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적 발견 잇따랐던 기적의 해 100주년 맞아 돌아본 업적…핵발전·레이저·나노 기술에까지 영향 끼쳐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우주 전체를 자기모순 없이 한결같이 그려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최초의 중력이론을 제안했다. 상대성이론에서 ‘일반’은 중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고 ‘특수’는 중력이 제외돼 있다는 것을 일컫는다. 지난해 4월19일 발사된 ‘중력 탐사선 B’(Gravity Prove B)는 지구의 자전으로 인한 시공간의 공간의 꼬임효과와 회전축의 변화 등을 규명한다. 이를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의 탁구공만 한 수정구 네개를 진공 플라스크 안에 보관하고 있다. 이들 공은 1초에 1천번가량 회전하는데, 이때 0.041아크세컨드(arc-second, 1아크세컨드는 3600분의 1도)의 움직임까지 살핀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우주공간에서 입증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베른의 스위스 특허국 서류더미 사이에서 물리학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뒤흔든 아인슈타인. 그의 세기적 발견이 잇따랐던 ‘기적의 해’ 100주년을 맞아 세계 물리학계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광전효과의 이론적 설명을 통한 광자의 발견’과 ‘브라운운동의 해석을 통한 원자와 분자의 확인’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관한 특수상대성이론’ 등 노벨상으로도 모자랄 만한 풍성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20세기의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발견을 해석하기에도 벅찼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아직도 해석은 끝나지 않았고 응용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도대체 100년 전의 26살 청년 아인슈타인은 무엇을 남겼던 것일까. 일단 상대성이론은 ‘절대성의 세계’를 뜻하는 뉴턴의 우주를 뒤집어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관측자에게 달려 있다는 ‘상대성의 세계’를 제시했다. 나아가 모든 물질의 질량은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증가한다는 질량과 에너지의 동시성, 세계의 4차원성 등을 밝혀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2’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 쓰였으며 광자역학과 통계역학의 태동에도 이바지했다. 물리학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듯한 화학과 생명공학도 아인슈타인의 연구에 빚지고 있다. 분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분자의 행동 양식을 이론적으로 규명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발견이 산업 발전이나 건강 증진 등에 이바지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에게 발명가 자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기계적 장치가 없는 냉각장치와 누수방지 펌프 등의 모델을 제안했다. 하지만 공산품으로 생산되지는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고 공학자들이 실용적 기술을 선보였다. 전남대 명화남 교수(한국물리학회 부회장)는 “아인슈타인은 현대 물리학을 만들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물리학의 연구 결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학자들에 의해 첨단기기로 태어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상대성을 받아들이면서 인식의 폭이 넓어지기도 했다”고 말한다.
광전효과
음주 측정기에도 아인슈타인이
아인슈타인은 광자를 통해 정전기에 대전된 금속 조각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방출되는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설명했다. 즉, 빛을 금속 표면에 비추면 일부 금속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설명한 것이다. 이는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의 양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확장한 이론이다. 애당초 아인슈타인은 광선이 에너지를 가진 입자(광자)로만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당시 물리학계에서는 빛은 파동이라 여기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입자이론은 물론 뒤에 빛의 파동 이론을 수용해 양자역학의 기초를 다졌다. 이 광전효과 이론으로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광전효과를 체험하고 있다. 광자를 전자로 전환해 빛을 조절하거나 빛에 반응하는 모든 전자장치는 광전효과의 산물이다. 자동문은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분광장치(Photo cell)로 탐지해 문을 여닫는다. 두 전극 사이에 반도체를 넣어 센서가 빛에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체가 광선을 가리면 빛의 강도가 잘라져 센서의 전류량이 달라지는 것을 이용해 여닫이 신호를 전하는 방식이다. 일몰과 일출에 맞춰 가로등을 켜거나 끄며, 복사기 토너의 농도를 조절하고 카메라의 노출 시간을 조절하는 데도 광전효과를 이용한다. 디지털 카메라의 전하결합소자(CCD)는 빛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광센서다. 카메라의 성능을 좌우하는 화소 수가 바로 광센서 숫자다.
대부분의 생체인식 장치에는 CCD를 이용한 이미지 센서가 들어 있다. 심지어 음주 측정기에도 광전장치가 있다. 숨 속에 포함된 알코올이 산화되면서 적황색의 다이크롬산 칼륨이 녹색의 황산 크로뮴이 된다. 이에 따라 유리관에 나타나는 녹색의 정도를 측정하는 분광장치를 붙이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알아낼 수 있다. 빛을 전기적인 펄스로 바꾸는 광증배관은 광자가 광 음극(금속판)을 때리면 진공관에서 전자가 방출돼 다이노드(dynode)에서 추가 전자가 나오도록 하는 것으로 천체물리 검출기나 비디오 카메라에서 큰 신호를 만든다. 친환경 에너지로서 들어오는 빛의 30%가량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전지도 광전효과의 산물이다.
광전효과의 극적인 산물은 레이저다. 빛과 물질에 대한 탐구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은 원자도 빛을 흡수하면 더 높은 에너지 상태로 들뜰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반대로 낮은 상태가 되면 자발적으로 빛을 방출한다. 이런 원리에 따라 1950년대에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타운스와 러시아의 물리학자 니콜라이 바소프 등이 빛을 증폭해냈다. CD에 담긴 음악을 재생하는 것도 레이저이고 정보를 DVD 플레이어처럼 저장하고 읽는 데라면 어디든 쓰인다. 조직을 미세하게 절단하는 기능이 뛰어나 각종 인체 수술이나 산업용 절단기에도 이용한다. 한 가닥으로 1억명이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광섬유도 레이저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3차원 물체를 재생하는 홀로그램도 레이저에서 나왔다.
브라운운동
분자의 운동 규명, 나노에 이용
아인슈타인은 분명한 크기가 있는 원자의 존재를 증명했다. 당시만 해도 원자의 존재에 대한 논쟁이 붙기도 했는데 아인슈타인은 주어진 액체의 체적 안에 들어 있는 분자의 수와 질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면서 분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도 밝혀냈다. 이는 1827년 영국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이 물에 떠 있는 꽃가루에서 나온 작은 입자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한 것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그래서 분자들의 운동 법칙을 ‘브라운운동’이라 이름 붙였다. 브라운운동은 액체 속에서 떠다니는 입자들이 모든 방향에서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인슈타인인 정리한 분자운동식은 절대온도가 높을수록, 입자의 질량이 작을수록 더 불규칙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수식은 놀랍게도 주식시장을 분석하거나 액체나 기체를 통해 물질이 확산하는지를 예측하는 데 이바지했다. 예컨대 주가지수·환율시세의 데이터가 속도·온도·압력처럼 분자운동식에 적용되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물리학자들은 투자자들의 상호작용을 물리학에서 말하는 ‘입자의 상호작용’으로 여긴다. 물 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분자들이 무리를 이룬 물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처럼 브라운운동식은 통계물리학의 주요한 분석도구가 쓰인다.
나노테크놀로지도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분자의 마구잡이 운동에 근거하고 있다. DNA 분석 속도를 높이는 장치인 ‘브라운 래칫’(Brownian ratchets)을 설계하는 데 활용되는 것이다. 브라운 래칫은 브라운운동이 큰 입자들보다 작은 입자들을 옮겨놓는다는 사실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크기별로 분류하거나 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처럼 무작위 운동 입자를 처리한다. 바이러스 분류 래칫은 게놈을 분석하는 데 탁월한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브라운운동 이론을 적용해 DNA 조각을 분리하면 시간을 3분의 2로 줄이고 장치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브라운 래칫은 슬롯머신 기계처럼 생겼지만 지극히 미세하다. 어떤 것은 기둥이 6마이크론에 너비가 3마이크론에 지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분자운동식은 극저온 원자들의 작은 덩어리가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기반해 원자 덩어리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보즈-아인슈타인 응축물’을 만드는 것이다. 레이저와 유사한 특성을 같은 이 물질은 중력지도 제작과 자이로스코프에도 쓰인다. 비행기의 하부에 중력의 강도와 방향의 작은 변화를 측정하는 ‘원자 간섭계’(Atom interferometer)라는 장치를 부착하면 지하에 축적된 석유나 광물에 의한 중력 신호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이를 군 비행기에 응용하면 중력 스캐너로 지하의 벙커나 터널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차단되는 지역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대성이론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놀라운 발견
특수상대론은 등속직선운동을 하는 두 관성계에서는 모든 물리법칙은 같은 방식으로 표시되며 빛의 속도는 관측하는 사람의 운동상태와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시간의 상대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전까지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절대적인 양으로 느껴지는 탓이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사실이 성립되려면 시간이 상대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로부터 물체의 운동 방향으로 움직이는 막대가 줄어들고(길이 수축), 움직이는 시계가 느려지며(시간 지연), 질량과 에너지가 같은 종류(E=mc2)라는 결론이 나왔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밝힌 에너지와 질량이 같다는 사실은 놀라운 개발로 이어졌다. 원자력 발전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E=mc2라는 공식은 핵분열을 통해 물질이 분해되면 질량이 줄어들어 마침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 에너지를 이용해 원자폭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수소원자 4개를 융합해 헬륨원자 1개를 만들 때 사라진 질량으로 에너지를 이용하면 궁극적 에너지원 구실을 하는 핵융합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예컨대 핵반응 전후에 1g이 사라져 에너지로 바뀐다면 4인 가족 30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온다. 하지만 1억도에 이르는 높은 온도를 구현할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 상용화까지는 난관이 많이 있다.
시간여행은 시간 지연(특수 상대성)과 중력장의 영향(일반 상대성)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경험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느끼지 못할 뿐이다. 시간 지연은 빛의 속도로 이동할 때만 생기지만 그에 버금갈 때도 미세하게 나타난다. 장거리 비행에도 시간 지연이 생긴다. 그것은 겨우 10억분의 1초 정도로 나노(nano)초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시계로는 확인 불가능한 시간 늘어남이다. 이런 식으로 속도를 통해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 시간여행은 중력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중력이 시간을 느리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계는 지구의 중심에 가까워지면 중력장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건물의 옥상에 있을 때보다 지하에서 조금 느리게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우주에 있는 시계라면 지상의 시계보다 빠르게 돌아간다. 물론 정말로 미미한 차이라서 보통 시계로는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 원자시계로나 측정이 가능하다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GPS에는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만일 그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GPS의 오류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선박이 항로를 잃어버리고 적진에 명중해야 할 미사일이 수km를 벗어나는 오폭 사태가 빈번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세한 시간여행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지연일 뿐이지 미래여행 수준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밝힌 시공간은 일정한 빛의 속도에 의한 연속성이 보장되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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