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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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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스타일’의 지휘를 보라

등록 2007-09-07 00:00 수정 2020-05-03 04:25

지휘봉 없이 특유의 스타일 만든 칠순의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 내한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놀란 토끼마냥 눈을 쫑긋 뜨고 포디엄(지휘대) 위에서 재롱 부리듯 지휘를 하는 노장이 있다. 수북한 백발에 외계인 같은 얼굴, 지휘봉 없이 온몸과 손짓으로 혀를 쏙쏙 내밀며 살풋하게 선율을 골라내고 비집는 칠순의 마에스트로. 일본이 세계 클래식 동네에 자랑하는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72)는 나이 먹을수록 독특한 스타일리스트가 되어간다.

‘깜빡이’ 지휘 동작으로 관객 웃겨

2002년 빈필하모닉 악단과 함께한 신년음악회에서 그는 중국어로 신년인사를 한 뒤 양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특유의 ‘깜빡이’ 지휘 동작으로 을 연주해 관객을 웃겼다. 미국의 명문악단 보스턴 심포니를 30년간 지배하면서 19~20세기 낭만파, 현대음악 쪽에 깊은 조예를 보여온 그다. 2002년 세계 최고의 오페라 악단인 빈 슈타츠오퍼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독일권 고전음악 쪽으로도 영역을 넓혀놓았다.

인도 출신인 주빈 메타와 더불어 동양의 2대 거장으로 꼽히는 그가 한국을 세 번째로 찾는다. 9월19일과 20일 저녁 7시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빈 슈타츠오퍼의 첫 내한 무대다. 이전 빈필과 내한했던 그는 빈 슈타츠오퍼(비엔나 국립가극장), 미성으로 정평이 난 전속 합창단과 함께 아시아 연주 여행을 하고 있다. 레퍼토리는 모차르트의 저 유명한 오페라 전곡. 별도의 무대장치 없이 오로지 성악과 기악연주로 들려주는 오페라 콘체르탄테의 구성을 취한다.

빈 슈타츠오퍼는 1869년 창립된 이래 거장 구스타프 말러를 비롯해 카를 뵘, 카라얀, 클라이버 같은 전설적 거장들이 예술감독과 객원지휘를 맡았던 지존의 악단이다. 말러는 급진적인 레퍼토리 확장과 엄격한 관람 규칙을 세웠으며, 1950~60년대 부임한 귀재 카라얀은 오페라 원어극 상연과 프로덕션을 통한 스타 마케팅에 주력했다. 2000년대 이후엔 아시아인 최초로 오자와를 감독으로 선임해 파란을 일으켰다. 보금자리인 빈 국립오페라극장(2200석) 또한 빈을 대표하는 건축문화 유산이다.

미국 보스턴 심포니의 얼굴로 30년 권좌를 누린 오자와는 빈에 입성한 뒤 2005년 건강이 악화돼 1년여 연주를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사주간지 이 선정한 ‘지난 60년간 아시아의 영웅’으로도 선정됐던 그는 2010년까지 임기를 채운 뒤 지휘봉을 소장 지휘자 프란츠 벨저 뫼스트에게 넘길 예정이다.

최고귀빈석은 접대용으로 매진

팬들의 관심은 19세기 프랑스 낭만파 음악에 강한 그가 어떤 색깔의 모차르트 음악을 보여줄 것이냐에 쏠리는 듯하다. 강력한 힘은 없지만, 연주자들을 다독이며 다정다감한 연주를 들려준다는 평을 듣는 오자와가 빈 문화 특유의 우아한 터치, 서민적 역동성이 공존하는 의 주옥같은 아리아와 연주곡들을 어떻게 조리할 것인가. 오자와에 관한 한 국내 애호가들의 귀는 더욱 예민하다. 오자와와 정명훈씨 가운데 누가 더 연주 공력이 세냐는 어린아이 같은 입씨름이 벌어질 정도로 미묘한 민족감정이 존재한다. 일본적 감성으로 집요하게 모차르트를 탐구할 오자와의 지휘를 직접 들으려면 역대 최고 수준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올 초부터 논란을 낳았던 입장권 값은 최고귀빈(VIP)석이 45만원, R석 35만원, 가장 싼 C석이 5만원(학생석은 3만원). 아이러니하게도 최고귀빈석은 기업의 접대용 구입으로 거의 매진 상태라고 한다. 1577-5266, 02-31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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