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에서 ‘알 반장’으로 출연하는 무하메드 아사드 자만 칸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칸은 2009년 충북 음성군 편에서 외국인 최초로 최우수상을 받았었다. 노래 실력을 인정받아 에 캐스팅된 그는 영화에서 편승엽의 으로 자신의 노래 실력을 뽐낸다. 15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칸은 한국어도 무척 잘한다. 평범한 질문에 의미심장한 답변을 들려주기도 했다. 가령 이런 것. 그가 모국인 방글라데시의 4년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기에 “엘리트였나 보다”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그런 거 소용없잖아요.” 현실이 코미디라면 얼마나 좋을까, 새삼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코미디였으면 싶은 현실육상효 감독의 는 부탄 사람으로 변장해 공장에 위장 취업하는 방태식(김인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그리는 코미디 영화다. 태식은 충남 금산이 고향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곱슬머리에 단신인 그는 곧잘 동남아인으로 오해받는다. 그 때문인지 태식은 번번이 취업 면접에서 미끄러진다. 결국 태식은 노래방을 운영하는 고향 친구 용철(김정태)의 도움(?)을 받아 동남아인으로 변장해 의자공장에 취업한다. “부탄에서 왔습니다. 방가입니다”라고 인사하면 모두가 그를 부탄 사람으로 믿어버린다.
태식은 취직한 의자공장에서 알 반장(칸), 찰리(피터 홀밴), 마이클(팔비스), 라자(나자루딘), 장미(신현빈) 등 동남아 친구들을 만난다. 이들은 태식에게 텃세를 부린다. 공장 일이 손에 익지 않아(처음엔 누구나 그렇다) 실수를 연발하는 태식을 모두 외면하는 것이다. 태식은 순식간에 외톨이가 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직장을 얻는 이 땅의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서러움과 외로움도 이런 것이리라. 영화는 태식과 동남아 친구들이 서로 어깨를 겯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결말을 준비한다. 용철은 동남아 친구들을 통해 한몫 챙겨보려 하고, 태식은 장미를 좋아하게 되고, 동남아 친구들은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모국으로 쫓겨날 상황에 처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웃는다. 나름의 해피엔딩.
는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 매력적인 영화다. 코미디라는 장르의 덕도 크게 보고 있다. 등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은 영화는 종종 만들어져왔다. 하지만 처럼 코미디로 우스꽝스럽게, 직설화법으로 대놓고 소리치는 영화는 없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인종 문제에 조심스럽다.
진심 담은 직설화법으로 인종 문제 다뤄
그렇다고 가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희화화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 반대다. ‘사장님’의 욕설을 알아들을 수 있게끔 방가는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욕 강의를 한다. ‘개’로 시작하고 ‘새끼’로 끝나는 단어들을 변형한 기상천외한 욕들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렇게 학습한 욕은 월급을 떼먹은 사장 앞에서 외치는 투쟁 문구로 사용된다. 육상효 감독은 촌스러운 직설화법이 즉각적으로 관객의 마음에 가닿는다고 믿으면서 영화를 통해 이렇게 외친다.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것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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