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텍이 연구중인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식물성 기름이 법에 저촉되는 상황에서 활성화 장치 개발은 산넘어 산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경기도 광주에 사는 이태수(71)씨는 6인승 승합차를 몰고 주유소에 가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일반 자동차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자동차 내부를 살피면 특이한 장치가 곳곳에 있다. 우선 화물칸에는 폐식용유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이 실려 있다. 그리고 조수석 아래에는 고무 호스가 달린 특이한 장치가 있다. 식물성 기름을 디젤 기관에 직접 분사하는 ‘바이오디젤 활성화 장치’다. 일반 경유에 식물성 기름을 섞은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이 영하 10도가 넘는 한파 속에서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속출했지만 이씨의 자동차는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
국내 바이오디젤이 추위에 약한 까닭
“지난해 겨울엔 정제하지 않은 폐식용유를 사용했는데 시동이 꺼져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정제된 폐식용유를 사용한 뒤로는 출퇴근이나 장거리 운행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일반 디젤 연료를 사용했을 때의 속도도 나온다.” 지금으로선 이씨의 식물성 기름 ‘자랑’을 다른 운전자들이 느낄 수는 없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바이오디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씨가 사용하는 연료는 바이오에너지 벤처기업 네오텍에서 연구용으로 추출한 연료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것이다. 네오텍의 이근태 대표는 이씨의 아들이다. 지금으로선 이씨 부자가 개발하고 사용하는 순도 100%짜리 식물성 기름은 연구 목적을 벗어나 쓰일 수 없다.
애당초 루돌프 디젤이 1900년 파리 세계박람회에 내놓은 디젤 엔진 자동차 ‘오토 컴파니’는 땅콩기름으로 움직였다. 그는 세상을 뜨기 전까지 땅콩기름을 권장했지만 디젤 엔진이 식물성 기름으로 채워지는 데는 거의 한 세기가 걸렸다. 그것도 화석연료가 바닥날 기미를 보이면서 경유에 섞이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BD5(바이오디젤 5%+경유 95%)나 BD20(바이오디젤 20%+경유 80%)식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2년 5월부터 산업자원부의 승인으로 바이오디젤을 시범적으로 보급했다. 아직까지는 판매량이 미미해 국내 경유 소비량(약 1400만t)의 0.1%(1만3천t)를 채우는 수준이다.
지난해 5월 BD20 제품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바이오디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그런데 바이오디젤을 주유한 차량에서 주행 중 시동꺼짐 현상 등이 잇따라 발생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주로 동절기에 발생했다. 바이오디젤 공급업체들은 바이오디젤의 어는점이 영하 17.5도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운전자들은 영하 10도만 넘으면 이상이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오디젤 업체는 “연료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면서 “동절기에 흔히 일어나는 경유 차량의 고장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디젤의 품질이 관리되지 않거나 제품 자체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바이오디젤이 추위에 약한 까닭은 원료가 되는 식물성 기름의 종류와 제조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기름 분자에서 글리세린을 추출해 만든다. 분자를 가늘게 만들어 디젤 엔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알코올(대부분 메탄올)과 촉매제(잿물)를 혼합하는 과정을 거치며 바이오디젤과 함께 글리세린이나 비누 등이 따로 분리된다. 문제는 국내의 식물성 기름인 대두유를 메틸에스테르(바이오디젤) 같은 방식으로 화학 처리하는 과정에서 식물의 어는점을 낮추는 ‘올레산’(Oleic acid)이 유럽의 유채유보다 훨씬 적다는 데 있다. 대두유의 경우 오일 상태에서는 어는점이 영하 12도지만 메틸에스테르화 과정을 거치면 영하 10도로 높아진다.
이런 까닭에 유럽에서는 동절기에 바이오디젤이 젤처럼 굳어져 필터막힘 현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응고방지제를 사용하고 있다. 주로 식물성 기름 원료 가운데 어는점이 낮은 유채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유럽 바이오디젤 표준(EN14214)은 BD100의 어는점을 영하 20도(필터막힘점)로 규정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내의 필터막힘점은 BD20의 경우에도 영하 16도로 규정해 동절기에 취약하다. 더구나 식물성 기름을 이용한 응고방지제가 개발되지 않아 바이오디젤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대형 정유사들로선 이윤이 적은데다 안정성까지 확보되지 않은 바이오디젤 보급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유럽에서 100% 식물성 기름 차량 등장
현재 디젤 엔진은 경유에 걸맞게 설계됐다. 그런 엔진에 여러 단계의 화학적 처리 공정을 거친 바이오디젤을 주유하면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바이오디젤의 품질의 안정성을 고려한 제도를 만들었다. 바이오디젤의 엄격한 품질 규격을 정해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디젤 자동차 제조사가 바이오디젤 주유에 맞는 부품을 장착하기도 한다. 독일의 경우 100% 바이오디젤을 주유하는 차량에는 별도로 옵션 품목을 부착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바이오디젤 업체와 자동차 회사가 서로 신뢰를 구축하면서 바이오디젤 사용에 따르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사실 식물성 기름을 연료로 이용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현재 국내에 보급되는 바이오디젤처럼 촉매를 이용한 에스테르교환법이 일반적이지만 원통형의 압력솥에 식물성 기름과 에탄올을 넣어 초임계 상태에서 얻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식물성 기름을 직접 연료로 이용하는 방법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바이오디젤 표준(EN14214)을 제정할 때 유채유 자체를 연료로 인정해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독일·덴마크 등지에서는 식물성 기름를 직접 사용하는 활성화 기술을 연구하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100%의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차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디젤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의심받고 있다. 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추출 연료의 10배 이상의 물을 세척제로 사용해 수질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식물성 기름은 화학적인 후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환경을 생각하는 최상의 선택은 유채유와 콩기름 등의 식물성 기름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다만 원료 단가가 비싼 탓에 이들을 이용하기는 힘들다. 네오텍이 폐식용유를 정제해 식물성 기름을 만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국내의 폐식용유 발생량은 20만t에 이르는데 회수율은 7만t 안팎이다. 만일 폐식용유 연료화의 장점이 널리 알려진다면 회수율을 높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네오텍 이근태 대표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폐식용유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들 수는 없을까.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지만 품질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지자체별로 수거 거점을 운영하는 일본의 폐식용유는 유채유에서 유래했지만 국내의 폐식용유는 대두유로 만든 것이다. 폐유이기 때문에 같은 폐유라도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두유처럼 점도가 높은 식물성 기름을 100% 연료로 사용하려면 바이오디젤 활성화 장치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지난해 쌍용자동차가 뉴질랜드에서 터보디젤 무쏘를 폐식용유 연료로 사용하는 실험을 할 때도 현지의 재생에너지솔루션사가 개발한 연료 활성화 장치를 사용했다.
기술 외면하면 시장 뺏길 것
사정이 이렇다면 네오텍이 개발한 식물성 기름 활성화 장치를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디젤 엔젠 차량에 활성화 장치가 장착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유럽에서는 바이오디젤 표준과 함께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식물성 기름을 연료로 인정해 표준까지 제정했지만 국내의 사정은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식물성 기름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아 식물성 기름 판매는 ‘유사 경유’로 법에 저촉되고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네오텍만 해도 간접분사 방식의 디젤 엔진에 적용할 장치를 장착했을 뿐 최신 인젝선펌프인 커먼레일 같은 엔진에 적용할 장치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식물성 기름이 신재생에너지로 주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시판되고 있는 바이오디젤의 안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식물성 기름을 권장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선 친환경 식물성 연료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네오텍 이근태 대표는 식물성 기름 활성화 장치는 기존의 바이오디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이오디젤 활성화 장치는 대부분의 식물성 연료 차량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시동꺼짐 현상도 막을 수 있다. 바이오디젤에 필요한 기술을 외면하면 외국 제품에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 국내 바이오 연료 개발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로 인정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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