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으로 발언권 강화된 중국… 동북지역개발의 큰 틀 속에 북한 개방 유도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2004년 4월 김정일 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은 지난 2000년 5월과 2001년 1월의 두 차례 방중과는 대조적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북한의 대외관계 전략이 2000년 이전으로 다시 이동했다는 점이다.
식량 · 에너지난, 체제 위협
식량난과 에너지난 등으로 인한 북한의 경제침체는 체제 유지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북한 경제난의 타개는 크게 두 가지 문제의 해결로 압축된다. 하나는 경제를 정상화할 때까지 안정적인 식량 확보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개발을 위해 충분한 해외자금을 확보하는 문제다.
북한은 2000년 이전까지 북-미 관계 타결을 통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런데 북한에 대해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미국 부시 정권의 등장으로 북한의 계획은 난관에 봉착했고, 이에 북한은 한국의 협조와 지원 속에 러시아와 일본 등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2002년 가을 중국의 양빈 장관 구속과 미국의 북핵 문제 제기는 이러한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켰다.
북한 경제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리더십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북한 경제가 1990년대 말부터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762달러로 추정되는 2002년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0년(1142달러)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은 매년 50만t 정도의 원유와 30만t 안팎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대중 수출도 2000년 3700만달러에서 2002년 2억7100만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의 지속과 적극적 참여를 약속하고,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중국의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에 대한 중국의 발언권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에 제공한 ‘화려한 선물’의 대가로 중유와 식량 등의 무상지원이 뒤따랐다. 북한이 시베리아 횡단 철도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나 양빈 구속 사건 등으로 틀어진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맹방 관계를 재확인했다는 것은 북-중 관계의 비대칭적 현실을 인정한 것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남한에서도 중국 역할 확장
특히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중국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동북 3성 진흥 계획에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연계해 추진하려는 방안이 논의됐고 이는 ‘동북공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즉, 중국은 신의주특구 재추진 등 북한의 개방과 개발을 동북지역 개발의 큰 틀 속에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이고, ‘한국-북한의 개성공단과 신의주특구-중국 동북부-시베리아’라는 연결고리를 동북아 개발플랜의 중심축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즉, 북한을 중국 동북지역의 틀 속에 묶음으로써 북한 핵 해결과 그에 따른 신동북아 질서의 출현 과정에서 중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최고지도부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의 권유’라는 남한에 대한 선물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이는 남북 관계에서도 중국의 역할을 확장해 과시하는 것이다.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이 주도했던 한반도 문제가 중국과 미국 주도로 바뀌고 남북의 대중·대미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에 때맞춰 개성공단을 위한 대북 송전 방침이 결정되고, 2001년 1월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방문 뒤 결심한 ‘금강산밸리’ 건설계획이 남북경협의 합의사항 중 하나로 발표됐다. 중국이 주도하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이나 경제개발 과정에 소외되지 않으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눈물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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