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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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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이용한 소형 응급실

등록 2004-09-17 00:00 수정 2020-05-03 04:23

[숨은 1mm의 과학 | 원격진료]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홍수나 지진 같은 대규모 재해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산간 오지마을에 거주하는 사람이 갑자기 혼수 상태에 빠졌다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데 위성이 중요한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이 음성·동영상·데이터 등의 멀티미디어 기술을 활용하는 ‘원격진료’(Telemedicine)에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일본 동해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응급의료 차량은 차세대 원격진료를 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위성통신은 지형에 관계없이 고른 통신이 가능하며, 마이크로파를 사용하기에 고속 대용량 통신이 가능하다. 원격진료에 전화선이나 전용선 등을 이용할 경우 신호가 끊겨 원격진료 장비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성통신을 이용하면 지구의 그늘에 있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통신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응급의료 차량에는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첨단 의료장비 일체가 구비돼 있다. 출동한 응급 현장에서 위성통신을 이용해 문진을 하고 초음파 영상과 동영상 등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 차량에 탑승한 의료진은 원격지의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응급 처방을 하면서 각종 검사를 실시한다. 오지의 환자가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여러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셈이다. 그리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기에 도착했을 때 곧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고가의 차량이 없어도 위성을 통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다. 유럽항공우주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델타스’(Deltass)라는 프로젝트는 이동형 위성의료 장비를 이용한 것이다. 인공위성의 통신장비가 장착된 의료기기를 여행용 가방 크기로 만들었다. 의료 장비를 이용해 환자의 혈압과 체온, 심장박동 등을 확인해 의료센터에 전할 수 있다. 첨단 의료기기로 어디에나 소형 응급실을 마련하는 셈이다. 이렇듯 위성통신은 응급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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