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의 맨 마지막 장면에 스팅의 곡 (Shape Of My Heart)가 흐르는 건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 곡이 유명해지게 된 이유에 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영화가 준 재미와 감동의 여운과는 별개로, 나는 그 곡이 왜 그 영화의 그 자리에 쓰인 것인지 한동안 이해되지가 않았다. 이걸 이해한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는 원래 스팅의 (Ten Summoner’s Tales·1993·사진)에 실린 곡이었다. 영국 고전문학 중 하나인 제프리 초서의 형식에 스팅 자신의 창작분을 역할극처럼 끼워넣은, 거의 콘셉트 앨범 수준의 강한 ‘통짜’ 맥락을 갖고 있던 이 앨범은, 간단히 말해 스팅이 소환자(원래 이름의 성이 Sumner로, 앨범 제목의 summoner, 즉 중세의 법정 소환자 직책에서 유래된 것)에 빙의해 개별적인 ‘열 가지’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주는 형식이다. 그중 는 카드게임을 하는 한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에게 카드는 돈이나 명예를 얻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오랜 신비를 간직한 철학적 도구다. 실제 그는 ‘명상을 하듯’ 패를 돌리고 ‘성스럽고 비밀스러운 확률의 법칙’을 알고 싶어 숫자를 예측하는 남자다. 제일 잘 알려진 후렴구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우리가 잘 아는 트럼프의 네 가지 문양이 유래와 함께 설명되고, 그 설명은 화자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 기능한다. 현재의 카드는 고대 타로카드에서 유래됐는데, 그 때문인지 문양과 의미가 거의 상통한다. 즉, 게임이 아닌 점을 치기 위한 용도로서의 타로카드 중 마이너 카드에 해당하는 네 종류의 검·지팡이·동전·컵이 각각 오늘날의 저 스페이드·클럽(클로버가 아니라 곤봉)·다이아몬드·하트로 변모한 것이다. 카드의 철학을 탐구하는 구도자 같은 그이니 자기 직업을 친절하게 우리에게 설명해주는 톤이라고 오해할 법도 하다. 그런데 이건 그가 진짜 전하려는 바가 아니었다.
모름지기 카드 플레이어라면 포커페이스는 필수일지언정 여러 얼굴을 돌려쓰는 사기꾼은 아니다. 적어도 이 노래 속의 주인공 남자는 그렇다. 무뚝뚝하고 그래서 진심을 전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 일편단심인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영화 은 이런 사랑 고백을 과묵한 킬러에 대한 애도 테마이자 마틸다에 대한 그의 마지막 유언처럼 배치했던 것이다.
스팅이 쓰는 가사들은 상황도 표현도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잠시지만 영어 교사를 했던 흔적인지 각운도 늘 깔끔하고 비유도 적절하다. 이 앨범 가 작사 면에서 그의 최고작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곡마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스토리가 있는 가사를 평소의 작사 품질을 유지하면서 써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룹 폴리스 시절의 대히트곡 (Every Breath You Take)에 대한 스스로의 반작용으로 썼던 (Fortress Around Your Heart)는 두 연인이 서로를 사랑이란 성에 꽁꽁 가둬버린 상황을 그렸는데, 카드게임을 빌려온 못지않게 깨알 같은 비유들이 효과적으로 쓰였다. 사랑에 대한 그의 용한 처방전 중 하나로 같이 거론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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