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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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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타고 우주로!

등록 2006-03-03 00:00 수정 2020-05-03 04:24

로켓 발사보다 훨씬 저렴한 현대판 바벨탑, 우주 엘리베이터 세우려는 움직임…케이블 재료인 탄소나노튜브·레이저 빔 동력원 개발 등 현실화될 수 있을까!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인간의 우주를 향한 열망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지난 2003년 지구로 귀환하는 도중에 단열재 이탈로 폭발해 ‘우주 러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그것도 우주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 비단 우주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우주의 신비를 체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미국의 억만장자 그레고리 올슨이 사상 세 번째로 지난해 10월 2천만달러를 내고 우주를 경험했고, 내년에는 한국인 대학생 허재민씨가 한국오라클이 마련한 우주여행 프로모션에 뽑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하늘을 뚫어 ‘현대판 바벨탑’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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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가가린 이전부터 관심 모아

최근 우주 연구자들은 하늘로 향하는 계단을 만들고 있다. 공상과학 수준에서 거론되던 ‘우주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 미국 시애틀의 리프트포트그룹은 우주 엘리베이터를 위한 케이블을 만들어 애리조나사막의 지상 1.6km 상공에 올리는 데 성공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실험에서 대형 기구를 이용해 리본 케이블을 300m 상공에 물품을 수송하는 로봇으로 올린 바 있다. 이번 실험에 쓰인 케이블은 3개의 탄소섬유 복합재료 끈을 4장의 유리섬유 테이프 사이에 끼워넣었다. 이 케이블은 종이 6장의 두께에 5cm의 너비로 3개의 기구에 의해 하늘로 솟았다.

이번 실험으로 우주 엘리베이터 탑승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로봇 승강기는 겨우 케이블을 타고 460m를 올라가는 데 그쳤을 뿐이다. 로봇이 승강기로 변신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우주 엘리베이터에서 승강기를 매달 케이블을 적어도 1만km 길이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인공위성 같은 우주에 있는 물체와 연결할 수 있다. 또 ‘로봇 승강기’가 우주 공간에서 작동되려면 지구에서 발사되는 레이저 빔 같은 동력원을 활용해야 한다. 그야말로 걸음마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실험이지만, 리프트포트그룹의 마이클 레인 회장은 “케이블이 6시간 동안이나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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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우주와 지구를 연결하려는 야심찬 계획은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미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우주를 체험하기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파리의 에펠탑에서 아디이어를 떠올린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검토 가치가 있는 모델은 러시아 과학자 유리 아르추타노프가 1950년대에 발표했다. 당시 그는 우주와 지구의 정거장을 밧줄로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정지궤도 위성을 이용해 지구 표면으로 케이블을 늘어뜨리고 반대편에 평형추를 매달아 중심을 잡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상상력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당시의 기술 수준에서 우주를 연결하는 밧줄은 꿈도 꿀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공상과학(SF) 소설가 아서 클라크가 우주 엘리베이터에 관한 아르추타노프의 아이디어를 미래소설 <천국의 분수>(1978·Foundation of Paradise)에 소개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주 엘리베이터가 현실화될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주 엘리베이터의 기술적 가능성은 1991년 탄소나노튜브가 등장하면서 구체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분자로 이뤄진 튜브 형태의 결합물로 강철보다 100배나 단단한 소재다. 초기에 나노 기술로는 수m의 탄소나노튜브를 만드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었다. 더구나 우주 엘리베이터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데 필요한 전자기 추진체 개발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100억 달러 정도만 투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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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구와 우주를 잇는 엘리베이터는 기술적 제약에 가로막혀 소설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새로운 천년을 맞아서야 겨우 실체를 드러낼 수 있었다. 최초의 디자인은 2003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제2차 우주 엘리베이터 컨퍼런스에서 나왔다. 당시 미국 과학연구협회(ISR)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던 브래들리 에드워드 박사가 제안한 것이었다. 에드워드 박사는 정지궤도 3만5800여km 상공에 위성을 발사해 폭 90cm에 얇은 테이프 형태의 리본을 적도의 베이스캠프로 늘어뜨리는 모델을 제시했다. 베이스캠프는 태풍과 허리케인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번개도 드문 적도가 최적이었다. 여기에서 엘리베이터는 13t가량의 화물을 싣고 리본을 열차 궤도처럼 이용해 도르래로 우주에 오르는 식이었다.

이를 계기로 우주 엘리베이터는 현실의 영역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우주를 오가는 데 우주 엘리베이터만 한 게 없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기존의 로켓 같은 추진기술로 우주로 나가려면 kg당 2만달러를 웃도는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견줘 우주 엘리베이터는 1kg에 1천달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브라이언 로브셔 박사는 “우주 엘리베이터가 실현만 된다면 위성의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우주 개발의 진전을 이룰 것”이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탄소나노튜브 같은 첨단기술을 집대성한다면 10~15년 후에 시제품 제작이 완료될 수 있다. 2020년 이전에 우주 엘리베이터 탑승객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에 관련된 기술이 완전히 확보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 엘리베이터에 관한 ‘세기의 도전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도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NASA는 40만달러를 민간 스페이스워드 재단이 주관하는 ‘엘리베이터 2010’ 대회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NASA는 광전지 유래 빔 조사를 전력으로 변환해 25kg가량의 화물을 탑재한 로봇이 50m 길이의 케이블에 올라가게 하는 과제로 대회를 진행했다. 많은 양의 화물을 짧은 시간에 케이블 위로 올리는 게 관건이었는데 만족할 만한 기술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올해 NASA는 우승자 상금을 10만달러로 올려 대회를 후원할 예정이다.

이렇게 NASA가 우주 엘리베이터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가운데 민간 기업들도 활발하게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사들이 속속 등장해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과학연구협회에 속해 있던 브래들리 에드워드 박사만 해도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하려고 시애틀에서 하이 리프트 시스템사를 설립했다. 여전히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대하다. 에드워드 박사는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100억달러 정도만 투자하면 우주개발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대용량 엘리베이터 개발은 물론이고 화성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 어떻게 감당하나

그동안 우주 엘리베이터는 불가능의 영역에서 싹튼 아이디어였을 뿐이다. 어쩌면 우주 엘리베이터가 21세기 들어 ‘새천년 프로젝트’로 불리기 이전까지 기반 기술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우주 연구자들은 2018년 무렵에 우주 엘리베이터를 가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즈음에 NASA의 과학자들이 핵심으로 여기는 기반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노 기술 발달로 거대 탄소나노튜브를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이를 우주에서 제어하는 밧줄 기술이나 전력을 빛으로 전송하는 기술 등도 실현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력 전송 기술은 실험실에서 성과를 보여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8년 우주 엘리베이터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탄소나노튜브만 해도 안정적으로 케이블을 꼬아서 물체를 끌어올리려면 적어도 1m는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1cm짜리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리프트포트그룹이 실험에 사용한 탄소섬유 복합재료도 기술 혁신이 뒷받침돼야만 대형 승강기를 우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로봇 승강기 제작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NASA의 로버트 카사노바 박사는 “앞으로 50년 이내에 우주 엘리베이터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주 엘리베이터 기술을 시제품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기술적 한계가 드러날 것이다. 이로 인해 재정적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제기될 게 틀림없다.”

설령 우주 엘리베이터의 기술적 문제를 돌파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는다. 우주 엘리베이터가 빈번하게 지구와 우주를 오간다면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우주 엘리베이터 파편들은 인공위성이 폭발한 잔해나 용도 폐기된 로켓 등처럼 우주 쓰레기로 돌변할 게 틀림없다. 이들은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쓰레기와 달리 엄청난 속도로 지구에 직접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우주 엘리베이터가 잇따라 들어선다면 항공기가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도 없을 것이다. 자칫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이 끊어진다면 대형 참사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예컨대 공군은 항공사고를 이유로 112층(555m) 높이의 제2의 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할 정도다.

높은 마천루는 엘리베이터의 시작

지금으로선 우주 엘리베이터가 진면모를 드러낼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 과정에서 유용한 기술을 확보할 게 틀림없다. 게다가 인공 마천루의 높이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지구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008년 두바이에 들어설 160층(700m) 높이의 ‘버즈 두바이’보다 훨씬 높은 마천루가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미 리프트포트그룹은 기구와 케이블로 구성된 플랫폼을 ‘HALE’(High Altitude Long Endurance)라 이름 짓고 시판할 계획을 세웠다. 이 플랫폼은 상공에서 감시나 통신용 안테나 설치 등에 쓰일 예정이다. 우주 엘리베이터가 인간의 우주를 향한 열망을 갈수록 키워나가고 있다.



싸게 날 순 없을까

고체연료 대체하려는 다양한 시도, 최근엔 태양광 우주범선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사막에는 첨단 쓰레기가 숨겨져 있다. 하나는 에드워크 공군기지 격납고에 있는 우주선 X-33의 유물이다. X-33은 무려 12억달러가 넘는 예산을 투자했지만 우주선 무게의 10배가 넘는 연료탱크를 장착해야 하는 탓에 끝내 개발을 포기했다. 다른 하나는 X-33이 있는 곳에서 20km 떨어진 모하비공항에 있는 로터리로켓사의 시험우주선 ‘로턴’(Roton)이다. 로턴은 인공위성 발사 수요가 줄어들면서 경제성을 인정받지 못해 쓰레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우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우주 선진국들은 로켓 발사 비용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우주로 가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원인은 돈을 무더기로 삼키는 고체화학 연료로켓에 있다. 화학로켓은 장시간 동안 연속해서 운전하기 어렵고 폭발 위험성까지 높다. 우주왕복선은 발사 과정에서 굉음과 함께 로켓엔진에서 엄청난 양의 하얀 구름을 지면으로 내뿜는다. 이것은 우주광복선의 고체 연료 보조 추진장치에서 나온다.
기존처럼 우주비행체를 이용해 우주여행을 하려면 저비용 1단 로켓 개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 1단 로켓만으로 우주왕복선을 우주로 올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방식의 우주 로켓은 2025년 무렵에나 실현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액체연료 보조 추진장치를 우주왕복선에 도입하려고 한다. 액체연료 로켓은 연료의 주입량을 바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고체연료 로켓보다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연료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우주여행은 억만장자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저가의 일회용 우주 추진 시스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쉽게도 여기에 제안되는 추진체는 사람이나 화물의 운송보다는 탐사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우주 추진체에 관한 문제는 주로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기까지 제기되는 것들이다. 대기권을 벗어나 마하 25에 이르면 지구의 중력이나 공기저항에 영향을 받지 않아 자유롭게 우주를 날아다닐 수 있다. 기존의 화학 추진체 대신 우주 공간에 있는 물리적 힘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추진체가 ‘태양광으로 가는 우주범선’이다.
우주범선은 연료를 별도로 적재하지 않고 태양빛을 이용해 일정한 가속력을 얻는다. 처음에는 시속 160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지만 갈수록 태양풍에서 가속을 받아 100일쯤 지나면 시속 1만6천km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가능성에 힘입어 미국 캘리포니아 행성협회는 400만달러를 지원해 우주범선 ‘코스모스 1호’를 개발했다. 이 우주범선은 지난해 6월 러시아 북해함대 소속 핵잠수함에서 대륙간 탄도탄에 실려 우주를 향했다. 하지만 발사 직후 추진 로켓이 작동되지 않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런 실패에도 세계 각국에서 우주범선을 띄우려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이용한 우주범선이 명왕성까지 가는 데 5년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우주범선은 목성 바깥으로 나가면 태양광이 미약해 항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태양광 대신 강력한 레이저 빔을 이용할 수도 있다. 언젠가는 인간이 우주범선에 올라 우주를 항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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