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색소폰 연주의 대가 소니 롤린스, 벨기에의 고음악 거장 쿠이켄 내한 공연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된장 같은 재즈, 요구르트처럼 담백한 바로크 고음악을 떠먹어볼까.
5월의 음악동네는 재즈와 고음악 클래식 거장의 잇따른 한국 연주로 설렌다. 평생 테너 색소폰을 입에 물고 수행하듯 예술 재즈의 한길을 파내려간 소니 롤린스(78)와 18세기 바로크 시대 서구 고음악 연주의 큰 별 지기스발트 쿠이켄(64)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울로 날아온다. 이미 연주를 접을 나이에 접어든 두 거장의 서울 공연은 앞으로 국내에서 직접 듣기 어려운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연초부터 애호가들이 공연 내용과 일정을 파악하느라 법석을 떨었던 이유다.
5월23·25일 ‘비밥’의 살아있는 역사
5월23일 저녁 8시, 25일 저녁 7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질 소니 롤린스의 내한 연주는 애호가라면 누구나 첫손꼽는, 국내 재즈 공연 사상 최고의 이벤트다. 즉흥 연주의 대가인 롤린스는 1940년대부터 현대 재즈 역사를 휘저었던 테너 색소폰 연주의 살아 있는 역사다. 재즈가 대규모 악단이 쇼 무대 분위기로 연주하는 30년대 스윙의 시대를 벗어나 40~50년대 개인적 직관과 철학을 불어넣은 예술재즈 ‘비밥’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그는 명실상부한 주역으로 참여했다. 마일스 데이비스, 찰리 파커, 텔로니어스 멍크 등의 전설적 거장들이 동료였다. 발라드부터 아프리카적 리듬까지 선율을 직관으로 장악하고 즉흥적인 주제로 곡을 재구성해버리는 롤린스의 찰나적인 연주는 재즈의 지형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현대 재즈의 아버지 마일스 데이비스의 밴드를 거쳐 51년 데뷔 음반을 내놓은 이래 롤린스는 지금껏 60장 이상의 음반들을 계속 내놓으면서 요절한 존 콜트레인과 더불어 재즈색소폰계의 쌍벽으로 군림해왔다.
롤린스의 색소폰 선율은 트리니다드섬의 4분의 2박자 민속음악 칼립소나 인디언의 전통 리듬에서 즐겨 영감을 얻는다. 격하지 않아도, 선율의 조임과 풀림은 민첩하고 자연스럽다. 이야기하거나 넋두리하는 듯 친근한 색소폰 가락은 우리 전통 산조나 무가의 선율과도 비슷하다.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칼립소 리듬의 와 즉흥적 주제 아래 악상을 발전시키는 새 구성을 선보인 등이 들어 있는 56년작 는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재즈의 선승’이라는 별명처럼 그는 수시로 은둔하면서 내공을 닦기도 했다. 60~70년대 종종 잠적한 뒤 잡역부로 일하며 뉴욕의 다리 밑에서 색소폰을 연마하거나, 인도나 일본을 찾아가 선불교, 명상 수련에 몰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줄곧 재즈 색소폰의 새 영역을 개척해온 롤린스는 지금도 왕성한 연주를 벌이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때도 사건 나흘 뒤 공연을 감행했고, 이때 낸 콘서트 음반인 은 2005년 그래미상을 받았다. 지난해 발표한 신보 는 올 4월부터 국내에서도 유니버설 뮤직에서 발매 중이다. ‘불사신’ 롤린스의 노익장을 뒷받침하는 건 재즈의 즉흥 정신이다. 즉흥적 주제에 따라 곡의 성격을 전혀 다른 맛으로 뒤바꾸고 되돌리는 재주는 그만의 것이다. 재즈광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서 이렇게 극찬했다. “롤린스는 눈 깜짝할 새 없이 노래의 품으로 파고들어 일단 내용을 느슨하게 풀었다가 자기 마음껏 재구성해 다시 꽉 조인다… 곡을 정하면 멋들어지게 머리 속에서 기존 곡의 구축된 세계를 단숨에 풀어버린다.”
5월21일 바이올린 대신 바로크 악기로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근작 의 곡들이 주로 연주되고, 등 50년대 인기곡들은 앙코르곡이 될 공산이 크다. 의 7곡은 2005년 일본 투어를 마친 뒤 영감을 얻어 발표했다. 굿하듯 고조되는 타악 리듬과 편안하게 선율을 풀어내며 속삭이는 루바토 기법의 여운이 대비를 이룬다. 등 4곡이 새 연주곡이어서 여전한 창작 열정도 느낄 수 있다. 재즈전문지 의 김희준 기자는 “그의 연주는 선율을 펼쳐나가는 아이디어가 재미있고, 뉘앙스가 다양하다는 게 매력”이라며 “70대 거장이 나이를 잊고 발산할 즉흥 연주의 에너지를 느끼는 것이 감상 초점”이라고 조언했다. 02-2005-0114.
벨기에의 고음악 거장 쿠이켄은 5월21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세번째 내한이지만, 동료와 딸, 제자들로 구성한 18세기 연주악단인 ‘라 프티트 방트’와는 처음 국내 협연을 하면서, 바흐와 비발디의 독주, 협주곡들을 들려준다. 쿠이켄은 바이올린 연주자, 교육자, 지휘자로 바로크 원전 음악 연주 분야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는 대가다. 특이 이번 공연에서는 바이올린 대신,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라는 바로크 악기로 바흐의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 악기는 바로크 시대 첼로의 일종인데, 오늘날 첼로와 달리 어깨 또는 가슴 위에 올려놓고 바이올린처럼 연주하는 주법을 사용한다. 바흐가 악보에서 언급한 ‘비올론첼로’가 바로 이 악기인지를 놓고 서구 음악계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 이번 연주는 더욱 흥미롭다. 비발디의 , 바흐의 등의 협주 레퍼토리를 연주할 악단 구성도 7명에 불과한 최소 편성인데다, 딸 사라가 의 바이올린 독주를 맡은 것도 화제다. 감미료 치지 않은 청정무구한 선율과 특유의 깊이감이 기대되는 무대지만, 악기의 음량이 작고 여린 고음악을 들려주기에는 공간이 너무 휑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연주 조건이 일말의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그는 첫 내한연주 때 이런 콘서트홀 구조 때문에 공연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털어놓은 적도 있다. 02-586-2722.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받는 사람: 대통령님♥’…성탄 카드 500장의 대반전
한덕수의 ‘민심 역행’…민주당 ‘윤석열 신속 탄핵’ 구상에 암초
‘밀실 수사는 싫고 공개변론’ 윤석열의 노림수…강제수사 시급
서태지 “탄핵, 시대유감…젊은 친구들 지지하는 이모·삼촌 돼주자”
하마터면 고문 당하는 시대로 돌아갈 뻔 [하종강 칼럼]
허락 했을까요 [그림판]
“윤석열 복귀할까 심장이 벌렁거려”…일상에 새겨진 계엄 트라우마
이재명 “지금 예수께서 오신다면 내란 맞선 우리 국민들 곁에…”
이승환·예매자 100명, 대관 취소 구미시장에 손배소 제기한다
성탄절 아침 중부내륙 영하 10도 강추위…낮부터 흐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