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역 전광판에서 베이징이나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 같은 행선지를 보는 게 꿈인 기관사다. 은 섬처럼 갇혀 있는 한국철도 때문에 사람들의 상상력마저 가둬놓는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끔찍한 길로 인도하는 국토교통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에 대한 절박한 위기감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지난 연말 철도노동자는 23일이나 지속된 유례없는 장기간의 파업을 벌였다. 에는 왜 철도노동자들이 한겨울에 일터를 박차고 나와야만 했는지 그 이유가 담겨 있다.
강심장이 천직을 얻은 셈?철도 민영화는 요금 인상이나 고위 관료들의 일자리 창출, 재벌 특혜 등 눈에 보이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효율성이란 절대적 우상 아래 모두가 고개를 숙이는 사회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영국의 철도 민영화 문제를 고발한 의 저자 앤드루 머리가 인터뷰한 선로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만약 2명의 현장 감독이 있는데, 한 사람은 승객을 우선시해서 1년에 열차를 대여섯 번 멈춰 세우지만 다른 한 사람은 강심장이어서 그럴 때마다 열차를 통과시킨다고 해봐요. 그럼 연말에 봉급 더 오르는 사람이 누굴 거 같아요? 자기 돈 벌려고 모험을 감행하는 녀석들이 천직을 얻은 셈이죠.”
영국 철도 민영화를 다룬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도 작업 능률을 올리려고 규정을 위반한 채 선로 보수에 나섰다 사고가 나자 도로 교통사고로 위장하고 사고 관련자 모두가 침묵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민영화의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어떻게든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거짓과 비리, 은폐와 조작이 시작되고 나중에는 당연시되는 문화가 자리잡게 된다. 정부 방침에 따라 경쟁하게 될 코레일과 수서발 KTX는 자신들의 경영 성과에 해가 될 수 있는 불가피한 문제들을 정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이윤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게 되는 사회로의 이행 뒤에 행복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한국 사회의 문제 중 하나는 국가가 무엇을 책임지고 어떤 일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없다는 것이다. 공적인 업무를 부여받은 권력자와 공무원이 이권을 챙기려는 세력의 대변자가 되어 백성 위에 군림해왔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의 저자 프랑스의 스테판 에셀 할아버지의 생전 가르침처럼 침묵을 깨고 불의에 저항하는 일상이 박근혜 시대의 어둠을 이겨내는 길이 아닐까?
1857년 3월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악명 높은 판결을 내렸다. 노예제가 시행되지 않는 주로 이주한 흑인 노예 드레드 스콧이 주인이 죽자 자신이 노예제가 시행되지 않는 주에 살고 있으니 자유인이라며 소송을 걸었다. 연방대법원은 재산에 불과한 노예는 시민권이 없으며 당연히 소송을 낼 권리도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노예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법원 판결에 환호했지만 많은 양심적인 미국인들은 속으로 칼을 갈았다. 다음 선거를 통해 정권을 바꾸고 반인륜적 판결을 내린 법관들도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철도 민영화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불통 정권과 폭주하는 국토교통부 관료들의 전횡을 막고 수서발 KTX를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이성과 양심을 가진 시민들이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정권의 창출을 위해 중단 없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박흥수 철도기관사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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