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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클론항체의 ‘암폭격’ 시작되나

등록 2006-03-31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타사브리’가 재임상 허가 받아 출시될 길 열려… 소규모 생명공학 업체들이 종양·면역·전염병 치료제 개발에 성과 보여</font>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올해 환갑을 맞은 이희준씨는 등의 통증을 느끼기 전까지 주말마다 등산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통증은 하루가 다르게 깊어만 갔다. 처음엔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거나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는데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종합병원을 찾았을 때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진단을 받았다. 골수종이 자라서 척추신경을 누른 데서 비롯되는 통증이라는 것이었다. 병명은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암인 ‘다발성골수종’이었다. 차츰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다는 말에 이씨는 곧바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의 놀라움, 제품화엔 시간 걸릴 듯

지금까지 다발성골수종의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B림프구가 자라면서 형질세포가 증식해 발병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뿐이다. 이씨처럼 척추와 늑골 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지속적인 골통증으로 골절에 이르기도 한다. 다발성골수종에 걸린 환자는 폐렴이나 요로계 감염 등을 흔히 겪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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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파티마병원 이정림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병의 진행 속도가 느려 발병 뒤 대부분 5년 정도는 생존한다. 문제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등에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통해 완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누구나 시술을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다발성골수종은 치명적인 질병임에도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 그렇다고 완치에 대한 희망을 접을 필요는 없다. 지난 2004년 임상 3상을 통과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까지 받았던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ies) 치료제 ‘티사브리’(Tysabri)가 재임상 허가를 받아 시장에 출시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오젠사와 아일랜드 엘란사가 공동 개발한 티사브리는 시판 3개월 만에 ‘공포의 약물’이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야 했다. 티사브리를 복용한 환자에게 진행형 다초점성 백질뇌병증이 발병해 두 사람이 목숨을 잃은 탓이었다.

그렇다면 티사브리는 시장 퇴출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현재로선 티사브리가 고부가가치 의약품으로 환자를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지난해 2월 퇴출 이후 복용 환자 3천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안전성을 의심할 만한 부작용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1차 임상시험에서 2년 동안 티사브리를 투여했을 때, 증상을 42%나 개선하고 재발률을 67%가량 낮췄던 효과를 기대하는 환자들이 늘어났다. 재임상시험에서는 뇌 안에서 면역기능이 떨어진 까닭이 단클론항체에 의한 것인지, 다른 면역억제 요법 치료에 의한 것인지를 밝힐 예정이다.

사실 단클론항체의 놀라운 가능성은 1980년대부터 예견됐다. 독성물질이나 방사성 동위원소 등을 장착한 단클론항체가 열추적 미사일처럼 암세포에 맞서 치명적인 폭격을 가할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단클론항체는 전염성 병원균도 무력화할 것처럼 보였다. 단클론항체들이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약탈자 무리를 둘러싸 외딴 곳에 묶어두면 대기 중이던 면역체계 킬러세포들이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공격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클론항체가 제품화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체에 들어갔을 때 목표물을 찾기도 전에 간에 흡수되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속속 드러났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클론항체는 좋은 약이 아니다. 단클론항체의 특성상 실험실 밖에서 제약업체에서 사양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선 단클론항체가 생물분자들인 까닭에 본질적으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예컨대 면역글로불린 G만 해도 평균 1300개의 ‘키랄’(chiral·분자 합성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 있으며, 2의 1300제곱개의 거울상 형태의 편종이 있다. 이로 인해 임상에 응용되는 수준의 단클론항체에 투여되는 시간과 비용은 저분자 물질의 2배가량 된다. 생물학적 생산 과정에서도 합성에 의한 혼합물이 나타나 이를 관리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단클론항체의 가능성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미 18종의 단클론항체가 시판되고 있고 임상시험에 들어간 제품만 해도 300종을 웃돈다. 주로 종양이나 면역, 전염병 치료제로 개발되는 것으로 키메라 형태(chimeric), 인간화된 형태(humanized), 완전 인간화된 형태(fully human) 등으로 구별된다. 이들 단클론항체 시장은 소규모의 생명공학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약물을 개발하는 데 대략 250억원이 들어가는 데 견줘 10분의 1 정도만 투자하면 단클론항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클론항체가 만성질환 치료에도 적용될 기미를 보이면서 대형 제약업체도 시장에 진입할 시기를 엿보고 있다.

전세계 재조합 의약품 선두주자

실제로 단클론항체의 비약적인 발전은 의료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고작 2개의 단클론항체가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다. 장이식거부용과 혈전방지용으로 개발된 것이었다. 그러다가 미국 메데렉스사가 인간화 항체로 개발한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Humira)가 성공하면서 사정이 급변했다. 지난 2004년 파이자사는 메데렉스사와 총액 5100억달러에 이르는 10년 계약을 체결했다. 대형 제약회사들이 개발 실패의 위험을 줄이면서 항체 시장에 간접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인 셈이다. 단클론항체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한 제약회사는 로열티만으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도 있다.

최근 단클론항체를 개발하는 기업이나 연구소는 유전자변형 동식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선택된 항체를 지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동물이나 식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유전자조작을 거친 포유동물이 단클론항체가 포함된 젖을 생산할 수 있는데 1g의 항체를 얻는 비용이 12만원 안팎이면 된다. 이는 생물반응기에서 만드는 것보다 60% 이상 저렴한 것이다. 다만 동물은 유단백에서 단클론항체를 분리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에피사이트사와 다우사는 단일클론을 생성하는 옥수수를 개발해 경구 투여 약물로 활용하려고 한다. 이 항체는 소화기나 호흡기의 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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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단클론항체 의약품은 전세계 재조합 의약품 시장의 선두주자다. 유전자 재조합 식물을 이용한 단클론항체에 대한 규제가 예견되지만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항체의 반감기를 개선하고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는 게 급선무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서 특허 의존도가 낮아져 진입 장벽도 낮아지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의대 연구팀과 벤처기업 다이노나가 단클론항체 급성 백혈병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 1상에 들어가는 등 발전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머지않아 단클론항체 전염병 백신이 개발돼 주사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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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종양 미사일로</font>

<font color="darkblue">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바이러스 치료법 효과 보여</font>

바이러스만큼 교활한 자연의 창조물도 드물다. 혈혈단신으로 어디든 파고드는 이들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단백질로 이뤄진 결정성 케이스에 유전물을 빼곡히 채우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으면 유전자를 밀어넣고 세포의 유전자 복제나 단백질 합성을 시도해 유전물질을 수조 개씩 만들어내는 데 있다. 끊임없는 복제로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고 파괴해 에이즈나 감기, 전염병 등을 일으키기 일쑤다.
심각한 골칫거리로 여겨지던 바이러스가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특정 바이러스가 종양 섬멸 미사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감염시켜 파괴할 수도 있다. 이른바 바이러스를 이용한 치료법 ‘바이로테라피’(virotherapy)가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연구자들은 멀쩡한 세포까지 파괴하는 기존 화학요법에 바이러스를 이용하려고 한다. 어떻게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류가 암을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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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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