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 MBC뮤직 채널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은 보통 자정이 넘은 시간에 방영되는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의 특징을 깨고 오전 시간에 방송된다. 관객 없이 녹음실에서 직접 라이브 밴드와 함께 노래하고 토크를 진행하는 방식은 종영된 MBC 를 연상시킨다.
<font color="#008ABD">음악적 완성도 택한 </font>
첫 회 게스트는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인 성시경이었다. 은 관객의 빈자리를 가까이서 들리는 가수의 숨소리로 채워 성시경의 또 다른 ‘레전드 영상’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천천히 그리고 길게” 지켜나가길 바란다는 루시드폴의 다짐은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다. 이소라나 윤도현이 자기 색깔을 유지하며 또 다른 심야 음악방송의 터를 넓힌 것처럼, 콘서트의 현장감 대신 녹음 스튜디오의 깊이와 음악적 완성도를 택한 은 음악 프로그램이 더 다양한 방향으로 조금씩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아이돌 위주의 음악방송도, 치열한 서바이벌 경연도, 가수 지망생들의 치열한 경쟁도 끝난 늦은 밤. 그제야 천천히 노래와 연주를 들려주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음악 프로그램들이 있다. 누군가는 심야 음악방송이라고도 하고 콘서트 방송이라고도 하지만, 정해진 이름은 없다. 뮤지션들이 음악을 들려주고 그 여백은 짧은 토크로 채운다. 프로그램에 색을 입히는 것은 진행자의 몫이다. KBS 2TV의 주말 밤을 오래도록 지켜온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현재형인 을 비롯해, 라이브와 토크를 기본으로 하는 음악 프로그램은 케이블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1990년대 초 에서 시작된 KBS의 심야 음악방송은 이문세, 이소라, 윤도현 등을 거쳐 현재 에까지 이르렀다. 역대 진행자인 이소라와 윤도현이 현재 KBS조이 와 Mnet 를 진행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심야 음악방송의 뿌리라 할 법하다. 2009년부터 방송 중인 은 진행자 유희열을 닮았다. 그가 가수 토이일 때 자신의 음악에 다른 보컬의 색을 덧입힌 것처럼, 유희열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고 피아니스트이자 진행자로 가수들을 뒷받침해준다. 거기에 오랜 라디오 진행으로 다져진 유희열의 입담은 을 예능보다 재미있는 음악방송으로 느끼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무엇보다 은 가장 오래된 라이브 음악방송의 현재형이면서도 가장 자유롭고 새로운 기획을 보여준다. 100회 특집에서는 세션맨들에게 경의를 표했고, 크리스마스의 솔로 특집은 다음해로 이어질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2편까지 방영된 ‘청춘 나이트’ 특집은 1990년대의 감성을 재현한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심야 콘서트형 음악방송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유희열과 같은 소속사(안테나뮤직)인 정재형과 루시드폴이 을 통해 그 실력과 감각을 대중에게 알리고 이후 자신들의 이름을 건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font color="#008ABD">빅뱅과 옥상달빛을 한 무대에서 보다</font>
의 ‘가브리엘 대천사’였던 정재형이 이효리와 함께 진행하는 SBS 는 뮤지션 정재형과 댄스 가수 이효리 사이에 있다. 대중적인 시선 앞에 이효리가 서고, 음악적인 부분은 정재형이 맡아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두 진행자의 공존처럼 빅뱅과 옥상달빛, 백지영과 몽니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를 포함한 심야 음악방송의 가장 큰 특징이며 장점이다. KBS 나 SBS 같은 아이돌 중심 음악방송과 이원화되지 않고, 그들에게 요구되는 음악적인 면을 채울 수 있는 무대로 아이돌까지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댄스용으로 편집된 음원 대신 라이브 반주에 맞춰 노래해야 하는 무대는, 역설적으로 아이돌들이 진짜 목소리를 내고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창구가 되고 있다.
음악방송은 가수들이 설 무대가 적어진 풍요 속 빈곤의 음악시장에서 숨통을 틔운다. 시청률을 이유로 지상파에서 외면당하기도 쉽게 내처지기도 했지만, 지금 라이브 음악방송은 시청률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더 자유로운 시도가 가능한 케이블 채널을 토양 삼아 다양화되고 있다. 이들 방송에서 가수들은 누군가의 멘토, 혹은 이미 다른 이들의 노래를 평가하는 심사위원이 아니라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된다. 누가 누가 잘하나를 겨루지 않고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과 무대에서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서는 일은 가수나 시청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가창력의 정도나 대중적 인기, 음원 판매량만으로 가수를 평가하지 않고, 아이돌도 인디밴드도 잊혀진 가수도 자기 자신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는 무대. 지금 라이브 음악방송의 무대야말로 뮤지션들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열려 있는 무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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