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대중음악계의 이슈를 거론할 때 ‘인디신(Scene)의 성장과 약진’을 빼놓을 수 없다. 장기하의 대중적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적어도 2008년과 2009년 사이에는 인디신에서 등장한 앨범과 홍익대 앞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음악가의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1990년대 후반 혹은 2000년 즈음부터 형성된 인디 레이블이 저마다 ‘특성화’를 거쳤으며 홍익대 부근의 라이브클럽 중심으로 형성돼온 공연이 카페로 확장되거나 홍익대 앞을 벗어난 지역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그리고 그게 대중적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열린 ‘한국대중음악축제: 2009 올해의 헬로루키’(이하 헬로루키) 공연도 그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대상을 받은 ‘아폴로18’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배출한 ‘2009 올해의 헬로루키’ 연말 결선 무대
‘헬로루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EBS 이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2009년에는 ‘우수 인디뮤지션 선발 및 공연 지원 사업’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말 결선 공연에서 대상은 ‘아폴로 18’, 특별상은 ‘텔레파시’, 인기상은 ‘좋아서하는밴드’가 각각 받았다. 모두 다른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을 구사하는 밴드들이다. 아폴로 18은 포스트 록(Post Rock), 혹은 하드코어-익스페리멘털(Hardcore-Experimental)로 분류되는 거칠면서도 서정적인 사운드를 선사하는 밴드이고, 텔레파시는 1980년대 하우스·일렉트로니카를 록음악과 결합시키는 밴드다. 아마추어리즘과 라이브 매너가 돋보이는 좋아서하는밴드는 이 중에서 가장 ‘가요’ 같은 느낌을 구사한다. 올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 밴드들의 경향과 정서가 한국적이기보다는 글로벌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인디신뿐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계 경향이기도 하다.
점차 모호해지는 ‘인디’ 개념
한국의 주류와 인디신 모두 동시대의 정서(이를테면 미국과 영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를 거의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경향은 그만큼 한국의 음악 창작자들이 글로벌한 영향권 아래에 귀속된다는 의미다. 아무래도 미디어와 인터넷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인디신에 대한 신화와 다소 충돌한다. 왜냐하면 ‘인디’란 말 그대로 ‘독립적인 태도’를 말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매스미디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유통구조를 가져야할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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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인디’란 개념은 사실 좀 모호하거나 모순적인 용어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서양 대중음악 연구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인디’의 개념이 모호할뿐더러 당사자(밴드나 레이블 수용자)들도 오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의 경향만 보더라도, 인디 음악가들의 대중적 성공은 주로 EBS 이나 한국방송 같은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이나 네이버의 ‘오늘의 뮤직’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확산된 경우가 많았다.
이런 현상을 문제적으로 봐야 할까. 그런 시선도 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의 ‘헬로루키’ 선발대회만 해도 경제적 지원과 대중적 영향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밴드들이 ‘노리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 인디신의 성장’의 주요한 원인으로 매스미디어와의 유기적 관계를 꼽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경향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유지할지가 더 문제다. 어떤 관계에서든, 협력과 긴장이 제대로 유지될 때 질적 전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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