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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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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어찌하리

등록 2004-06-25 00:00 수정 2020-05-03 04:23

[숨은 1mm의 과학]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요즘 서해안에서 건져올리는 그물에서 20~30%는 불가사리이다. 그만큼 불가사리가 널리 퍼져 있는 셈이다. 바다의 무법자로 해안을 휘젓고 다니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불가사리. 이들의 먹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단 불가사리의 눈에 먹을거리가 들어오면 조르기 한판으로 상대를 완전히 제압한다. 단단한 조개껍질도 속수무책이다. 불가사리가 하루에 삼키는 조개가 열댓 마리로 자신의 덩치 이상을 먹어치운다.

불가사리가 먹어치우는 것은 조개만이 아니다. 여러 해안에 서식하는 산호초들도 불가사리의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급속하게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전세계 산호초의 약 30%가 불가사리 등의 공격 탓에 멸종됐다는 보고도 나왔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양식장에도 손쉽게 침투해 사람보다 먼저 고기맛을 즐기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국에서는 불가사리와의 전쟁을 치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불가사리들이 특유의 생존력으로 선박 등에 달라붙어 바다의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를 제거하는 것은 국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불가사리 제거를 위한 물리·화학적 방제나 생물학적 방제 등도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유전적 방제도 등장했다. 불가사리의 생식선을 파괴하는 기생체를 널리 이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생물종을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어 아직 실용화되지는 않았다.

지금으로선 불가사리를 줄이려면 그물에 많이 딸려오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의 현직 교사들이 불가사리의 흡착력을 이용해 악취를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불가사리의 성분인 탄산칼슘(CaCO3)을 추출해 구리나 카드뮴, 아연, 납 등의 중금속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불가사리 분말을 만들어 오·폐수와 음용수의 중금속을 제거하고 공기청정기의 필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폐불가사리 수거에 대한 보상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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