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위쪽)와 2NE1이 새 앨범을 거의 동시에 발표했다. 그들의 앨범 안에서 글로벌과 로컬이 만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SM엔터테인먼트 제공,YG엔터테인먼트 제공
2월24일, 소녀시대의 네 번째 EP 가 공개됐다. 모두 6곡이 수록됐다. 2NE1은 2월27일 10곡이 수록된 정규 2집 를 공개한 뒤 3월1일과 2일에 단독 콘서트를 진행했다. 미국의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과 기획한 월드투어의 일환이었다. 는 유튜브에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조회 수 350만 건을 넘겼고, 일본·미국·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노르웨이·캐나다의 아이튠즈 차트에서 모두 10위권에 들었다. 는 빌보드 앨범 차트에 61위로 데뷔했고(한국 앨범으로는 최고 기록), 타이틀곡 은 ‘월드 디지털 송스’ 차트(온라인 음원 차트로 보면 된다) 5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아이돌 팝, 이른바 ‘케이팝’(K-POP)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두 걸그룹의 복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고 있다. 이건 꽤 중요한 지점이다. 케이팝이란 스타일이 어떤 전환기를 지났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징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의 는 미국의 프로듀싱팀 ‘더언더독스’의 곡으로, 이들은 비욘세와 크리스 브라운 등 팝스타들과 작업한 경력이 있다. 더언더독스와 SM엔터테인먼트의 관계는 이들이 SM에 먼저 연락하며 이어졌는데, 그 시기는 대략 2009~2010년 사이였다. 나는 케이팝을 이해하는 데 이 시기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튜브가 음악 중심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아이튠즈가 미국의 음악시장을 음원 중심으로 완전히 재구성한 시점이었으며, 한국의 메이저 기획사들이 거의 동시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영어와 한국어로 뮤직비디오를 프로모션하는 한편, 막 실체화되던 해외 팬덤을 위한 별도의 프로모션이 작동하기 시작한 때였기 때문이다. 케이팝이란 음악 스타일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나아가 장르화되는 지금의) 맥락에는 음악적 특성 외에 온라인 생태계와 플랫폼의 지구적인 변화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걸 새삼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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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수록곡들은 를 제외하고는 모두 록 비트를 베이스로 삼거나 유로댄스팝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는 원 디렉션과 셀레나 고메즈 같은 팝스타들의 곡을 만든 린디 로빈스와 미국 밴드 스파이몹의 멤버 브렌트 파시크, 그리고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제나 앤드루스가 참여한 곡이고, 은 스웨덴의 작곡 그룹 ‘디자인뮤직’(소녀시대의 , 이효리의 를 만들며 케이팝의 인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곡 그룹)의 곡이다. 1집의 을 작곡한 인그리드 스크레팅의 귀여운 발라드인 는 앨범의 커플링 곡(타이틀과 쌍을 이루는 곡)으로 와는 대구를 이루며 일반적인 팝 소비자와 오랜 지지층(팬덤) 사이의 균형을, 다시 말해 세계시장에 진입한 여성 보컬그룹이자 팬덤과 밀착된 아이돌 그룹이란 정체성 사이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는 이제까지 2NE1이 거둔 성취를 집대성했다는 인상을 준다. 집중도와 완성도가 높다. 물론 기존의 거친 이미지가 뭉툭해진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첫 곡 가 대놓고 2NE1이 소비되는 지점을 명시한다면(“난 모든 여자들의 뜨거운 crush/ 너의 심장을 뛰게 하는 rush/ 예쁜 언니들은 날 좋아해/ 날 좋아하면 예뻐지니까”) 그 반대편에 있는 는 이들의 감정적인 면을 부각시킨다(“너 없이 I’m not happy but I hope you’re happy/ 멀리서 난 널 지켜볼게”). 그럼에도 각 곡에 적용된 리듬의 변화가 곧 전체 앨범의 조화로 이어지는, 힙합과 리듬앤드블루스의 분위기가 록 스타일로 수렴되면서 특유의 그루브를 강조하는 구성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맥락에서 의 구성과 완성도는 꽤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정규앨범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완성도를 지향할 수밖에 없던 에 비해 는 (이른바) ‘미니앨범’으로서 CD는 팬덤을, 음원은 일반 시장을 겨누는 관습에서 제작돼도 무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여기엔 회사의 지향 차이도 한몫한다고 본다. 소녀시대의 가 가요 같지 않은, 무국적의 감수성으로 무장한 ‘글로벌 팝’이라면 2NE1의 는 동시대의 지구적 시장에서 유행하는 요소들을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변되는 한국의 1990년대 댄스가요의 감수성과 결합한 ‘로컬 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두 그룹/앨범의 비교는 케이팝의 현재와 미래로도 확장돼야 한다. 케이팝은 사실 회사의 브랜드가 중요한 산업이다. 지구적 시장을 배경으로 각 회사는 자사의 브랜드와 비전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추가적으로 이런 질문이 필요할 것 같다. 케이팝은 영어 중심의 문화권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해될까. 거기에 ‘로컬리티’란 것은 얼마나 중요할까. 무엇보다 디지털 싱글로 재편된 시장에서 ‘앨범’이란 맥락을 지향하는 태도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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