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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작가 정유정이 돌아왔다. 사람과 개에게 같이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소재로 한 소설 이 그의 복귀작. 2011년의 히트작 으로부터 2년여 만에 나온 정유정의 새 소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독자를 극한상황에까지 몰아붙이며 인간성의 심연과 마주하게 만든다. 전작에 비해 스케일은 더 커지고 문제의식 역시 더 깊고 넓어졌다.
서울 북쪽 소도시 화양에서 개들과 사람들에게 눈이 빨갛게 되는 같은 증상의 병이 퍼진다. 진행 속도가 빠르며 치사율이 높은 이 병 때문에 개와 사람이 무더기로 죽어나가고, 당국은 병이 도시 바깥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고 도시를 폐쇄한다. 안에 갇힌 이들은 얼굴 없는 병균을 상대로 가망 없는 싸움을 벌인다. 카뮈의 소설 를 떠오르게 하는 설정이다.
이 무간지옥 같은 상황에 작가는 여섯 주인공을 몰아넣는다. 다섯 사람과 개 한 마리. 정유정 소설의 주인공답게 그들은 각자의 욕망과 상처로 폭발 직전인 상태고, 화양을 덮친 전염병은 그 파괴적 에너지에 불을 댕긴다.
이 소설에서 의 인상적인 악인 오영제에 해당하는 인물은 박동해다. 잘난 형과 여동생에 치여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 그는 처음에는 부모가 사랑하는 개를 향해, 나아가서는 개와 관련된 주변 사람들을 향해 냉혹하고 잔인한 복수극을 벌인다.
동해의 맞은편에 있는 인물이 유기견보호소를 운영하는 수의사 서재형.일찍이 알래스카 개썰매 대회에 참가했던 그는 위기 상황에서 개들을 버리고 혼자만 살아난 일 때문에 죄책감을 지니고 있다. 유기견을 보살피는 그의 선행이 방송을 탄 직후 익명의 투서가 신문사에 날아들고 그를 근거로 한진일보 기자 김윤주는 개썰매 대회 당시 그의 ‘비겁한’ 생존을 새삼 문제 삼음과 동시에 그가 데리고 있는 유기 썰매개가 원래 주인과 법적 소유권 다툼 상태라는 사실 등을 단독 보도해 그를 순식간에 나락에 빠뜨린다. 여기에 119 구조대원 기준과 간호사 수진, 그리고 늑대개 링고가 가세해 폐쇄상태인 화양의 28일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작가는 “몇 해 전 구제역 파동 때 돼지 생매장 동영상을 보고서 하룻밤 사이에 이 소설의 시놉시스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출구가 막힌 채 봉쇄된 화양의 상황은 1980년 5월 광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차량 수백 대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 시청광장에서 당국 규탄 집회를 여는 시민들, 그런 시민들을 총검으로 진압하는 공수부대원들, 자위적 차원의 무장을 주장하는 시민들과 어디까지나 비폭력 평화시위를 부르짖는 이들, 그리고 행진하는 시민들을 향한 헬기의 기총소사까지….
“화양에서 일상을 앗아간 세상은 화양을 잊은 것 같았다. 죽은 자를 땅에 묻듯, 시간과 망각 속에 화양을 매장해버린 후 자신들의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 빨간 눈은 지옥 불처럼 화양을 태웠다. 용케 불길을 피한 이들은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다른 사람들의 손에 죽었다.”
소설 말미에서 화양의 28일을 총괄하는 이 대목은 어쩐지 1980년 5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신음하던 광주 시민들의 심사를 대변하는 듯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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