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일의 과학읽기
크레이그 벤터는 인간 게놈 해독을 발표한 논문에 “한 인간의 모든 특성이 게놈에 의해 영구 회로로 설정됐다는 결정론과 유전자의 기능과 상호작용이 파악되면 인간의 변이성을 인과론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환원론은 오류다”라고 적었다. 이 말에 색다른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일까? 일란성 쌍둥이의 예를 보아도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특성이 유전적으로 결정됐다고 믿을 사람은 없기 때문에 새삼스럽지 않다. 또한 결정론과 환원론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했지만 용어에 특별한 의미를 둔 것 같지는 않다.
유전적 결정론의 결정론(determinism)에서 운명론(fatalism) 외의 뜻을 찾기는 어렵다. 결정론은 도덕적 선택을 포함한 사건이 이전의 원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상이다. 이때 엄격한 의미에서 자유의지를 배제하지만 모순이 없이 행동을 결정짓는 정신상태 이전의 원인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결정론 자체를 오류라고 단정하지는 못한다. 환원론(reductionism)이란 전체를 기본적인 요소의 합으로 보는 견해이다. 인간의 특성을 유전만이 아니라 환경적 요소의 원리를 포함시켜 해석할 수 있는 이상 환원론도 오류라고 할 수는 없다.
벤터는 인간의 행동이 (선)천성(nature)의 결과인지 아니면 후천적 교육(nurture)에 의해 결정되는지에 관한 뿌리 깊은 논쟁에서 지난 100년간 과학과 문화의 주류를 이루던 후천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아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20세기 초 조작적 조건화에 의한 행동 변화를 연구하는 행동심리학이 탄생하여 인기를 얻은 것은 인간이 평등하게 태어나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인간을 학습하는 동물로 보아 학교 수업과 문화의 영향이 천성을 압도하는 것으로 믿게 되었다.
이 가운데 동물행동학의 창시자 로렌츠는 갓 부화된 거위나 갈까마귀 새끼가 최초로 본 움직이는 물체를 자기 종으로 인식하는 각인찍기(imprinting) 발견 등을 토대로 하여 1930년대 종에 따라 유전적으로 결정된 대로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학습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1960년대 인간의 공격성이 진화의 산물이라고 기술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그뒤 1970년대 사회생물학을 창시한 윌슨은 로렌츠를 지지했으며 또한 이타주의나 동성애 등도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생물학적 노력으로 해석하였다.
이들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확대 적용한다는 등의 비판을 받아왔으나 주류 환경결정론 속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학술적 논쟁은 앞으로 이뤄질 유전자 연구에 의해 가려질 것이지만, 문제는 게놈 해독에 편승한 섣부른 일부 과학자의 주장에 있다. 예를 들어 인간 행동에 영향을 주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유전자와 연관시켜 유전자 조작에 의해 폭력성 등 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아마도 벤터가 이러한 인간의 정신적 행동 특성을 개인적 잣대로 재는 생물학적 결정론자에 대해 경고를 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 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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