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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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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인권이 인권을 만나고, 다시 희망을 노래하는 ‘2015 인권콘서트’ 이은미, 킹스턴 루디스카 등이 노래하고 심보선 시인 등이 얘기 나눠
등록 2015-12-01 16:25 수정 2020-05-03 04:28

‘최후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다.
지난해 12월11일 열린 ‘2014 인권콘서트’의 대미는 ‘언제나 그렇듯’(인권콘서트의 전통이다) 그해에 인권을 위해 싸워온 이들이 장식했다. 국가가 내란 음모 관련 혐의로 ‘비국민’으로 내몬 사람들, 서울시가 시민인권헌장 제정에서 삭제해 ‘비시민’이 된 성소수자 등이 스스로의 인권을 선언하면서 공연은 끝났다. 곽이경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무대를 내려가다 “저희는 너무 지지합니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피켓을 든 내란 음모 구속자 가족이었다. “혹시 폐가 되려나요…”, 이어서 들리는 말은 더욱 가슴이 아팠다. 마침 초겨울 계속된 서울시청 무지개 점거농성을 끝내고 온 날이었다. “너무 고맙죠. 어차피 저들 눈에는 ‘종북 게이’로 보이잖아요.” 곽이경씨가 웃으며 답했다.
낙인과 낙인의 연대, 권력이 낙인찍은 이들이 해마다 모여서 인권의 노래를 부른다. 그것이 인권콘서트다. 연말이면 “최후의 한 사람까지 자유로운 사회”를 위해 모이는 자리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이 ‘종북콘서트’라며 행사장 앞에서 소란을 피웠지만 ‘2014 인권콘서트’를 막지는 못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인권의 주체들이 인권선언을 낭독했다. 인권콘서트 준비위원회 제공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이 ‘종북콘서트’라며 행사장 앞에서 소란을 피웠지만 ‘2014 인권콘서트’를 막지는 못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인권의 주체들이 인권선언을 낭독했다. 인권콘서트 준비위원회 제공

다시 희망을 노래할 수밖에

“여러분, 저는 바람이 있다면 박래군 선생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겁니다. 인권이 살아 있어서 박래군 선생이 저 네모난 방에서 혼자 앉아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넓은 벌판에서 농사지으시면서 자유롭게 지내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또 일을 벌이셨네요. ‘2015 인권콘서트’에 오시면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즐겁게 나눌 수 있습니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인권콘서트 추천 영상’에서 소개한 것처럼, ‘최후의 한 사람 중 한 사람’인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이 110일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박래군이 ‘최후의 일인’은 아니다. 양심수 박래군이 보석으로 석방된 이래, ‘최소한’ 이 땅에서 양심수 16명이 늘었다. 인권콘서트 준비위원회는 “지난 11월12일, 올해 인권콘서트 기자회견을 연 당시에 양심수가 50명이었는데, 그 이후 국가보안법으로 1명, 민중총궐기로 8명 등이 구속됐다”고 밝혔다. 그래도 해마다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즈음해 열리는 콘서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2015 인권콘서트 주제는 ‘인권, 다시 희망을 노래하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개최한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은 ‘인권콘서트’로 이름을 바꾸며 열여덟 번의 겨울을 녹였다. 이를 계승한 ‘인권콘서트’가 지난해 다시 열렸다. 전인권, 정태춘·박은옥, 김종서, 인순이, 자우림, 강산에, 안치환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거쳐간 무대에 올해는 이은미, 킹스턴 루디스카, 노래마을 등이 오른다. “할 말은 하는 가수” 이은미씨가 단단한 노래와 더불어 역주행 시대에 대해 어떤 말을 남길지 궁금하다. 인권운동가 박래군, 박진, 김덕진씨가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심보선 시인과 송경동 시인도 시인의 언어로 고단한 시대를 말한다.

고향으로 돌아가 우리의 얘기를

‘4·16 가족합창단’을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 쌍용자동차 해고자, 경남 밀양 주민, 제주 강정 주민 등이 무대에 오르는 인권콘서트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무대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올해는 ‘인권콘서트’가 오래 열렸던 고향,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돌아가 12월1일에 열린다. 입장료 2만원, 인터파크 등을 통해 예매할 수 있고, 국민은행 계좌(203901-04-352442)로 후원해도 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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