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130’ 박 사장은 항상 짧아. 지독히 짧아. 평생 짧아. 어차피 바로 앞에 떨어졌는데 카트는 왜 타? 걸어와.”(김구라)
“김구라의 구질구질한 샷 찍으려고 드론은 왜 띄우니? 여러분, 김구라처럼 골프 치지 마세요.”(박 사장)
김구라의 골프 실력을 엿보고, 송민호·피오에게서 패션 센스를 얻고, 김민경에게 근력운동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를 본다고? 아니, 이 채널들의 주제가 골프·패션·운동인 것은 중요치 않다. 최근 채널의 본질보다 두 출연자의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유튜브 채널들이 주목받고 있다. 티키타카란,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에서 유래해 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축구 경기 전술을 가리킨다. 사람들 사이에 합이 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라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서로 ‘케미’가 맞아야만 가능하다.
물론 이런 케미로 재미를 추구한 건 예능 프로그램의 오래된 문법이다. <무한도전>(MBC)의 ‘하와수’(정준하·박명수), <나 혼자 산다>(MBC)의 ‘세 얼간이’(기안84·헨리·이시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유튜브는 티브이보다 좀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들의 케미는 더욱 폭발할 수 있다.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채널 기획자는 “처음부터 두 분의 케미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18홀 내내 쉴 새 없이 티키타카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의 케미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며 “서로 편하고 친한 관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케미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처음 선보인 이후, 환상적인 티키타카로 주목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유튜브 채널들을 소개한다.
입으로 치는 백돌이들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1월 개설된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는 김구라가 비연예인 친구인 박 사장(박노준)과 골프를 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 사장의 구력(골프를 친 기간)은 30년이지만, 드라이버 비거리가 130m밖에 되지 않아 김구라에게 항상 ‘미스터 130’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그러나 박 사장을 놀리는 김구라의 실력도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일명 ‘백돌이’(100타 이상 치는 사람)다. 처음 이 채널이 등장했을 땐, ‘골프 연습 좀 하고 오라’는 부정적인 댓글도 많았다. 그러나 프로 골퍼들의 이상적인 스윙과 타수 대신 만년 백돌이인 아마추어 골퍼들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는 구독자가 늘어났다.
또 야구선수 최지만, 농구선수 하승진, 가수 김태원 같은 유명인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도 ‘박 사장만 있으면 된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김구라와 박 사장이 보여주는 환상의, 아니 환장의 티키타카는 골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매력 포인트다. 다만 쉬지 않고 ‘말방구’를 날리고 큰 소리로 웃는 김구라가 너무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으니 주의! 박 사장에게 빙의해서 상처받을 수 있음, 주의!
꾸꾸 송민호 vs 꾸안꾸 피오의 ‘마포 멋쟁이’
“피오 패션이요? 솔직히 진부하죠.”(송민호)
“민호 패션이요? 저는 일단 옷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민호의 통 넓은 바지 자락을 잡고 흔들며) 이따위로 입고 다니면….”(피오)
2월 tvN이 유튜브 채널로 선보인 <마포 멋쟁이>는 고등학교 동창인 십년지기 피오(블락비)와 송민호(위너)가 ‘상황에 맞춘 옷 입기’ 대결을 하는 패션 예능이다. 옷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옷을 골라 입으면, 투표로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옷 입기를 요구하는데, ‘스케줄 없는 평일 오전 11시, 집 앞 편의점에 가는데 연예인 티가 안 나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룩’이라든지, ‘사촌형 결혼식에 갔다가 바로 고추축제에 가야 하는 상황’ 같은 식이다.
꾸민 듯 꾸민 ‘꾸꾸’ 송민호와 꾸몄지만 안 꾸민 듯 ‘꾸안꾸’ 피오의 패션 스타일은 정반대다. 송민호가 화려한 무늬가 가득 새겨진 옷이나 여성복을 섞어 입는 등 과감하고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인다면, 피오는 셔츠와 니트 조합의 깔끔한 스타일로 승부한다.
10대 때부터 서로의 패션 연대기를 지켜봐온 두 사람은 상대의 패션에 대한 비난도 주저하지 않는다. 또 상황이 주어질 때마다 자연스럽게 상황극도 연출한다. ‘토요일 오후 12시,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 오는 친구 결혼식 하객 룩’이라는 미션이 주어지면, 각자의 첫사랑 그녀 역을 맡아 연기하는 것이다. 굳이 대본이 없어도, 상황극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십년지기 우정에 기반한 ‘케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케미를 즐기며 이들의 패션 센스를 엿보다보면, 옷을 잘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그러나 손님, 이 얼굴은 민호, 이 몸은 피오랍니다.
운동 방송인가, 먹방인가 ‘오늘부터 운동뚱’
“뭐 하는 거야? 나 안 보고? 나 신경 써줘.”(양치승)
“빨리 잡아봐요. 봐드릴게.”(김민경)
2월, <맛있는 녀석들>(코미디티브이)이 스핀오프(기존 작품의 설정으로 새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형식으로 유튜브 채널로 선보인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은 김민경이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양치승 트레이너에게 근력운동을 받는 내용이다.
김민경이 매주 운동하는 내용이 전부지만, 일반적인 근력운동 꿀팁 같은 것은 없다. 대신 운동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팁을 알려준다. 물 마시러 왔다 갔다 하며 쉬는 시간 늘리기, 트레이너가 시범 보여줄 때 영혼 없는 질문을 하며 시간 끌기, 기억이 안 난다며 다시 시범 요구하기 등이다. 그러나 이런 꼼수에도 넘어가지 않고 “진짜 마지막”이라고 김민경을 구슬리며 한 세트 더 운동하게 하는 건 양치승의 몫이다. 김민경 역시 “더 이상 못하겠다”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한번 보면 다 따라 하는 ‘근수저’의 면모를 거뜬히 보여준다.
운동할 때와 달리, 운동이 끝난 뒤에는 김민경이 적극적으로 먹방에 나선다. 뭘 먹을지 이미 다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큼은 김민경이 ‘먹트레이너’다. 양치승도 더 맛있게,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김민경의 꿀팁에 따라 함께 먹방을 펼친다. 보다보면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물론 뭔가 먹고 싶은 욕구가 더 크지만. 열심히 운동하고 잘 먹으면, 날씬해지진 않더라도 건강해질 테니까 괜찮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내란대행’ 한덕수 석달 전 본심 인터뷰 “윤석열은 대인, 계엄령은 괴담”
“백령도 통째 날아갈 뻔…권력 지키려 목숨을 수단처럼 쓰다니”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한덕수 탄핵안…민주당 “내일 표결”
공수처, 윤석열에 29일 출석 요구…3차 소환통보
홍준표, 대선 출마 공식화…“장돌뱅이가 장에 안 나가나”
[단독] 노상원 점집 수첩에 “사살” 그 대상은…검찰서도 진술 거부
윤석열이 더럽힌 회색 유니폼 [뉴스룸에서]
육사 등 없애고 국방부 산하 사관학교로 단일화해야 [왜냐면]
[영상] 탄핵열차 막아선 한덕수…여야 합의 내세워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명태균 “윤 부부에 대우조선 ‘강경진압’ 보고”…전방위 국정개입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