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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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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리뷰] 골프, 패션 보러? 아니, 환상의 티키타카 보러!

출연자들 티키타카가 재미있는 채널은
등록 2020-04-11 14:28 수정 2020-05-07 10:41
출연자들의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유튜브 채널들이 주목받고 있다.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화면 갈무리

출연자들의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유튜브 채널들이 주목받고 있다.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화면 갈무리

“‘미스터 130’ 박 사장은 항상 짧아. 지독히 짧아. 평생 짧아. 어차피 바로 앞에 떨어졌는데 카트는 왜 타? 걸어와.”(김구라)

“김구라의 구질구질한 샷 찍으려고 드론은 왜 띄우니? 여러분, 김구라처럼 골프 치지 마세요.”(박 사장)

김구라의 골프 실력을 엿보고, 송민호·피오에게서 패션 센스를 얻고, 김민경에게 근력운동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를 본다고? 아니, 이 채널들의 주제가 골프·패션·운동인 것은 중요치 않다. 최근 채널의 본질보다 두 출연자의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유튜브 채널들이 주목받고 있다. 티키타카란,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에서 유래해 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축구 경기 전술을 가리킨다. 사람들 사이에 합이 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라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서로 ‘케미’가 맞아야만 가능하다.

물론 이런 케미로 재미를 추구한 건 예능 프로그램의 오래된 문법이다. <무한도전>(MBC)의 ‘하와수’(정준하·박명수), <나 혼자 산다>(MBC)의 ‘세 얼간이’(기안84·헨리·이시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유튜브는 티브이보다 좀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들의 케미는 더욱 폭발할 수 있다.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채널 기획자는 “처음부터 두 분의 케미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18홀 내내 쉴 새 없이 티키타카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의 케미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며 “서로 편하고 친한 관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케미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처음 선보인 이후, 환상적인 티키타카로 주목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유튜브 채널들을 소개한다.

입으로 치는 백돌이들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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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개설된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는 김구라가 비연예인 친구인 박 사장(박노준)과 골프를 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 사장의 구력(골프를 친 기간)은 30년이지만, 드라이버 비거리가 130m밖에 되지 않아 김구라에게 항상 ‘미스터 130’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그러나 박 사장을 놀리는 김구라의 실력도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일명 ‘백돌이’(100타 이상 치는 사람)다. 처음 이 채널이 등장했을 땐, ‘골프 연습 좀 하고 오라’는 부정적인 댓글도 많았다. 그러나 프로 골퍼들의 이상적인 스윙과 타수 대신 만년 백돌이인 아마추어 골퍼들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는 구독자가 늘어났다.

또 야구선수 최지만, 농구선수 하승진, 가수 김태원 같은 유명인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도 ‘박 사장만 있으면 된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김구라와 박 사장이 보여주는 환상의, 아니 환장의 티키타카는 골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매력 포인트다. 다만 쉬지 않고 ‘말방구’를 날리고 큰 소리로 웃는 김구라가 너무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으니 주의! 박 사장에게 빙의해서 상처받을 수 있음, 주의!

<마포 멋쟁이> 화면 갈무리

<마포 멋쟁이> 화면 갈무리

꾸꾸 송민호 vs 꾸안꾸 피오의 ‘마포 멋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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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 패션이요? 솔직히 진부하죠.”(송민호)

“민호 패션이요? 저는 일단 옷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민호의 통 넓은 바지 자락을 잡고 흔들며) 이따위로 입고 다니면….”(피오)

2월 tvN이 유튜브 채널로 선보인 <마포 멋쟁이>는 고등학교 동창인 십년지기 피오(블락비)와 송민호(위너)가 ‘상황에 맞춘 옷 입기’ 대결을 하는 패션 예능이다. 옷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옷을 골라 입으면, 투표로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옷 입기를 요구하는데, ‘스케줄 없는 평일 오전 11시, 집 앞 편의점에 가는데 연예인 티가 안 나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룩’이라든지, ‘사촌형 결혼식에 갔다가 바로 고추축제에 가야 하는 상황’ 같은 식이다.

꾸민 듯 꾸민 ‘꾸꾸’ 송민호와 꾸몄지만 안 꾸민 듯 ‘꾸안꾸’ 피오의 패션 스타일은 정반대다. 송민호가 화려한 무늬가 가득 새겨진 옷이나 여성복을 섞어 입는 등 과감하고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인다면, 피오는 셔츠와 니트 조합의 깔끔한 스타일로 승부한다.

10대 때부터 서로의 패션 연대기를 지켜봐온 두 사람은 상대의 패션에 대한 비난도 주저하지 않는다. 또 상황이 주어질 때마다 자연스럽게 상황극도 연출한다. ‘토요일 오후 12시,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 오는 친구 결혼식 하객 룩’이라는 미션이 주어지면, 각자의 첫사랑 그녀 역을 맡아 연기하는 것이다. 굳이 대본이 없어도, 상황극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십년지기 우정에 기반한 ‘케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케미를 즐기며 이들의 패션 센스를 엿보다보면, 옷을 잘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그러나 손님, 이 얼굴은 민호, 이 몸은 피오랍니다.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화면 갈무리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화면 갈무리

운동 방송인가, 먹방인가 ‘오늘부터 운동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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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야? 나 안 보고? 나 신경 써줘.”(양치승)

“빨리 잡아봐요. 봐드릴게.”(김민경)

2월, <맛있는 녀석들>(코미디티브이)이 스핀오프(기존 작품의 설정으로 새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형식으로 유튜브 채널로 선보인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은 김민경이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양치승 트레이너에게 근력운동을 받는 내용이다.

김민경이 매주 운동하는 내용이 전부지만, 일반적인 근력운동 꿀팁 같은 것은 없다. 대신 운동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팁을 알려준다. 물 마시러 왔다 갔다 하며 쉬는 시간 늘리기, 트레이너가 시범 보여줄 때 영혼 없는 질문을 하며 시간 끌기, 기억이 안 난다며 다시 시범 요구하기 등이다. 그러나 이런 꼼수에도 넘어가지 않고 “진짜 마지막”이라고 김민경을 구슬리며 한 세트 더 운동하게 하는 건 양치승의 몫이다. 김민경 역시 “더 이상 못하겠다”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한번 보면 다 따라 하는 ‘근수저’의 면모를 거뜬히 보여준다.

운동할 때와 달리, 운동이 끝난 뒤에는 김민경이 적극적으로 먹방에 나선다. 뭘 먹을지 이미 다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큼은 김민경이 ‘먹트레이너’다. 양치승도 더 맛있게,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김민경의 꿀팁에 따라 함께 먹방을 펼친다. 보다보면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물론 뭔가 먹고 싶은 욕구가 더 크지만. 열심히 운동하고 잘 먹으면, 날씬해지진 않더라도 건강해질 테니까 괜찮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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