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동양은 좁혀 보면 중국이다. 중국 상하이문예출판사에서 1991년 엮어 펴낸 을 옮긴 책인데, 이 출판사는 ‘방대한 중국문화 전적’에서 13권의 저작을 골라 그에 천착해온 학자들에게 평론을 맡겼다. 책은 중국 학자 13명이 쓴 13편의 글로 이뤄졌다.
공자와 묵자의 사랑은 어떻게 다른가중국을 빚은 13권의 고전으로 꼽힌 책은, 춘추전국시대(기원전 8~3세기) 사상가 공자의 에서 시작해 , 20세기 초 에 이른다.
이 책에서 다수의 글들은 강도 차이는 있으되 고전의 사상체계와 그 사상가들을 그 시대의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거침없이’ 비판적으로 독해한다. 가령 요사이 국내에서도 새삼 학계와 독자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공자를 보자. 지은이(쑤치시)는 중국 역사의 특징은 (주나라 이래) 가정마다 작은 땅을 경영하고 이를 통해 국가라는 큰 건축물을 지탱해온 데 있으며, 사회의 정치·경제·문화·심리 구조는 이런 기초 위에 세워졌다고 전제한 뒤, 공자 사상과 유학 연구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나라 왕조의 종법 등급제도의 기초는 토지 분배인데, 등급의 상하·귀천의 척도는 바로 토지의 많고 적음이었다. 주 왕조는 천자-제후-경대부 등으로 층층이 위계 지어진 “방대한 가족”이었으며, “가족은 축소된 종법사회였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지은이는 공자가 평생 온힘을 다해 회복하려 애쓴 ‘이상’은 주나라 문화의 핵심인 주례(周禮)였으며, 그 기본 내용은 가족(국가) 내 종법 등급제도라고 말한다. 종법 등급제도에서 임금은 곧 아버지요, 부군(남편)은 곧 임금이다. 한 가족에서 각 등급 사이에는, 이를테면 부자·부부·장유·남녀·주노(주인과 노비) 사이에는 엄격한 차별이 유지돼야 한다. “이 차별이 가정에서는 토지, 재산, 기타 권리에 대한 가족 구성원의 차별로 드러난다.”
나아가 지은이는 공자 사상의 핵심이 인학(仁學)이 아니라 예학(禮學)이라고 주장한다. 의 인은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이다. 곧 자기를 극복해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 여기서 예는 바로 가정과 사회의 종법 등급 관계가 윤리화·제도화된 것이다. “공자의 ‘예가 아니면 보지 말라’는 말은 인간 사이에 등급 차별을 엄격히 준수하고 이를 넘어서지 말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전국시대 장자의 사상을 일러 “유학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라 말한다. 공자가 인간세상의 등급과 차별을 유지하려 했다면, 장자는 인간세상을 초월하려 했으며 등급·차별을 없애고 무차별의 원시 혼돈 상태로 돌아가려 했다고 비판한다.
역시 이 대목에서 흥미를 끄는 건 춘추전국시대에 “커다란 영향력으로 유가와 맞섰던 학파” 묵가일 것이다. 지은이(웡치빈)는 묵자의 사상을 ‘천민에 의한, 천민을 위한 철학’으로 파악하고, 근대 사상가 량치차오(양계초)의 글을 빌려 묵자의 ‘겸애’(兼愛)와 공자의 ‘범애’(汎愛)를 비교·분석한다.
그가 보기에 공자의 범애는 “자기 집안을 사랑하면 역시 다른 사람의 집안도 사랑하게 된다”는 논리로 연역해낸 관념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나아가 자기 집안·나라)과 타자 사이에는 차별이 없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반면 묵자는 오히려 이런 차별 관념을 사회 죄악의 총체적 근원이라고 보았다. 자기의 이익을 얻으려면 먼저 반드시 남을 이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란을 다스리려면 차등을
없애야 한다고 묵자는 주장했다. 묵자의 또 다른 기둥인 ‘상현’ 사상은 정치의 귀족 종법 세습제를 무너뜨리고 귀족 아닌 하층 천인(賤人)들이 정치 무대에 오르는 길을 개척하기 위함이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묵자 자신이 천인 계층인 공장(工匠) 출신이었다.
“거리두기식 지혜”라면 유용한이 책의 초판은 1989년에 나왔다. 말하자면 이 책은 개혁·개방 사회주의 덩샤오핑 시대를 맞은 중국 학계가 당시 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르던 유학을 비롯해 그 자신들의 밑동을 이뤄온 사상을 궁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다시, 20여 년 시간을 건너뛰어, 중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중국 고전 읽기 붐이 형성됐다. 옮긴이가 썼듯이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그 가치를 하나하나 검토하는 적당한 거리두기식의 지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은 그 유용함이 크다.
허미경 기자 한겨레 문화부문 carmen@hani.co.kr"_top">carmen@hani.co.kr
* 쑤치시·웡치빈 외 지음, 김원중 외 옮김, 글항아리 펴냄, 3만2천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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