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 있는데.” 유재석·유희열의 (JTBC)에서 1990년대의 히트곡, 트렌디 드라마 시대를 연 의 주제곡을 소환했다. 젊은이들이 웃고 떠들고 사랑하고 도전하는 모습으로 시청률 40%를 구가하던 시대의 송가다. 그때는 등 대학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인기도 대단했다. 그리고 스무 해가 지난 지금 (tvN)이 왔다. 그때처럼 대학 교정, 강의실, 동아리방이 드라마의 무대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난 대체 누굴 봐야 하는 걸까? 파릇한 스무 살이 저기 서 있는데. 내가 봐야 할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하노라는 마흔 직전의 늦깎이 대학생이다. 스무 해 전 어려운 형편에 예고를 다니며 무용수를 꿈꾸었다. 그러나 열아홉에 아이를 가지는 바람에 모든 걸 포기하고 결혼했다. 그렇게 청춘을 내버렸건만 교수 남편 우철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이혼을 요청한다. 대학에 다니면 나도 달라지겠지. 화장실에서 코피 흘리며 준비한 끝에 합격 통지를 받는다. 하지만 남편은 물론 입학 동기가 될 아들 민수까지 극구 반대한다. 그냥 포기해버릴까? 하지만 췌장암으로 6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자 용기를 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아니 숫자는 나이에 불과하지. 늦깎이 대학생활은 첩첩의 어려움이다. 인터넷 수강 신청, 스마트폰 도서대출 같은 디지털 순발력의 문제만도 아니다. 따뜻하게 자신을 맞아주리라 여겼던 동료 학생들은 촌스러운 옷차림의 ‘아주머니’를 천덕꾸러기 걸림돌로 여긴다. 팀플 과제를 함께 맡게 되자 ‘폭탄’ 취급을 하고, 단체메시지방에서 쏙 빼버리고, 강의실이 바뀌었는데 한마디 전해주지도 않는다. 심지어 알아서 자퇴해주면 제일 좋겠다며 따돌림을 한다.
20년 전에 ‘신인류’라 불리던 세대도 이해하기 힘든 새로운 냉혈 인종인가? 하지만 학생들의 항변을 들어보자. “아줌마가 뭘 알아? 취직을 해? 학점 관리를 해?” 이제 대학은 낭만과 일탈을 보장받는 해방구라기보다는 취업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소에 가깝다. 민수는 동아리 면접에서 영어를 중심으로 한 스펙 관리 계획을 좔좔 읊어댄다. 도서관 자리에 음료수를 가져다주는 여학생의 환심도 칼같이 거절한다. 그나마 민수는 교수 아버지를 둔 덕분에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른 친구들은 천정부지로 뛰는 등록금과 학원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한다. 그들에게 캠퍼스 러브 드라마는 판타지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시대착오의 아주머니, 하노라가 그 판타지를 재현하고자 한다. 예고 시절의 썸남이었고 지금은 교수가 된 차현석과 함께 이 삭막한 대학에 낭만을 주입해보려는 것 같다. 하지만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졸업 기념으로 교정에서 펼치는 ‘선택은 우리들의 몫’이라는 퍼포먼스는 심하게 오글거린다. 성추행 교수를 응징하는 시도가 시원하기는 하지만 너무 편리한 전개다. 노라와 실습 파트너가 된 데 불쾌감을 표시하던 순남이 그녀를 따돌림하는 학생들에게 호통치는 장면은 제법 두근거린다. 하지만 뭔가 산뜻한 디테일의 맛은 없다.
그래도 이 낭만의 재현에 성공하고 있는 건 있다.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알콩달콩한 러브 스토리다. 단 스무 살이 아니라 마흔 전후의 커플들이 주인공이다. 연극과 교수의 멋진 작업실에서 벌어지는 노라와 현석의 밀당, 남편 우철과 여교수의 몰래 와인 데이트… 팍팍한 대학생활에 지친 학생들로선 제법 부럽지 않을까? 요즘의 엄마·아빠는 아이들을 너무 잘 챙겨준다고 한다. 학과 선택, 수강 신청, 교수님 면담까지 나서서 해준다지 않나?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공부하기 바쁘다. 그러니 캠퍼스의 사랑도 엄마·아빠가 대신해주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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