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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튠즈 라디오스타 될까?

등록 2013-10-12 16:31 수정 2020-05-03 04:27

2013년 6월 애플의 새 서비스를 소개하는 세계개발자회의(WWDC) 이후 미국 애플 공식 사이트의 아이튠즈 메뉴에 큰 변화가 생겼다. WWDC에서 소개된 iOS7의 새 기능 중 아이튠즈 라디오가 첫 화면을 차지한 것이다. 애플이 소개한 아이튠즈 라디오는 다음과 같은 서비스다.

더 정교한 방송국 만들 수 있는 장점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 늘 혁신을 주도해왔던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애플은 저작권자와 플랫폼 제공자 모두 만족하는 새로운 미래를 다시 그릴 수 있을까.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 늘 혁신을 주도해왔던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애플은 저작권자와 플랫폼 제공자 모두 만족하는 새로운 미래를 다시 그릴 수 있을까.

아이튠즈 라디오는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큐레이션 라디오 서비스다. 미리 공개된 방송국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자신이 직접 방송국을 만들 수도 있다. 보통은 자신의 방송국을 만들어 듣게 될 것이다. 방송국을 만드는 방법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나의 방송국’에서 + 버튼을 누른 뒤 좋아하는 음악가, 곡, 앨범 혹은 장르를 입력한다. 혹은 자신이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듣다가 해당 음악가 혹은 곡의 방송국을 만들 수도 있다. 자신이 선택한 옵션에서 어느 정도 범위까지 재생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나머지는 아이튠즈가 알아서 조건에 맞는 곡을 연달아 재생한다. 사용자는 마음에 드는 곡을 위시리스트에 넣거나 바로 구입할 수 있으며 그 곡 혹은 음악가를 바탕으로 새 방송국을 만들 수도 있다. 하이퍼링크를 타고 웹페이지를 이동하듯 끊임없이 방송국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만든 방송국은 전자우편, 메시지,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으로 공유할 수 있다. 라디오를 통해 들은 곡은 모두 기록된다. 기록된 곡은 아이튠즈 스토어의 원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미리 듣고 구입할 수 있다. 라디오인 만큼 재생바를 움직여 곡의 원하는 부분을 듣거나 전 곡으로 넘어갈 수 없으며 왼쪽엔 위시리스트 버튼과 재생 그리고 다음 곡으로 넘기기 버튼만 있을 뿐이다. 아이튠즈 라디오는 아이튠즈를 이용하는 모든 기기에서 쓸 수 있다. 아이폰·애플TV·맥은 물론 윈도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미국 계정을 가진 이용자는 광고를 듣는 조건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비용을 결제할 경우 광고 없이 들을 수 있다.

아이튠즈 라디오는 기존의 음원 재생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판도라 라디오는 2005년에 오픈한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뮤직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2천 개가 넘는 음악 특성을 추출하고 그에 맞춰 새로운 곡을 선곡한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역시 라디오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튠즈 라디오와 사용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플레이리스트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방송국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이튠즈 라디오에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은 양날의 검이다. 판도라 라디오나 스포티파이가 웹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어느 플랫폼에서나 이용 가능한 반면 아이튠즈 라디오는 아이튠즈나 iOS 음악앱이 아니면 들을 수 없다. 당장 iOS보다 점유율이 높은 안드로이드OS에서는 아이튠즈 라디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클라우드 시대, 음악 시장 새로운 전기

애플은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 늘 혁신을 주도했다. 아이튠즈 플랫폼과 iOS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음원 시장을 새로 만들고, 음원에서 디지털저작권 보호장치 프로그램(DRM)을 제거해 제한적 다운로드를 받는 방식을 없애고 비틀스를 데려왔다. 그사이 온라인 음악 시장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급격히 변했다. 이를 따라잡기에 아이튠즈는 덩치가 너무 컸다. 자신이 가진 곡을 업로드한 뒤 세탁 과정을 거쳐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는 아이튠즈 매치(애플의 클라우드 기반 뮤직 서비스)는 구글 뮤직이나 스포티파이에 비해 애매했다. 뒤늦게 시작한 아이튠즈 라디오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과연 아이튠즈 라디오는 음원 판매를 촉진할 수 있을까.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아이튠즈 매치와 라디오를 통해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 수밖에 없음은 확실해 보인다. 구글과 소니는 이미 스트리밍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언제나 네트워크에 연결된 스마트 기기를 들고 다니고, 듣고 싶은 곡이 있으면 바로 유튜브에서 찾아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거기서 스트리밍으로 음악 듣기 경험이 바뀌는 건 기술의 발전에 따른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얼마 전 라디오헤드의 리드 보컬 톰 요크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적은 요율로 신예 음악가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자신의 음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스포티파이는 이용자가 늘면 해결될 것이라 맞받아치고 있다. 저작권자가 음원 수익의 70%를 가져가고 플랫폼 제공자는 기기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아이튠즈 스토어의 시스템은 음원의 시대를 맞이하는 너무 완벽한 미래였다. 과연 애플은 이미 형성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다시 완벽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클라우드 시대, 음악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 번도 이러한 미래를 겪은 적 없는, 아직도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가 들어오지 못한 한국과는 조금 먼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하박국 영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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