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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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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등록 2004-10-29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 여성에게 ‘초코홀릭’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세로토닌 분비 돕고 동맥경화 막는 약효의 모든 것</font>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초콜릿은 신의 선물로 불릴 정도로 특별한 맛을 간직한 기호식품이다. 인류가 카카오 나무의 갈색 열매 카카오 빈을 원료로 삼은 초콜릿을 먹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26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중앙아메리카의 마야 유적지에서 발굴한 도기를 분석한 결과, 카카오 열매에서만 나오는 ‘테오브로민’(theobromine) 성분을 찾아내 추정한 것이다. 실제로 마야인들은 초콜릿의 기포를 ‘성스러운 음료’로 여겼으며, 코코아를 물이나 옥수수, 전분, 피망, 꿀 등의 재료와 다양한 비율로 섞어 기호에 따라 즐겼다.

생리 때 심리적 안정감 준다

남성은 몸에 좋은 음식을 가득 차려 배불리 먹는 것을 좋아한다.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준비했던 음식을 섭취할 때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여성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스낵류의 식품을 섭취하면서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성인 여성의 경우 자신을 위해 준비된 더운 음식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여성이 초콜릿을 좋아하는 이유도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 필요한 열량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가 ‘초콜릿 중독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92%가 여성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주위에 초콜릿 중독 여성이 흔하다.

주부 이현주(36)씨는 여고 시절부터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산 자칭 ‘초코홀릭’이다. 그에게 초콜릿은 만병통치약 구실을 한다. 그는 혈압이 낮은 탓에 두통약 한알만 체내에 들어가도 심한 어지럼증을 느낀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절 약을 먹지 않는다. 만일 감기 기운이 있다면 먼저 초콜릿을 찾는다. 그는 ‘어른이 초콜릿을 과도하게 좋아하는 것은 심리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초콜릿을 즐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자나 사탕,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은 입에 대지도 않으면서 유독 초콜릿에만 빠져 지내는 게 이상하기도 했다. 그가 초콜릿을 탐닉하는 것은 맛이나 성분 이상의 것에 매료된 탓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초콜릿은 감기와 심리적 문제를 치유하는 것일까. 일단 초콜릿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먹는 충족감’을 제공한다. 초콜릿바 125g에는 150kcal 이상의 열량을 낸다. 서구의 호텔방에 초콜릿을 비치한 것도 공복감을 씻고 피로 회복을 돕기 위한 것이다. 초콜릿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도 한다. 이를 이용한 것이 초콜릿 다이어트. 물론 초콜릿을 많이 먹어 열량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체중이 늘어날 게 틀림없다. 초콜릿이 안겨주는 먹는 충족감은 포만감으로 끝나지 않는다. 초콜릿은 미각을 깨우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초콜릿을 입 안에 넣었을 때 녹아드는 느낌을 다른 식품에서 경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 초콜릿 중독자들은 특정 시기에 눈에 띄게 초콜릿을 즐기기도 한다. 이들의 ‘초콜릿 주기’는 생리 전후에 나타난다. 생리주기에 강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는 탓이다. 난자 배출과 생리기간 사이에는 ‘세로토닌’(Serotonin) 수위가 낮아지게 마련이다. 이 뇌 전달물질은 섹스를 할 때도 나오는데 우울증이나 수면리듬, 통증 인식, 공격적인 행동, 식욕 등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여성들이 생리가 오기 전 며칠 동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도 세로토닌 부족에서 비롯된다. 이때 초콜릿을 먹으면 세로토닌을 보충해 평안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초콜릿이 인체의 생화학적 반응에 깊이 개입한다. 초콜릿에 생명현상에 필수적인 단백질 구성요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로토닌 합성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아미노산 ‘트립토판’(Tryptophan) 함유량이 다른 식품보다 월등히 높다. 만일 트립토판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면 이내 우울해지고 건강을 염려하며 식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초콜릿을 섭취하면 평정심을 찾고 식욕을 조절하게 된다. 초콜릿이 건강의 파수꾼 구실을 하는 셈이다. 임신 기간에 초콜릿을 섭취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행복감을 자주 느낀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충치·여드름 악화는 오해

어떤 사람은 하루에 적포도주 1잔을 마시는 것보다 초콜릿 한 조각을 먹는 게 더 좋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스 아테네의과대학 연구진은 지난 여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초콜릿을 섭취하면 건강한 성인의 혈액순환 기능을 적어도 3시간 이상 개선한다고 밝혔다. 짙은 색의 초콜릿을 먹으면 혈관 내벽을 형성하는 내피세포의 기능을 향상시켜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밀크 초콜릿은 그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짙은 초콜릿이 불안정한 산소 성분인 ‘프리라디칼’(Free radicals)로부터 혈관벽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초콜릿이 기호식품으로뿐만 아니라 기능성 식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오래전부터 초콜릿의 약리작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초콜릿이 음식인지 약인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연구자도 있다. 어쩌면 음식과 약 중간쯤에 초콜릿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초콜릿의 효능이 밝혀지면서 오해도 풀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충치를 일으키거나 여드름을 악화한다는 속설을 뒤집은 것이다. 미국 국립치의연구소는 초콜릿의 지방이 치아의 손상이나 치태(齒苔) 형성을 막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사람들이 초콜릿의 맛에 중독되는 것은 간단하게 이뤄진다. 초콜릿에 들어 있는 ‘아난다미드’(Anandamide·아라키도닉산의 에탄올아민)가 뇌 속에서 마리화나와 같은 중독성 물질 수용체를 활성화하기에 몇 차례 먹으면 된다.

초콜릿의 효능에 관련된 연구결과는 수두룩하다. 초콜릿은 항산화제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크롬이나 마그네슘 같은 무기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크롬은 당이나 탄수화물의 대사활동을 돕고, 마그네슘은 여성의 생리 전에 나타나는 긴장 증세를 덜어준다. 초콜릿을 즐기는 성인 여성에게 ‘어른값’을 못한다고 몰아붙일 일이 아닌 셈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인체에서 분비되는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도 초콜릿에 많이 들어 있다. 이것은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치료제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물질로서 심장 활동에 도움을 준다. 영양학자들은 하루에 50g 이하로 초콜릿을 섭취하면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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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식품이란 편견을 버려</font>

<font color="darkblue"> 초콜릿의 진실에 대한 문답</font>

(1993)이라는 영화처럼 초콜릿은 로맨틱의 상징으로 통한다. 때로는 인간의 영혼을 초콜릿 무게에 비유하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은 사람이 죽는 순간 영혼이 빠져나가 21g이 가벼워진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 21g은 초콜릿바 1개에 해당하는 무게다. 그렇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초콜릿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영양학자들이 말하는 초콜릿의 진실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 초콜릿은 비만유발 식품인가.
- 어느 정도를 먹는지에 달려 있지만, 초콜릿은 살을 찌우는 식품으로 분류할 수 없다. 초콜릿은 지방이 많은 고칼로리 식품임에 틀림없다. 100g의 초콜릿은 200g의 감자튀김(식용유 세 숟가락)에 들어 있는 지방질을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초콜릿에 함유된 카카오 버터의 체내 흡수율은 70% 미만으로 다른 지방식품에 비해 낮은 편이다. 다크 초콜릿과 밀크 초콜릿의 칼로리 함유량의 차이는 거의 없다.
* 초콜릿은 편두통·변비를 유발하나.
- 일부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다. 병리학자들에 따르면, 노년층이나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주의하는 게 좋다. 초콜릿 성분이 체내로 흡수되는 양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학자는 초콜릿의 리그닌이라는 식이섬유가 장내 소화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간혹 초콜릿 섭취로 인해 종기가 생기기도 하는데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 초콜릿의 카페인은 해로운가.
- 이것 역시 어느 정도 먹는지에 따라 다르다. 식사 뒤에 디저트로 먹는 조각 초콜릿(10g가량)이라면 인체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28g의 밀크 초콜릿에는 디카페인 커피 한잔에 들어 있는 만큼의 카페인이 있다. 보통 커피 한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 양보다는 훨씬 적은 셈이다. 하지만 초콜릿을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면 몸매를 망가뜨리고 카페인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
* 초콜릿은 우울증을 예방하나.
- 우울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초콜릿과 같은 당성분을 섭취하면 감정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마그네슘은 신경계 조직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물질로 긴장 완화에 효과적이다. 입 안에서 느끼는 부드러움과 즐거움은 식품 섭취와 관련된 정신적 위안을 주기도 한다. 맛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없다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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