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도 인기인이 될 수 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예를 보 여주는 강신주(46)씨의 (2011년 2월 출간)이 10만 부나 팔렸다. 사계절 출판사 관계자는 “인문학 서적은 잘 나간다고 해도 보통 몇 달이 지나면 힘이 떨어지는데, 인문교양서로서는 드물게 지금까지도 힘이 별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 출판사 쪽은 “만만치 않은 인 문학을 말랑말랑하게 잘 씹어서, 평소 철학책을 잘 보는 사람들에겐 재미 나게 읽히고, 잘 안 보는 사람들에겐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을 꼽았다.
친숙한 관계가 좌절될 때 나오는 인문적 사유인문학이란 무엇인가? 강씨는 “주어진 현실과 인간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꿈꾸려는 학문”이라고 했다. 이 책 1장의 ‘최시형, ’에서 그는 비트겐슈타인의 얘기를 끌어와 “인문적 정신은 비록 실패할지라도 인간 자신의 성찰과 노력으로 직면한 위기를 정 면으로 돌파하는 것”이라며 이를 “초월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김으로써 자신의 위기를 미봉하려는 종교적 정신”과 대비시켰다. 강씨가 보기에 최시형이야말로 인문 정신의 구현자였다. 그의 ‘한울님’, 즉 천주는 무조건 경배하고 자신을 맡겨야 하는 기독교의 외부 초월적 존재(신)를 부정하며 “신은 곧 자연”이라고 한 인문 정신의 또 다른 구현자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와 상통하는 것이라고 강씨는 얘기한다.
그는 ‘장자 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에 등장하는 48가지 화두의 주인공들 중 서양철학자가 과 반인 데서도 보듯, 그의 사유는 동서양 철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절묘한 비유로 사유의 핵심을 재치 있게 꿰뚫는다.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면, “페르소나를 벗고 자신의 맨얼굴로 자신의 세계에 직면하는” 솔직함과 당당함이 필수적이다. 강씨가 인문 정신의 실천 자로 시인 김수영을 여러 차례 인용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는 ‘하이데거, ’에서 인문적 사유의 비밀은 그것이 “오직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 과 조우할 때만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곧 ‘낯선 것’과의 대면이다. “어떤 것과의 친숙했던 관계가 좌절되어 어떤 것을 의식하게 된다”는 것, “친숙함 이 사라지고 낯섦이 찾아오는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생각이 깨어나 활동하 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역시 독서가 관건그가 3개의 장으로 나눠 살피는 니체와 에픽테토스와 이지, 임제, 나가르 주나, 혜능, 칸트, 레비나스, 공자, 사르트르, 아렌트, 데리다, 이리가라이, 장 자, 원효, 베르그송, 베냐민, 리오타르, 좀바르트, 바타유, 드보르, 바디우, 들 뢰즈, 하위징아, 랑시에르, 마르크스는 모두 이 ‘낯설게 보기’의 재료·수단 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나의 삶을 흔들고, 나의 허영을 부수고, 내 맨 얼굴을 보게 만드는” 재료들이다. 강씨는 이 책이 “나의 강렬한 독서 경험의 흔적”이라고도 했는데, 동서양 첨단 사유의 단서들을 모아놓은 이 책이 ‘말 랑말랑하게’ 읽히는 건 들뢰즈도 얘기했다는 바로 이 “강렬한 독서” 내공 덕 도 있을 것이다. 역시 독서가 관건이다.
한승동 기자 한겨레 문화부 sdha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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