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설적 사건들은 결과로 기억된다. 그 결과로 가는 과정은 담론이니 사회상이니 하는 거창한 틀에 의해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록 페스티벌의 대명사로 통하는 1969년의 ‘우드스탁 페스티벌’ 또한 마찬가지다. 저항과 자유, 사랑과 평화, 히피와 플라워 무브먼트 등 1960년대를 관통했던 정신의 총화로 우드스탁은 이야기된다. 그런데, 과연 그렇기만 할까? 리안 감독의 은 그 거대한 담론 뒤편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반드시 그런 거창한 담론만이 우드스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니었음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font color="#00847C">반문화의 폭발을 한 인물에 담은 원작</font>
은 축제의 동기를 제공하게 된 어느 가족을 따라간다. 주인공 가족은 말 그대로 막장이다. 무능한 아버지, 완고하고 억척스러운 어머니, 그리고 그 부모에게 인생을 저당 잡힌 아들 엘리엇. 엘리엇은 오직 가족의 빚을 청산하려 좌초될 위기에 놓인 우드스탁 기획자들에게 연락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망해가는 마을의 망해가는 모텔에 모여든다. 그 과정을 통해 뉴욕 인근의 망해가는 마을 벤슨허스트는 갑작스레 세상의 중심이 되고, 가족은 난생처음 겪는 활기에 만세를 부른다. 그리고 1969년 8월15일, 우여곡절 끝에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린다. 모텔에서 페스티벌 뒤치다꺼리를 하던 엘리엇도 마지막 날 축제의 현장에 간다.
그것은 엘리엇에게는 천국과 다름없는 공간이었다. 상상할 수 없던 자유, 기대하지 않던 경험, 무엇보다 음악이 만들어낸 행복이 난데없이 시골 농장에 찾아온 것이다. 리안 감독은 이 과정을 록스타도, 영리한 청년 기획자도 아닌 철저히 가족의 시점에서 풀어나간다. 시대의 에너지를 담아내거나, 음악의 위대함을 숭배하는 대신 철저한 가족 드라마로 우드스탁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접근이다. 이 영화는 대단히 흥미롭고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원작자인 엘리엇 타이버가 쓴, 동명의 우드스탁 회고록 말이다.
책은 영화에 담겨 있지 않은 온갖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300여 쪽의 종이를 넘기다 보면 전율이 솟는다.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이 북받쳐오른다. 그럴 수 있는 건 엘리엇 타이버의 배경 탓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동성애자가 됐으며 심지어 마조히스트이고 마약중독자이기까지 한 그가 뉴욕에서 동성애 운동을 겪으며 자기모멸에서 벗어나는 과정, 그 직후 (영화의 주된 부분인)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우연히 개최하는 과정을 통해 지옥에서 살던 그는 비로소 현실의 자신을 긍정하게 된다. 1960년대 카운터컬처(반문화)의 생성과 부상과 폭발이 엘리엇 타이버 개인의 삶에 오롯이, 또한 극적으로 투영되는 것이다. 그의 삶을 통해 우드스탁은 담론이 아닌 실체로서 그 시절 그 장소 바깥에 있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다가온다.
<font color="#C21A8D">다큐가 아니면 우드스탁 재현은 불가능?</font>리안 감독이 영화에서 놓치고 있는 건 바로 그 부분이다. 1960년대의 미국 바깥에 있던 리안 감독이었기에, 우드스탁의 의미를 몰랐기 때문일까. 글쎄, 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했고 10대 시절을 록 마니아로 지낸 그의 배경을 안다면 그런 의문은 성립하기 힘들다. 게다가 각색의 달인임을 입증한 을 떠올린다면 그의 역량을 의심할 수는 없다. 하여, 이런 가정이 가능하다. 독자의 상상에 의해 재현되는 텍스트와는 달리, 우드스탁의 에너지를 영상으로 되살리는 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리안은 결론 낸 게 아니었을까. 원작의 많은 부분을 덜어내고 자신의 주관을 배제함으로써 우드스탁의 의미를 영화 밖에 안치하려 한 게 아니었을까. 건드리지 않음으로써 왜곡되지 않을 3일간의 유토피아를, 그런 방식으로 존중하려 한 게 아니었을까. 이런 가정이 맞거나 말거나, 영화가 커피라면 책은 T.O.P.라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겠지만.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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