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녀석들이 돌아왔다. 의 오혜성, 의 독고탁, 의 구영탄…. 모두가 1980~90년대를 주름잡던 국민 만화의 주인공들이다. 반갑긴 반갑다만, 문제는 이 굉장한 영웅들이 괴상하게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현용민의 웹툰 은 한국 만화계의 스타들을 한자리에 집합시키더니 지옥의 연병장에서 굴리고 있다. 도대체 왜?
“달려라, 달려라 하니~.” 정겨운 주제가가 운동장에 울려퍼진다. 아니 가사가 좀 다르다. “달려야, 달려야 하니?” 우리의 주인공 하니는 멈춰서 울먹거린다. 관중들이 놀려대고 있는 거다. “(육상은) 비인기 종목인데 (굳이) 달려야 하니?” 어느 골목길에선 이런 노래가 들린다. “요리 보고 조리 보고 둘리, 둘리~.” 그래, 둘리는 귀여운 초록색 아기 공룡이지. 그런데 어떤 사기꾼이 강아지의 귀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머리를 동그랗게 가짜 공룡을 팔고 있다. 그걸 돈 주고 사는 바보가 있다. 당신은 누구? 의 괴짜 감독 손병오다.
손 감독의 리스트에 오른 선수들은 이렇게 다 왕년의 만화 스타들을 잔뜩 비틀어버린 캐릭터들이다. 머리털로 변신술을 부리던 ‘머털 도사’는 탈모 때문에 ‘겨털 도사’로 바뀌었고, ‘별님 별님’ 하며 하늘을 보며 소원을 빌던 순진한 소녀 ‘영심이’는 학교 짱인 ‘일심이’가 되었고, ‘로봇 찐따’는 누가 봐도 인간인데 ‘로봇 찌빠’인 척하고 다니며 따돌림당한다.
사실 왕년의 주인공들도 불우한 고아, 음모에 짓밟힌 천재, 자신의 용기 때문에 고통받는 사회적 마이너리티들이었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가슴 깊숙한 곳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달려나가면 언젠가 터널 끝에 있는 태양을 맞이할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주인공들은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고, 그래서 매사에 불만투성이고, 사회의 냉대에 폭력으로 맞대응하는 체념의 존재들이다.
손 감독이 이들을 알아봐주었다니 그래도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래, 이 기회에 나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지. 왕년에 야구 선수로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던 여까치(설까치)·독고턱(독고탁)이 먼저 나선다. 그런데 여기에 큰 장애물이 있다. ‘왜!인구단’은 야구단이 아니라, 축구단이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 주인공들을 불러모았나? 그걸 굳이 따져묻는 내가 한심스럽긴 하다. 왜긴 왜야, 웃기려고 그런 거지.
세상은 부조리하다. 재능이 있어도 써주는 직장은 없고, 착한 척해봤자 돌아오는 건 없고, 잘난 듯 앞서다간 고생만 한다. 그렇게 부조리한 세상에서 조금 더 부조리한 인간들을 모았으니, 그들의 좌충우돌을 보며 우리의 신세를 자학할 수 있는 거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세상의 아이러니고, 웃음이 가르쳐주는 가장 큰 진실은 인생의 부조리다. 나도 가끔은 그냥 정신줄 놓고 손 감독의 무인도에서 야단법석 몸개그가 넘쳐나는 지옥훈련이나 받고 싶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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