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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주의 몸매로 옷가게에 들어가는 건 어떤 기분일까? 김태희의 얼굴로 길을 묻거나 주문을 하는 건 또 어떤 기분일까? 세상의 옷이 다 나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 같고 모든 사람들이 다 나의 자발적 하인이 된 듯한 기분? 그 어떤 바지도 끝단이 바닥에 끌리지 않고, ‘엉뽕’ 없이도 치마 허리 부분에 주름이 생기지 않으며, 설명을 잘 못 알아들으면 아예 목적지까지 나를 직접 데리고 가주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현재 내가 가진 외모는 나의 내면에 얼마나 걸맞은 것일까? 나는 나의 착함이 겉으로 보이는 것이라면 미란다 커 혹은 스칼릿 조핸슨처럼 생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이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멍청한 수학머리 수준대로 외모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매우 다행스럽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본다면 세상은 또 어떤 모습일까? 매일 다른 얼굴로 잠에서 깨는 사람, 김우진이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다른 외모로 아침마다 새로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는 꽃미남의 얼굴로 여자의 시선을 받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보여준다. 또 한편으로는 노인으로 일어나 침침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어떤 것인지, 뚱뚱한 몸으로 사물과 나 사이의 틈을 다시 재며 걷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결국 이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신발을 신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걷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또 다 똑같은 김우진이다.
2012년 인텔과 도시바는 40분 남짓 길이의 기발한 영화 한 편을 선보였고, 백종열 감독은 이것을 확장해 한국형 장편으로 다시 만들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 아이디어는 우리의 오래된 바로 그 바람에 소구한다. 어떤 모습이든지 나를 사랑해줄 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모든 이들의 꿈.
오늘 네가 또 어떤 모습이든 변함없이 너를 사랑하겠다는 속삭임은 모든 이가 연인에게 듣고 싶은 고백이겠지만 그 말이 덧없고 의미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실은 아예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듣고 싶은 것이다.
2년 동안 격주로 50번쯤 글을 썼다. 마치 매번 아주 새로운 글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려고 고민도 많이 했다. 헤어를 바꾸고 아이섀도 색깔에 변화를 주듯, 첫머리를 이렇게도 해봤다가 저렇게도 해봤다가. 어떤 때는 호러로 어떤 때는 멜로드라마로, 어떤 때는 애니메이션으로 어떤 때는 다큐멘터리로. 그간 ‘걱정극장’에서 코너명도 달라지고 지면도 늘었고 중간에 내 이직으로 글쓴이 타이틀도 살짝 바뀌었지만, 어떤 영화로 새 옷을 입고 나와도 나는 결국 같은 사람이었고 독자도 언제나 똑같이 응원과 관심을 보여주셨다.
오늘 내 글이 어떤 모습이든 사랑받고 싶다는 것은 오늘 내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보다 훨씬 말도 안 되는 것인데도, 매번 내 글이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신 독자 여러분과 편집진에 뭐라 감사드려야 좋을지. 덕분에 아주 행복한 지난 2년이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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