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문제적 남자’는 tvN 의 그들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토토가’ 시절 최정상에 있었던 남자가 있다. 초인기 그룹의 리더였으며 디바, 샤크라, 타샤니를 제작했고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에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다 21세기의 개막과 함께 상상할 수 없는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방송국보다 법정이 친해졌고, 연예계 반면교사의 대표적인 예가 되었다.
그러나 이 남자, 이상민은 끈덕지게 삶에 매달렸다. 자신의 치부를 땔감 삼아 케이블TV 귀퉁이에 얼굴을 내밀더니 tvN 로 도약했고, 지금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이 되었다. 그가 부활을 위해 내던진 첫수가 2012년 Mnet 이었다. 그리고 지금 에 이상민만큼 재생이 간절한 남자, 탁재훈이 탑승하고 있다.
은 물론 음악의 신이 아니다. 그렇다고 예능의 신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뻔뻔함의 신이다. 갑자기 채널을 돌린 사람들은 “도대체 이게 뭐야”라고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굳이 성격을 규정하자면, 이상민이 대표로 있는 가상의 연예기획사 LTE를 무대로 펼쳐지는 페이크(fake) 리얼리티 TV다. 나름 소속 연예인, 연습생, 비서, 매니저, 투자자도 있지만 LTE 자체는 뻔뻔한 가짜 기획사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계 인물들은 모두 실제의 자신을 연기한다. 그래서 어디까지 대본이고, 어디서부터 진짜 혹은 애드리브인지 알 수 없다.
이 모호하고 위태한 상황에서 각종 ‘병맛’ 개그가 터져나온다. 1편에 나왔던 연습생 이수민은 2편에서는 다른 배우로 바뀌어 나오는데, 어처구니없게 전신 성형을 했다고 우긴다. 만화 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매니저 백영광은 거칠고 더러운 행동으로 악플을 자처한다.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멤버 경리는, 단지 이름이 경리라는 이유로 회사의 경리 역할로 나온다. 백영광이 대본에도 없이 입에 탁구공을 넣었다가 뿜어 경리의 얼굴에 맞히고, 경리는 “정말 싫어”라며 진정으로 질색한다. 최근 이보다 심한 악취미 개그를 본 적이 없다. 김가은 총무가 ‘그래도 정상인의 시선’을 담당하며, 이 정체불명의 회사를 진짜로 믿고 있는 사람들을 빈정댄다.
이런 병맛의 분위기 속에서 특히 시청자를 톡 쏘는 것들이 있다. 이상민, 탁재훈은 끊임없이 자신과 주변인의 치부를 드러내며 그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도박, 사기, 성형, 이혼 등은 방송에서 분명히 터부시되는 소재다. 게다가 이들은 직접 그 일에 연루되어 법적 처벌과 지상파 방송 출연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들을 은근슬쩍 자기 비하의 개그 소재로 사용한다. 자극을 바라는 시청자들은 그런 상식 파괴에 웃음을 터뜨린다. 동시에 이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면죄부를 얻는다.
이상민은 이를 통해 분명한 자기 캐릭터를 얻었다. 빚더미 속에서 일어나기 위해 자신의 치부까지 팔아대는 생계형 예능인. 파산의 일상화를 겪고 있는 시청자에게는 일면 현실을 대변하는 존재다. 능청스러움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탁재훈 역시 이런 기회를 잘 살려낼 것으로 보인다. 는 어떤 면에서 거짓투성이의 연예계를 셀프 디스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분명 경계는 필요하다. 그들이 자꾸만 건드리는 신정환은 아직 깊은 자숙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는 이까지 ‘뻔뻔한 유머’ 속에 희석시켜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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