도 국무원 업무 보고에서 경기 과열을 우려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 좌우로 낮게 잡고 안정적인 경제 운용을 약속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9.7%라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자 중국 정부가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달러화 약세는 고유가의 주범

사실 중국 경제의 초호황은 그동안 세계 경제, 특히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소비(전년동기 대비 10.7% 증가)를 크게 웃도는 과잉 투자(43% 증가)로 나타난 과열 성장은 금융 부실의 심화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크게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로 2003년 2분기 이후 총통화 증가율이 20%대를 상회했고 올해 1분기 시중은행의 신규 대출이 9131억위안으로 올해 목표치(2조6천억위안)의 3분의 1을 넘어선 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량의 빠른 팽창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올 들어 1분기 말 현재 3% 가까운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가 지나치게 뛰어오르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져 중국 지도부가 가장 우려하는 사회 안정을 해칠 수 있다. 이에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4월29일 긴급회의를 열어 민간은행의 대출 기준 금리를 현행 5.31%에서 0.5% 인상하고 과열 업종에 대해서는 신규 대출 중단과 기존 대출 회수 등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편, ‘차이나 쇼크’는 최근의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최근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차이나 쇼크’의 직접적 영향권의 밖에 있다는 주장이 있긴 하지만 최근의 신3고는 중국의 과열 성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2003년 말 현재 4033억달러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외환보유고의 급증은 미국 경상수지 적자와 달러화 약세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달러화 약세는 불안정한 중동 정세나 미국의 수급 우려 그리고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석유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초고속 성장에 따른 중국의 수요 확대와 더불어 고유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약달러 및 에너지 가격의 인상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의 우려를 증대시키고 있다. 지난 4월29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개인 소비지출 물가지수는 3.2% 상승해 3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은 최근 10년간 국채 수익률의 상승에서 보듯이 금리 인상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인상의 우려는 일시적으로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인상 우려가 제기되던 지난 3월과 4월에 큰 폭으로 금 선물이 하락하는 등 약달러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한다. 엔-달러는 지난 3월 말 105.835에서 4월 말에는 110.26으로, 그리고 달러-유로 또한 지난 3월 말 1.2178에서 4월 말에는 1.19815로 달러화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미국 증시 강세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저금리와 약달러 환경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강달러는 미증유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경상수지를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과열진정책의 파장은 어디까지

이처럼 중국의 초고속 성장은 물가와 금리 인상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가계빚 악화와 증시 침체 그리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석유 가격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근 중국 정부의 과열진정책, 이른바 ‘차이나 쇼크’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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