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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고교 동창들 일부가 그를 지지할 수 없는 이유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직에 있던 그가 동문들의 이런저런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단다. 동창의 청탁까지 거부한 청렴이 표를 줘야 할 이유가 아니라 표를 줘선 안 될 이유가 되는 나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뒤 ‘전관예우’의 특혜를 미련 없이 버린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 석 좌교수와 등으로 대중과 친숙해진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대담 형식의 이 책에서 이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얘기를 보면, 청탁 거부하면 ‘나쁜 놈’ 되기는 법조계도 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정계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재계, 문화계, 교육·학술계 그리고 친·인척까지 도. 학교인들 어디 문재인 의원의 모교만 그러랴.
김 전 대법관은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바로 연줄문화, 연고관계더라고요. 연고관계에 반드시 돈이 따라오지 는 않지만, 그 고리를 끊지 않는 한 공정한 룰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뿐더러 부수적인 관계가 고착화돼 변하지 않을 것 같더라 고요. 이런 상황에선 더 좋은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간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일상화된 청탁과 금품 수수 관행, 권력과 부패의 상관관계, 정치자금법 개혁 방안, “도둑 잡는 검 찰이 도둑으로 몰리게 된 안타까운 현실” 및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부정 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김영란 법)이다. “제 문제의식은 착한 사람들도 발을 조금만 젖게 하면 금방 온몸을 적시 게 된다는 데에서 출발했어요. 그것을 못하게 해야겠다 싶었어요. 판사로 처음 출발했을 때 나는 받기 싫은데, 개인적으로 저를 겨냥해서 주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돌린다거나 방에 있는 총무에게 놓고 가는 것이라 거절하기 힘들었어요. …변호사뿐 아니 라 다른 단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게 발이 젖는 거예요.”
현행법은 대가성 없는 돈은 처벌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래서 평소 밥과 술을 사고 편의를 봐주고 돈을 줘 매수하는 권력형 부 패 ‘스폰서’ 시스템이 확산되고, 문제가 되더라도 대가성이 없었다며 법망을 다 빠져나가버린다. 두 사람은 “세상에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라는 것은 없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게 해서 김영란 법의 제일 큰 특징이 바로 이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도 처벌한다 는 것이고, 이것이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다.
김 전 대법관은 김영란 법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라며, “사실 이것은 공무원에게 부정 청탁을 회피하는 수단을 마련해 주는 법”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우리가 더 발전하려면 구성원 간 신뢰가 바탕이 되는 민주주의 시민사회, 공정한 사회로 가야 하 며 그러려면 엘리트 카르텔을 해체하고 한 계단 더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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