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호 표지이야기, 그 뒤]
여러 독자들이 ‘우리는 하나인가’ 기사 내용의 ‘친북 편향성’을 문제삼았다. 어느 독자는 ‘그렇게 좋으면 아예 북으로 가라’는 항의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친북이란 비판은 좀 황당했다. 황당했던 이유는 글 뒤에서 설명하겠다.
되풀이하자면 그 기사는 남북 서로 다름의 ‘이해’와 ‘공존’의 필요성을 주장했을 뿐이다. 일부 독자들의 오해처럼 남(북)이 북(남)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처지나 논리를 이해해야 제대로 된 반대도 할 수 있다. 평범한 남쪽 사람들은 정작 북쪽 사회의 작동 원리와 구체적 현실을 거의 모르지 않는가.
그동안 남쪽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는 ‘통일이냐, 평화냐’ 하는 딜레마가 있었다. 평화는 ‘분단 관리’라고 볼 수 있고, 통일은 ‘분단 변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남쪽 사람들은 북쪽 응원단의 모습을 보면서 남과 북이 하나되기까지는 엄청난 과도기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준비되지 않은 급격한 통일보다는 싸우지 않고 공존하는 둘이라는 의미의 평화가 통일보다 지금 상황에서 더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 선행조건이다. 성급한 통일, 준비되지 않은 통일을 입으로만 주장할 게 아니라, 공존의 미덕을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할 때다. 이게 북쪽 응원단이 남쪽 사회에 던져준 ‘화두’가 아닐까. 기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는 북쪽 통일논리와는 정반대다. ‘분단의 장벽을 허물자’며 줄곧 ‘분단 변경’을 공식 주장해온 북쪽 당국은 ‘분단 관리’ 주장을 ‘영구분단·반통일음모’라고 비판해왔다. 만약 조선노동당에서 대남사업을 하는 간부가 이 기사를 읽었다면 십중팔구 ‘권혁철=반공화국(북) 선동꾼’으로 낙인찍었을 것이다. 일부 독자로부터 ‘친북’이란 비판을 받은 데 대해 황당했다고 한 이유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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