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은 가격 결정 구조의 근본적 변화 반영
왕윤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4월15일 현재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 37달러,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기준 3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유가 수준은 2003년 3월 중순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과 유사하다.
OPEC 강경파들, 원유가격밴드제 실시
지난해 5월 이라크 전쟁 종결 직후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하향 안정화했으나, 지난해 4분기 이후 이라크 내 테러가 전혀 진정 양상을 보이지 못하면서 이라크의 원유 공급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시작했다. 한편 수요 측면에서 미국 경제의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국제유가는 수급 불균형을 보이기 시작해 최근 6개월 사이에 WTI 기준으로 20% 이상 상승했다.
국제유가의 상승이 일시적인 수급 상황을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제유가의 결정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인지 전문가들의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국제유가의 결정 구조에 근본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첫째, 1998년 말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등장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강경파들이 2000년부터 국제유가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쿼터를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정책, 이른바 목표원유가격밴드제를 실시하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까지는 증산을, 그 이후에는 감산을 실시하고 있는데 OPEC은 국제유가의 하락이 예상될 경우 선제적으로 감산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둘째, 2001년 9·11 테러 이후 산유지인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정세 불안정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의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라크 전쟁이 끝날 경우 이라크의 원유 공급이 원활히 재개돼 국제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라크의 정권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종족간·종파간 유혈분쟁이 지속되면서 이라크의 원유 공급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최근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자 살해를 계기로 중동 지역의 유혈분쟁 위험은 더욱 고조돼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국제유가는 적어도 5달러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2000년 이전에는 달러와 국제유가가 동조화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2000년 이후에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저금리를 배경으로 국제 금융시장을 이탈한 국제 투기자금이 국제유가를 투기 대상으로 삼으면서 달러 약세시 석유를 사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후퇴국면에도 유가 하락 제한적
국제유가는 이러한 구조적 요인을 반영하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따라 경기순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최근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함께 고유가 시대의 개막은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기가 다시 후퇴 국면에 진입할 경우에도 국제유가의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석유수입량이 급증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국제유가가 중장기적으로 40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경제는 별다른 대체에너지 수단을 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는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구금’ 서울구치소 오늘 저녁은 ‘불고기·콩나물국’
[속보] 공수처 “윤 대통령 저녁 식사 후 조사 이어가”…메뉴는 된장찌개
윤석열, 끝까지 ‘거짓 선동’…체포당했는데도 “자진 출석” 강변
윤석열 체포에 국힘 격앙…“불법체포감금” 공수처장 고발
설 민생지원금 1인당 50만원까지…지자체, 내수경제 띄우기
윤석열 “탄핵소추 되고 보니 이제야 대통령이구나 생각 들어”
김건희 석사 학위 숙대 취소 기류에 국민대도 박사 학위 취소 논의
윤석열 체포 때 김건희는…“안됐더라, 얼굴 형편없더라”
7시간 만에 끝난 ‘윤의 무법천지’…1차 때와 뭐가 달랐나
강경파 김성훈에 등 돌린 경호처 직원들, 윤석열 체포 길 터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