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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은 역시 19금!

5회, 신동엽 필살기 ‘19금’개그의 잠재력 보여줘 … 미래의 ‘완벽한 19금 쇼’ MC로 신동엽을 꼽는 이유
등록 2012-07-06 17:35 수정 2020-05-03 04:26
tvN 제공

tvN 제공

신동엽은 현재 SBS 과 KBS2 의 진행자다. 이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두 프로그램의 연관 키워드가 강호동과 유재석이기 때문이다. 둘이 양대 국민 MC로 전성기를 누릴 동안, 신동엽은 출연 프로그램마다 조기 종영되는 비운의 시기를 보냈다. 그러던 그가 강호동의 뒤를 이어 의 MC가 된 것과 가 유재석의 를 누르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예전의 명성을 회복했다는 상징적 사례다. 강호동이 잠정 은퇴 중이고 유재석은 MBC 노조 파업으로 인한 결방으로 주춤한 사이 신동엽의 존재감이 새삼 재발견된 것이다. 지난 6월23일 채널 tvN에서 그가 출연한 5회가 방송됐다. 그의 상승세를 확인하는 방송이었다.

성적 위계 없는 귀여운 농담
신동엽과 의 만남은 예고된 순간부터 큰 화제를 몰고 왔다. 본격 성인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방송과 ‘19금’ 개그의 1인자 신동엽이 합작해낼 상승효과에 대한 기대였다. 단 한 번의 특별 출연으로 그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르지 않을까? 여기에는 신동엽만이 가능한 무엇이 있었다. 단순히 야한 농담의 차원을 넘어서는 신동엽 ‘19금 개그’의 위력과 특별함이다.
특히 첫 코너 ‘골프 아카데미’가 그랬다. 콩트에서 PGA 마스터 프로 역할로 분한 신동엽의 음흉한 연기는 예전 SBS 를 통해 완성했던 일명 ‘변태 연기’의 재연이었다. 그중 당시 그의 대표 코너였던 ‘이상한 남자 닥터신’을 연상시킨 것이 ‘골프 아카데미’다. ‘닥터신’은 점잖은 외양 속에 성도착 성향을 숨긴 지식인으로, 신동엽은 이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성에 대한 위선을 꼬집으며 일차원적 변태 연기를 넘어선 풍자를 선보였다. ‘골프 아카데미’에선 “매너 스포츠”라는 골프의 프로임을 자랑하는 그가 레슨인 것처럼 성희롱을 합리화한다. 겉으론 엄숙한 척하며 갖은 짓을 일삼는 많은 현실 속 변태들의 위선을 겨냥한 것이다.
곧이어 등장한 우정출연자 홍석천과의 협연 역시 의미가 컸다. 홍석천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이제 성적 농담과 응시의 주체는 완전히 역전된다. 방금 전까지 여성의 신체를 품평하다 홍석천의 노골적인 접촉에 울상을 짓는 신동엽의 연기는 마초와 호모포비아를 같은 선상에서 조롱한다. 신동엽의 ‘19금’ 개그가 특별한 두 번째 이유는 이처럼 다양한 성적 취향에 열려 있다는 점이다. 가령 그의 ‘19금’ 연기는 의 ‘룸메이트’에서처럼 진지한 동성애 연기를 비롯해 복장도착자, 마조히스트 등 폭넓은 성적 취향 연기를 포함한다.
사람들은 이를 모두 ‘변태 연기’로 통칭하지만 그것은 ‘정상성’에 비춰 비정상을 저급하게 드러낸다기보다 은밀하고 다양한 성적판타지를 재현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 남성과 이성애 중심이라는 특정한 성적 가치의 위계적 시선을 떠나 있기에 그의 ‘19금’ 개그는 여성에게도 인기가 높다. 예컨대 그가 KBS2 을 진행할 때 ‘파인 옷 때문에 자꾸 쳐다보게 된다’며 샤이니의 태민에게 던진 유명한 말이 있다. 다른 진행자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성적 취향을 드러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남성성 강한 다른 남자 진행자라면 꺼내지도 않았을 농담이거나, 남자로서 경쟁의식을 보이거나, 선배로서 위계를 드러내고 말았으리라. 신동엽의 ‘19금’은 그저 귀엽고 자연스러운 농담이 된다.

‘19금’ 개그, 데뷔 뒤 꾸준히 ‘개척’
물론 신동엽의 장기에 ‘19금’ 개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인 코미디 에서부터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SBS 까지 그의 예능 스펙트럼은 꽤 넓다. 하지만 예능인 신동엽의 가장 큰 무기는 분명 ‘19금’ 개그다. 그 외의 영역은 다른 예능인도 대체 가능하지만, 데뷔 시절부터 꾸준히 개척해온 성인 개그는 그만의 독보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신동엽의 ‘19금’ 개그는 예능인으로서 그의 모든 장기가 종합된, 그 자체로 하나의 버라이어티가 될 수 있는 무궁한 가능성을 지녔다.
사람들이 그의 출연에 유독 환호한 것은 그 잠재력을 목격해서다. 신동엽은 오프닝의 짧은 패러디 토크를 포함해 ‘쨕’ 같은 세태풍자 콩트뿐 아니라 화장실 유머를 아이디어로 승화시킨 ‘탐퐁 CF’까지 다양한 ‘19금’ 개그를 펼쳐 보였다. 하지만 섹스코미디와 정치풍자는 아직 유기적이지 못한 의 한계는 아쉬움을 남긴다. 언젠가 성적 엄숙주의와 획일화된 성적 취향을 벗어나 금기 안에 갇혀 있던 은밀한 상상을 해방시킨 완벽한 ‘19금’ 쇼가 생겨난다면, 그 호스트는 신동엽이 옳다.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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