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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 답사 다음은 남의 문화유산 답사

한국 문화유산을 아는 만큼 느끼게 만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0년, 7권 제주편까지 총 330만 부 팔려… 다음은 일본편
등록 2013-07-18 14:09 수정 2020-05-03 04:27
1~7/유홍준 지음/창비 펴냄/각 권 1만6500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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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올해 출간 20돌을 맞았다. 인문서 최 대 베스트셀러라는 이 시리즈는 제7권 제주편까지 총 330만 부가 팔렸다. 창비는 이 여세를 몰아 일본편 2권을 동시에 출간한다. 지은이 유홍준 명지 대 교수는 “최근 아베 신조 정권의 무뢰함이 도를 넘어 동아시아 갈등을 심 화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일본편을 서둘러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 했다.

유 교수는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 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 이제 두 나라는 모두 이 콤플 렉스의 색안경을 벗어던져야 할 때가 됐다”며 자신의 책이 서로 상대를 좀 더 명확히 아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이카 시대, 애국 시민이 만든 베스트셀러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종소리는 때리는 자 의 힘만큼 울려퍼진다.”

불교 선문답에 나올 법한 선인들의 이런 경구가 세상 이치를 얼마나 절 절하고 적확하게 드러내는지, 많은 한국인들은 20년 전 유홍준의 를 통해 비로소 실감했다. 유 교수는 지난 6월 건축가 조 재원씨와의 대담에서 책이 많이 팔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책만 잘 쓴 다고 되는 건 아니고, 시운도 맞아야 한다. 독자들이 이런 책을 기다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전까지는 대중이 읽을 만한 제대로 된 고급 인문서가 없 었다. 답사기가 그런 욕구를 채워주었다. 그 무렵 들어선 문민정부하에서 민 주화와 노동운동 등 날선 사회적 이슈들이 어느 정도 무뎌지면서 운동가들 중엔 일종의 허탈감, 단절감을 느끼고 고시파로 변신한 이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겐 이 책의 정서가 민주화의 맥을 잇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호감을 얻은 면도 있다.”

또 당시 자동차 보유 700만 대의 ‘마이카 시대’가 시작돼 어디로든 차를 몰고 가볼 수 있게 된 시대 변화 덕도 봤고, 애국심 강한 한국인들이 자기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해준 덕도 봤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편은 제1권 규슈편, 제2권 아스카·나라편 두 권이 동시에 출간되는 데, 이를 위해 유 교수는 오랜 세월 준비를 했다. “쓰는 데는 1년 정도 걸리 지만, 이를 위해 10년, 20년을 준비하고 축적해야 한다. 25년 전 아스카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때부터 구상했으니 그만한 세월이 걸린 것이 라 할 수 있다. 나는 일본에 유학한 적도, 살아본 적도, 일본인 친구도 없지 만 미술사학도로서 현장답사를 많이 했다. 거의 해마다 도쿄, 규슈, 아스카, 나라, 교토를 답사했다.”

일본편으로 한·일 고대사가 재인식되기를

그는 를 쓴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피 를 나눈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고 했다며 이런 말도 했다. “다이아몬드는 동 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는 양국이 고대에 쌓은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 데 달렸다고 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그런 시선으로 일본 문화유산 답사기를 쓰고자 했다. 하루 1만 명이나 일본으로 떠난다는 한국인들에게 일본의 문화유산 속에 한국 문화가 어떻게 남아 있는지 알려줌으로써 한· 일 고대사가 재인식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승동 기자 한겨레 문화부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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