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6시30분대 시청률 1위는 오랫동안 문화방송 이었다. 한국방송 만이 과는 다른 색깔로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렸다. SBS는 으로 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모두 참패했다.
지난해 5월, 그 자리를 채운 건 전 시간대에 방송하던 (이하 )이었다. 하지만 SBS가 고심 끝에 둔 수는 실패한 듯 보였다. 자리를 옮기기 전 펄펄 날았던 도 앞에서 무릎을 꺾었다. 한때 시청률 30%까지 인기가 치솟던 의 날개를 꺾어 앉힐 자는 없는 듯했다. 그러나 전세는 뒤집어졌다. 은 지금 평균 15%대의 안정적인 시청률로 을 위협한다. 2007년 1월에 첫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일반인들의 장기자랑 형식이 새롭지 않아서 두세 달밖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프로그램이다. 1월17일 100회를 맞이한 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무한도전 5인보다 더 웃기는 일반인 출연자 2천여 명 덕분이다.
은 평범한 사람들이 특별한 재주를 보여주는 무대다. 자신의 학교와 지역에서 춤·묘기·노래·운동 등으로 유명세를 자랑하는 이들이 나와 스타 ‘킹’에 도전한다. 20대 같은 피부를 자랑하는 50대 주부, 모창의 달인, 피아노 신동, 무술 고수 등이 등장해 자신만의 개인기를 선보인다. ‘관절 꺽기’ ‘코로 노래하기’ ‘피부 늘리기’ ‘식초 마시기’ 등 “딸랑 이거야?” 싶은 우스운 재주들도 환영이다. 출연으로 진짜 스타가 되기도 한다. ‘암산왕’ 이정희씨, 앞 못 보는 5살 피아노 신동 유예은양, 환상적인 거품쇼를 보여준 ‘버블맨’ 정일권씨, 뛰어난 노래 솜씨를 뽐낸 ‘강릉소녀’ 김가람양 등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방송 출연 이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 생업에 도움을 받았다는 이들도 있다. 프로의 세계에 도전하는 아마추어들의 노력과 열정에 시청자는 웃음으로 화답하며 박수를 보낸다.
비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주말 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이례적인 시청률을 올리니 칭찬받을 만도 한데 엔 안티팬도 많다. 가끔씩 웃음의 수위를 넘는 자극적인 장면들이 문제다. 덧셈·뺄셈을 하는 기특한 진돗개 ‘신덕이’가 구름사다리를 오르는 위험한 묘기는 동물학대라고 고소당했고, 한우고기로 조끼 등을 만들어 입은 ‘한우패션쇼’는 시청자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한 회 방송분으로 보이지 않는 맥이 끊긴 편집 화면, 어딘지 모르게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보이는 출연자 선정 등은 잦은 지적 대상이다. 사실 2년간 방송된 의 가장 큰 적은 반복된 소재에서 오는 식상함이다. 영특한 신동도, 귀를 즐겁게 하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출연자도 계속 본 듯한 기시감을 주니 신선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케냐 청소년 합창단’ 같은 감동도그래도 이 기대되는 건 99회에 출연했던 케냐의 청소년 합창단 같은 의외의 출연자들이 주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에 자리한 슬럼가 마을 ‘고르고초’(스와힐리어로 ‘쓰레기’라는 뜻)에서 왔다는 ‘지라니’ 합창단원들은 노래를 하면서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나의 꿈은 굶어죽지 않고 언젠가 다시 한국을 찾아 노래하는 것” “내년에도 굶어죽지 않고 잘 자란다면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합창단원 아이들이 부르는 (문제없어, 잘될 거야)란 노래가 이 주는 ‘슬랩스틱 코미디’ 웃음보다 값졌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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