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누군가의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일상을 탁월하게 그려낸다. 이승과 저승의 중간역 림보에서 단 하나의 행복한 기억을 갖고 떠나야 하는 망자들의 이야기 , 아버지의 복수를 준비하던 아들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특별한 복수극을 꾸미는 , 아들의 죽음 이후 해마다 제사를 준비하며 아들 대신 살게 된 젊은이를 불러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 ,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결혼해 낳은 여동생을 받아들여 함께 살아가는 네 자매의 삶을 그린 등이 대표적이다.
21년 만에 한국에 상륙한 데뷔작 (7월7일 개봉)은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는 그의 세계관이 오롯하게 담긴 작품이다. 유미코(에스미 마키코)는 남편 이쿠오(아사나 다다노부)의 갑작스러운 자살 앞에 당혹스러워한다. 세월이 흘러 타미오(나이토 다카시)와 재혼하지만, 일상을 파고드는 이쿠오의 기억으로 힘들어한다.
모든 슬픔은 누군가로부터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고통은 혼자 감당해야 할 어떤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마치 섬처럼 홀로 떠 있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시간이 지나면 아픔의 강도가 옅어질 수도 있지만, 유미코는 남편이 자살한 이유를 전혀 몰라서 시간이 지나도 상처의 두께는 줄어들지 않는다.
유미코를 어떻게 위로해줄 것인가. 외로운 섬에 갇힌 그를 어떻게 빼내줄 것인가. 누군가를 위로해주려면 그의 아픔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말처럼, 슬픔의 위로는 정확한 인식에서 나온다.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만이 올바르게 위로해줄 수 있다.
은 ‘정확하게 위로하기’를 다룬 작품이다. 앞서 밝혔듯, 유미코는 남편의 자살 이유를 모른다. 미야모토 데루의 원작소설에서 유미코는 “아무런 이유도 발견되지 않는 자살이라는 형태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발을 동동 구를 만한 분함과 슬픔이 가슴속에 서리어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유미코의 슬픔이 깊어졌을 때 그저 묵묵히 곁을 지켜주던 타미오가 자살 이유를 설명해준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므로, 그의 설명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장 근접한 답을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하고 있다가 유미코가 가장 힘들었을 때 들려준다. 타미오의 정확한 인식에서 우러나온 위로가 유미코를 구원했다.
결국 슬픔에 젖어 있는 사람이 해내야 하는 일은 ‘죽음을 받아들이기’이고,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이 도와줘야 할 일은 정확히 알아주는 것이다. (현암사)에서 저자들(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은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서명을 소개한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노라면 은신처 안에 있는 기분이 들었지요.”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며 은신처가 되어주는 것은 남은 우리들이 해야 할 거의 모든 것이다. 그러다보면, 처럼 좋은 계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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