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는 이번에도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1월29일 JYJ의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멤버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 계획이 CGV 쪽의 갑작스러운 계약 불이행 통보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가 “JYJ를 다룬 극장용 다큐멘터리가 2월9일부터 전국 20개 CGV 상영관에서 개봉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씨제스와 CJ가 영화 상영 계약서에 나란히 날인한 지 열흘 만의 일이다. 씨제스 관계자는 “계약서에 날인한 날 돌연 CGV 쪽에서 전화로 계약 취소 의사를 밝혔고, 계약 수정 등 다른 조건으로 합의할 것을 여러 번 제안했음에도 결국 취소 통지를 받았다”고 했다. 씨제스는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으며, 양사 모두 소송에 대비한 법적 검토를 시작했다. CJ의 CGV가 법적 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계약을 파기하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아이돌 영화에 대한 ‘외압’
CJ와 CGV 쪽의 공식적인 답변은 “JYJ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기로 한 계약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나 양사가 협의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렬됐다”는 것이다. CGV 홍보팀 김대희씨는 “상영을 결정하기까지 CGV는 한 번도 해당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했다. CGV 해당 팀도 보고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내·외부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CGV는 씨제스에도 “해당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상영 여부에 대해 실무자끼리 전자우편이 오간 점, 최종 상영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자료가 배포된 점, 내부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계약서가 날인된 점” 등을 ‘계약 과정의 문제’로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씨제스 쪽 관계자는 “1월21일 CGV는 씨제스에 ‘어처구니없는 경로를 통해 계약서가 전달됐다’며 계약서
를 돌려달라고 요구해왔다. 다큐멘터리를 언제든 보여줄 수 있다, 내부 시사를 갖고 개봉일을 연기하자고 제안했으나 CGV는 계약 취소만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씨제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시사회 개최 여부보다는 ‘CGV 내부 문제’에 더 무게중심이 쏠린다.
씨제스와 CGV는 지난 1월 초 JYJ 다큐멘터리 상영 계약 절차에 들어갔다. 이때만 해도 CGV 쪽에선 “다른 아이돌 콘텐츠를 상영할 때와 똑같이 법무팀에서 검토한 계약서를 보내겠다”고 하는 등 이미 CGV에서 상영한 빅뱅, 슈퍼주니어의 영화와 같은 취지로 개봉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월18일 여러 언론을 통해 “JYJ 다큐멘터리, 극장 개봉”이 보도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씨제스 이재은 홍보기획부장은 “1월19일 CGV 쪽 담당자가 ‘기사가 나간 뒤 CJ E&M 쪽에서 문제제기가 들어왔다. CGV 본부장님께서 최종 결정할 사항이니 원래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방어해보겠다’고 했다”며 “겉보기엔 상영관이 단순히 계약을 불이행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상영을 막는 외압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CGV 홍보팀은 “CJ E&M과 CGV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회사다. SM엔터테인먼트가 CJ E&M을 통해 CGV에 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는 소설이다. 있을 수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앞뒤 상황을 종합해볼 때, JYJ 다큐멘터리 상영 소식을 몰랐던 CJ E&M 쪽에서 보도자료가 나간 뒤 그 사실을 알고 CGV 쪽에 크게 항의했고 개봉이 취소됐으리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확인한 두 회사 실무담당자들의 1월19일 대화에서도 “CJ E&M으로부터 태클이 들어왔다”는 표현이 나온다. 기사가 나간 뒤 “SM이 음원을 다 빼겠다고 할까봐 CJ E&M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CJ E&M은 방송·영화·음악 등 CJ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하는 회사다. 2011년 3분기 기준으로 tvN, 엠넷 등 CJ E&M이 소유한 채널들은 케이블채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CJ E&M도 SM엔터테인먼트와의 관계 회복에는 상당히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테인먼트는 CJ E&M이 2009년 당시 자사와 법적 분쟁 중이던 동방신기의 멤버 영웅재중, 시아준수, 믹키유천을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 시상식 무대에 세운 뒤 순위 공정성과 유료 투표의 상업성을 문제 삼아 소속 가수들의 출연을 거부해왔다. 2011년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SM 소속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상을 받은 것은 CJ E&M이 화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라는 후문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SM과 공동 제작 중인 SM 소속 가수들의 다큐멘터리도 이런 화해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라는 가제로 올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이 다큐멘터리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32명의 미국 뉴욕 공연 모습과 무대 밖 이야기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는 물론 2명의 동방신기도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CJ E&M 쪽 관계자는 “최고의 음향과 카메라 장비를 동원해 제작비만 수십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아이돌 콘텐츠의 수익도 수익이지만 그룹 내부에선 SM엔터테인먼트와의 화해를 위한 선물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다”고 전했다.
“이미 각오했던 일”
2명의 동방신기는 대형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고 JYJ의 일상 다큐멘터리는 상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JYJ의 반응은 “이미 각오했던 일”이라는 것이다. 소속사 씨제스는 “SM이라는 둥지를 나올 때는 노래조차 할 수 없을 줄 알았다. 해외 무대만이라도 설 수 있는 상황이 행복하다”는 그들의 말을 전한다. 는 이미 지난해 케이블채널 큐티브이에서 예고편이 나간 뒤 방송사 사정을 이유로 방송이 돌연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다큐멘터리는 그때의 TV 방송분을 영화 상영을 위해 추가 촬영해 재편집한 것이다.
여러 번 공개를 거부당한 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연예기획사가 만든 아이돌의 삶을 벗어나 난생처음 휴가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20대 청년들의 모습이 담겼다는 것이 소속사의 설명이다. 다큐멘터리의 말미에 멤버들은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상이 신기합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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